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은 기자(사진부)
이호은 기자(사진부)

졸업반이 된 지금, 새내기 때와 달라진 점을 찾자면 그건 분명 ‘무엇으로 먹고살지’에 대한 고민을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잠시 언어에 대해 고찰해 본다. 간혹 ‘그는 농사로 먹고 산다’ 등의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있다. 여기서 ‘먹고 산다’는 ‘생계를 유지하다’라는 합성동사 ‘먹고살다’의 띄어쓰기가 잘못된 예다. 나도 원래 알고 있던 건 아니고 좀 전에 찾아본 검색의 결과물이란 점을 털어놓는다. 거두절미하고 이를 통해 ‘먹는 일’은 단지 영양을 흡수하는 행위를 넘어 인간의 존속과 안위를 위한 중요한 작업임을 새삼 깨닫는다. 

지난 겨울 방학, 학보사에 들어와 보낸 첫 방학 근무에서 특집을 준비하라는 제안을 받았다. 호기롭게 ‘넵!’을 외치고 어떤 취재를 나갈지 희망에 부풀어 있던 것도 잠시, 온갖 책과 영화와 친구들과의 이야기를 곱씹으며 소재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밥상에 오른 나물을 젓가락으로 들어 올리며 여느 때처럼 ‘무사히 먹고살 수 있을까’하고 탄식하다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소재는 바로 내 앞에 있는 이 반찬들, ‘먹고살다’라는 합성어까지 만들어 낸 음식의 재료들이었다. 

그나마 소재가 떠오르니 그와 관련된 나의 사소한 경험들이 덧붙었다. 문득 새내기 때 다녀온 ‘농활’의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인삼밭에서 잡초 뽑는 일을 제일 많이 했는데, 주인아주머니는 우리가 고생한다고 인삼을 주시며 농촌엔 여전히 일손이 모자라서 수확을 포기하는 땅도 있다고 했다. 이제서야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결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됐고, 우연히 ‘스마트팜’이라는 기술로 농업을 자동화한다는 기사를 봤다. 그런데 과연 내가 만난 인삼밭 주인분은 이런 소식을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궁금했다. 마침 그 무렵 과 학회에서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이라는 다큐멘터리 로드무비를 다뤘는데, 바르다와 JR의 작업 방식이 감동을 주기도, 부럽기도 해서 이번 특집을 통해 나 혼자 ‘로드기사’ 정도를 써보기로 했다. 

기획 단계에서의 포부와 비교해 결과물은 소략하며 ‘로드’라는 수식어는 이제 붙일 수 없을 듯하지만, 취재에 응해준 분들을 통해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감사했다. 유일한 아쉬움이라면 취재를 가 보니 기술을 활발히 활용하고 있는 장면은 촬영이 가능했지만, 기술이 필요한데 쓰이지 못하는 장면을 찍기는 어려웠다는 점이다. 따라서 노지농업에 필요한 스마트팜을 이번 특집에선 사진으로 담아낼 수 없었다. 앞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을 찍는 법’을 터득해보고 싶다. 

‘먹고사는 일’에 대한 고민으로 취재를 시작했는데, 그와 별개로 마주친 다른 인상적인 장면들이 마음에 남았다. 인삼밭 주인아주머니도 스마트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환경이 되길 기대하며 스마트팜의 차후 발전을 눈여겨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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