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스마트팜 속 어그테크

어그테크(Agtech)는 농업(Agriculture)과 기술(Technology)을 결합한 말로, 기술을 활용해 농작물을 수확하고 유통하는 산업을 말한다. 주로 활용되는 핵심 기술은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이 있다. 최근 농업 현장에서는 이러한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팜’ 농업이 강세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 작물 생산 정보를 수집하고 예측해 수확량 및 품질 향상의 효과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스마트팜 시장은 2017년부터 연평균 5%로 성장 중이며 이와 관련된 정부 지원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대학신문』은 스마트팜과 함께 농업 현장의 달라진 모습을 살펴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농업의 새바람인 스마트팜과 함께 변화된 농사 풍경

경기 용인에 위치한 조립식 컨테이너 건물 15개 동은 다름 아닌 채소를 재배하는 수직 농장이다. 일명 ‘큐브(CUBE)’라는 명칭으로 운영되는 이곳은 스마트팜 분야 스타트업 ‘엔씽’의 작물 생산 시설이다. 큐브는 작물이 자라는 환경을 외부와 완전히 차단해 병해충이나 자연재해 등의 영향을 최소화한다. 이러한 큐브는 일반 컨테이너를 재배, 수확, 포장, 출고의 과정에 적합한 모듈형 컨테이너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특이점을 갖는다. 엔씽의 김혜연 대표는 “‘공학적으로 농장을 규격화할 수 있는가’에 대한 도전에서 출발해 현재 컨테이너 구조를 고안하는 것까지 이르게 됐다”라고 말했다. 엔씽의 스마트팜 농장은 사물인터넷(IoT)*을 기반으로 작물의 성장 환경을 제어하는 원리를 활용한다. 이에 따라 적절한 환경 데이터를 조성하기만 한다면 지역에 구애받지 않고 컨테이너에서 고랭지 채소의 품질과 맛을 구현할 수 있다.

(사진 제공: 엔씽)
(사진 제공: 엔씽)
(사진 제공: 엔씽) 수직 농장에선 위로 쌓아 올린 구조물로 식물을 재배하는 실내 농법이 이뤄진다.
(사진 제공: 엔씽) 수직 농장에선 위로 쌓아 올린 구조물로 식물을 재배하는 실내 농법이 이뤄진다.

개인이 운영하는 스마트팜의 모습은 어떨까. 경기 포천시 영중면의 ‘포천딸기힐링팜’을 운영 중인 안해성 대표는 2,000평 규모의 딸기 농장을 ICT 기술*을 활용해 운영한다. 따라서 농장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원격 환경 제어가 가능하다. 안 대표는 “병해충 관련 정보를 축적해 여러 가지 환경적 변수에 대응하고 이후 상황을 예측할 수 있다”라며 위 기술을 설명했다. 안 대표는 건설회사 연구원으로 일을 하다가 자유를 누리고 도전할 기회를 찾고자 3개월간의 고민 끝에 귀농을 선택했다. 그는 스마트팜 운영에 대해 “회사 생활에서 받던 성과나 진급에 대한 부담이 없고 다양한 농업 기술을 스스로 시도해볼 수 있어 일하는 즐거움을 느낀다는 점이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포천딸기힐링팜의 농장 내부 모습
포천딸기힐링팜의 농장 내부 모습
포천딸기힐링팜에서 전동휠을 타고 작물을 재배하는 직원
포천딸기힐링팜에서 전동휠을 타고 작물을 재배하는 직원

