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서울대 상징을 만든 사람들

‘VERITAS LUX MEA’(진리는 나의 빛)라는 글자와 함께 개나리 잎으로 이뤄진 월계관, 서울대의 초성을 본뜬 심볼 그리고 펜과 횃불로 구성된 서울대의 정장(正章)은 서울대를 언급할 때면 빠짐없이 등장한다. 이 정장 속 담긴 의미와 현재 정장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대학신문』에서 알아봤다.

1946년 서울대가 개교한 이후 학교의 고유 정장이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당시 예술대학 미술부 장발 학장은 도학과에 재학 중이던 이기훈 씨에게 정장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장발 학장과 이기훈 씨는 정장에 월계관, 책과 라틴어 그리고 ‘국립서울대학교’의 초성을 따서 만든 ‘샤’ 심볼 등과 같은 요소를 담았다. ‘샤’ 심볼은 훗날 교문 디자인의 원형으로도 쓰였다. 정장에는 한국어가 아닌 라틴어가 써져있는데 이에 대해 장발 학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이야기가 있다. 강찬균 명예교수(공예과)는 “장발 학장이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면서 유학 생활을 했던지라 그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정장은 각 단과대에서 자율적으로 사용하다가, 1955년부터는 통일된 정장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1975년에는 정장에 서구의 상징이 과도하게 담겼다는 여론을 수렴해 월계관의 잎을 월계수 잎에서 개나리 잎으로 교체했다. 2006년에는 개교 6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남색 바탕에 보라색, 흰색 그리고 노란색으로 이뤄져있던 정장을 서울대 교색인 스누 블루(SNU Blue)로 교체했다. 또한 정장 외에 알파벳 ‘S’ ‘N’ ‘U’를 응용한 세 개의 이니셜 로고를 만들어 정장과 함께 사용하기 시작했다. 

서울대 정장을 이루고 있는 여러 요소는 각자 의미를 담고 있다. 개나리 잎으로 이뤄진 월계관은 학문의 업적에서 명예와 영광을 나타내고, 펜과 횃불은 지식의 탐구를 통해 겨레의 길을 밝히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다만, 정장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서울대 고유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있다. 김경선 교수(시각디자인과)는 “서울대 정장이 한국 사회에서 가지는 여러 의미를 생각해볼 때, 사회적 맥락을 제외하고 순수한 시각 디자인적 요소로 정장을 평가하기는 어렵다”라고 말하면서도 “‘샤’ 심볼과 개나리 잎을 제외하면 서구의 문화에서 비롯된 요소가 많다는 점은 아쉽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장 속 요소들이 서울대가 나아가야 할 점들을 담고 있기에 의의가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민복기 교수(공예과)는 “정장이 제정 당시의 서울대 특성을 담기보다는 학문에 대한 자세와 정진 의지 등과 같이 서울대가 나아가야 할 점들이 정장에 담겼다”라며 “서울대 구성원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따라 이 정장이 가지는 의미가 변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실천하는 지성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정장은 서울대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일상에서 이 정장을 마주칠 때 정장에 담긴 의미와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정장의 의미를 되새겨본다면, 서울대 구성원으로서의 긍지를 더욱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인포그래픽: 김지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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