취재 | 건강한 저널리즘을 위해

지난 28일(금)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이 ‘국민 참여를 통한 언론 영향력 평가제도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명 ‘미디어바우처법’을 대표 발의했다. 국민이 참여하는 언론 생태계를 만들어 언론 개혁을 이끌겠다는 취지다. 특정 성향으로 치중된 뉴스, 자극적인 기사 제목에 대한 대중의 불만이 누적되면서 언론을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속해서 제기돼 왔다. 더불어 온라인 매체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허위, 왜곡 정보를 담은 콘텐츠에 대항해 진실을 전달할 건실한 언론을 향한 목소리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대학신문』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된 미디어 바우처가 무엇이고, 미디어바우처법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알아봤다.

 

‘좋은’ 언론, 국민 참여로 이뤄질까

미디어 바우처는 정부가 국민에게 일정 액수의 바우처를 지급하고, 국민이 지급받은 바우처로 자신이 신뢰하는 언론사나 뉴스 기사를 후원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언론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국민 참여가 필요하다는 논의에서 출발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올해 4~5월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이 참여하면 언론은 더 나아질 수 있다’라는 항목에 86.9%가 동의했다. 미디어 바우처를 처음으로 제안한 한국언론진흥재단 김선호 선임연구위원은 “미디어 시장 진입이 쉬워지고 포털을 비롯한 플랫폼이 광고 시장을 독점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라며 “언론사가 다른 매체보다 빠르게 기사를 내려고 하다 보니 기본적인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기사가 나오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공적 재원으로 낮은 언론 신뢰도와 시장 실패 문제를 해결하고자 미디어 바우처를 제안했다”라고 덧붙였다. 

온라인과 포털을 중심으로 언론 생태계가 변화했으나 이를 따라오지 못하는 정부의 광고비 산정 시스템도 문제로 지적돼 이를 해결할 방안으로 미디어 바우처가 제시됐다. 박한우 교수(영남대 언론정보학과)는 “언론사에 배분되는 공익광고의 기준이 명확하게 정립돼 적용되는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0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종이 신문 정기 구독률은 6.3%에 불과하지만, 인터넷을 통한 뉴스 이용률은 77.9%에 달한다. 미디어바우처법을 대표 발의한 김승원 의원은 “언론 지형이 변했는데 영향력을 평가하는 기준은 아직도 과거에 머물러 있다”라며 “미디어바우처법을 통해 정부 광고비 산정 기준으로 활용되는 ABC부수공사*를 대체하는 새로운 기준을 제안하고자 했다”라고 밝혔다.

 

미디어바우처법, 무슨 내용 담았나

김승원 의원이 발의한 미디어바우처법은 국민이 미디어 바우처를 통해 언론사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집계해 다음 연도 정부의 광고 집행 기준으로 활용하는 제도다. 이는 일종의 ‘투표권’으로 볼 수 있는데, 국민이 신뢰하거나 선호하는 언론사에 미디어 바우처를 제공함으로써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선호 연구위원은 “미디어 바우처의 재원 확보 방법은 국고를 출연하는 방법, 방송통신발전기금이나 언론진흥기금의 일부를 사용하는 방법, 포털이나 SNS 등 뉴스 유통 시장을 지배하는 사업자로부터 신규 기금을 확보하는 방법 등으로 다양하다”라고 말했다. 이 중 김승원 의원이 본래 계획했던 것은 정부가 연간 광고비로 집행하는 예산 2,500억 원을 국민에게 2~3만 원씩 나눠줘 국민이 이를 직접 후원하는 형태였다. 김 의원은 “정부 광고비 2,500억 원을 모두 바우처 형태로 지급하면, 정부가 정책 홍보를 하고자 할 때 광고를 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라며 미디어 바우처를 투표권 개념으로 재설정해 다음 연도의 정부 광고비 집행 기준으로 활용하려 한 까닭을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의 광고비 산정 기준을 미디어 바우처가 대신하는 것에 대한 문제도 있다. 송해엽 교수(군산대 미디어문화학과)는 “정부 광고가 언론사의 재원으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보조금 형태로 생각할 수 있지만, 정부 광고는 사람들에게 정책을 널리 알리는 것을 목표로 하므로 보조금과는 근본 목적이 다르다”라며 “광고 집행은 개별 언론사의 광고가 각 사회 계층에 도달하는 범위를 고려해 이뤄져야 하기에 정부 광고와 미디어 바우처의 연결은 신중해야 한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미디어 바우처를 통해 신뢰하는 언론을 후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신뢰하지 않는 언론에 그 의사를 표현할 수도 있다. 김승원 의원은 미디어 바우처와 상반되는 손실의 개념으로 마이너스 바우처 제도를 제안했다. 즉, 특정 언론이 1만 원의 미디어 바우처를 받더라도 1만 원의 마이너스 바우처를 받으면 결국 0원이 되는 것이다. 김 의원은 “정정 보도 신청이 인용되면 후원받은 바우처를 정부가 환수함으로써 기사의 질을 높이고 가짜 뉴스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하고자 했다”라고 밝혔다.

 

미디어바우처, 문제는 없을까

미디어바우처법의 이러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크다. 특정 정치적 성향을 가진 이용자들이 좋은 기사가 아니더라도 이에 후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선호 연구위원은 “미디어 바우처에는 뚜렷한 정치 성향을 가진 국민 외에도 다수의 중도 성향 국민이 참여하기에 그런 현상이 발생하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승원 의원은 “법안은 바우처 상한제를 도입해 지급받은 바우처의 2분의 1 이상을 하나의 언론사에 줄 수 없도록 제한한다”라며 “일반 언론은 미디어 바우처 총액의 1%, 대규모 언론은 0.5%로 상한을 둬 몰아주기를 원천봉쇄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미디어바우처법이 내실화된 저널리즘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의문은 남아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전대식 수석부위원장은 “탐사 보도나 심층 보도와 같이 좋은 저널리즘의 토대로 여겨지는 기사를 써도 국민에게 반응이 없을 수도 있다”라며 “언론의 감시와 비판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정치나 사회 등 특정 분야의 기사에만 부분적으로 도입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미디어 바우처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있다. 송해엽 교수는 “대중이 참여하는 후원 형태는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저널리즘이 작동하게끔 하는 좋은 수단이지만, 제대로 설계되지 않거나 복잡해지면 대중이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전대식 수석부위원장 역시 “미디어 바우처는 언론 개혁의 여러 과제 중 최근의 이슈이고, 해당 제도를 언론 개혁의 전부로 간주하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라며 “레거시 미디어(legacy media)*의 권력·경영 구조를 바꾸는 등의 근본적인 뼈대를 고치는 작업이 이뤄져야 진정한 언론 개혁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역설했다.

 

미디어바우처법은 발의됐지만, 이를 통해 가짜 뉴스와 포털 독점화 등의 현상이 실제로 완화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좋은 저널리즘은 표현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가 함께 갈 때 만들어질 수 있다. 건강한 언론을 위해 제도권 내에서의 변화뿐만 아니라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어떤 언론을 소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심도 필요한 시점이다.

 

*ABC부수공사: 한국ABC협회에서 매년 신문과 잡지의 발행 부수 및 판매 부수를 조사하는 것.

*레거시 미디어: TV, 라디오, 신문 등 현재에도 사용되지만 과거에 개발된 전통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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