한편 농업과 어업을 혼합해 만든 스마트팜도 있다. 경기 안성시 공도읍의 ‘팜토피아’는 아쿠아포닉스 기술로 상추를 재배한다. 아쿠아포닉스란 양어(aquaculture)와 수경재배(hydroponics)를 동시에 진행해 물고기와 채소를 함께 생육하는 스마트팜의 한 분야다. 아쿠아포닉스 활용 시설은 크게 세 구역으로 나뉜다. 이에는 상추류 여섯 품종과 미나리가 자라는 영양액재배 시설, 메기를 양식하는 양어장, 농사 전반에 쓰이는 물을 정수시키는 여과기가 해당한다. 이곳에선 농장 내부의 온도와 작업에 쓰이는 물의 수질을 지속해서 관리해주기만 하면 최대 1년에 13번까지 작물 수확이 가능하다. 팜토피아 최영수 대표는 “이전에 시도했던 다른 작물들과 달리 수입이 안정적일 뿐만 아니라 자동화 시스템 덕에 노동력이 크게 소모되지 않아 혼자서도 운영이 가능하다”라며 아쿠아포닉스의 장점을 설명했다.

팜토피아의 메기 양어장
팜토피아의 메기 양어장
팜토피아의 양액재배 시설에서 자라고 있는 상추들을 들어 올린 모습
팜토피아의 양액재배 시설에서 자라고 있는 상추들을 들어 올린 모습

 

국내 농업 현장에서 스마트팜의 남은 과제는

이 같은 스마트팜이 농촌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남은 과제들이 존재한다. 우선 농업 현장에서의 현실적인 도입을 위해 기술 장벽이 지금보다 낮아져야 한다. 통계청의 ‘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농업 종사 인구는 해마다 줄어들고 있으며 그중 60대 이상의 농업인들이 절반 이상을 구성한다. 농업 기술에 대한 투자와 개발 연구가 증가하는 상황이지만, 다양한 농업 현장에서 스마트팜의 장점을 누리기 위해서는 기술 도입의 장벽이 낮춰질 필요가 있다. 지역 농업기술센터의 한 관계자는 “벼를 재배하는 농민들에게 드론을 제공했지만, 드론 기술 자격증이 있는 농민이 극히 드물어 실제 농사에 적극적으로 도입하기를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전했다. 

더불어 스마트팜이 광범위하게 확장하고 다양한 농가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기술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최 대표와 안 대표는 농장을 지속해서 운영하기 위해 기술력을 스스로 일궈나갔던 사례에 해당한다. 그중 최 대표는 대학에서 농업을 전공했고 아버지가 운영하시던 화훼 농가에서 작물을 키워본 경험으로 농업 환경을 상대적으로 빠르게 이해할 수 있었음에도 스마트팜을 원활히 정착시키기 위해 큰 노력을 들였다. 그는 “기온, 바람, 물 등의 환경을 인위적으로 조성할 수 있는 스마트팜이라도 원활히 운영하려면 농가 인근 환경을 철저히 조사해야 했다”라고 설명하며 전문 기술 지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또한 국내 스마트팜이 시설농업에 집중돼 있는 한계점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 노지농업의 경우 우리 밥상에 더 많이 오르는 벼, 마늘, 양파 등의 주요 작물이 생산되는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팜 기술 도입에 비교적 소극적이다. 이에 대해 김학진 교수(바이오시스템소재학부)는 “스마트팜의 첫 사례로 시설농업에 기술을 도입해 스마트 온실을 만든 것이 10년 이상 계속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넓은 땅에서만 노지농업 스마트팜을 운영할 수 있다는 오해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스마트팜의 핵심은 자동화가 아니라 최적화에 있으며, 작물과 토양이 원하는 조건에 맞게 처방해주는 작업은 작은 땅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라고 말하며 시설농업에 치중된 국내 스마트팜이 더욱 다양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차 산업의 주축인 농업에 4차 산업의 기술적 요소가 결합한 결과,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농업 풍경이 만들어졌다. 더불어 이는 안정적인 작물 수확량을 보장하고 농가를 편리하게 관리하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을 주고 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스마트팜에 진출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의 장벽을 낮추는 것과 노지 스마트팜 또한 활성화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하는 일이다. 이를 통해 스마트팜을 비롯한 어그테크의 진정한 혁신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