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하시 데츠야 교수(일본 도쿄대 대학원) 초청 강연

일부 일본 극우파 각료들의 망언이 잇따르고 있는 요즘, 현 상황을 일본인의 입장에서 ‘일본 민주주의의 위기’로 바라보는 견해가 제시됐다.

지난 3월 31일(목), 서울대 한국문화연구소와 기초교육원이 공동주최한 강연회「‘정신의 자유’와 일본민주주의-한일 지식인, 시민의 대화」가 교수학습개발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초청된 다카하시 데츠야 교수(도쿄대대학원ㆍ총합문화연구과)는 일본사회의 우경화를 비판해온 대표적인 양심적 지식인이다.

다카하시 교수는 “오늘날 일본 민주주의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며, “일본인의 역사인식문제는 일본 민주주의의 문제와 대응한다”고 진단했다.

일본 헌법에 명시된 ‘정신의 자유’ 침해돼

그는 “일본에서 헌법에 명시된 민주주의 가치 중 가장 중요한 ‘정신의 자유’가 위기를 맞았다”며, 그 근거로 일본헌법 제 19조 ‘사상ㆍ양심의 자유’, 20조 ‘신교의 자유와 정교분리’, 21조 ‘표현의 자유와 검열의 금지’가 침해된 예를 들었다.

그에 따르면 학교에서 기미가요 제창, 일장기 게양이 강요되는 것은 사상ㆍ양심의 자유가 유린되는 전형적 사례로 볼 수 있다. 그는 “이 강제가 지난 99년 국기국가법 성립으로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신교의 자유와 정교분리 원칙에 위배되는 대표적 예로 수상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제시했다. 그는 “이 문제가 주로 A급 전범문제에 국한돼 논의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수상과 천황의 참배가 정교분리의 헌법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지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카하시 교수는 수상의 신사 참배를 합법화하기 위해 헌법 제 20조를 개정하고자 하는 자민당의 시도를 비판했다.

표현의 자유와 검열 금지가 위협받은 예로서 그는 지난 2001년 위안부 문제를 다룬 NHK방송 프로그램이 정치적 압력으로 개편된 사건을 들었다. 이 프로그램은 우파계열 자민당 의원들의 압력으로 방영분이 줄고, 출연자들의 발언이 왜곡돼 방영됐다.

상징천황제 존속, 일본 민주주의 위기와 관련 깊어


그렇다면 현대 일본의 민주적 가치에 위기가 온 원인은 무엇인가. 다카하시 교수는 ‘천황제 존속’이 일련의 위기들과 관련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패전 후 일본의 민주세력인 호헌파가 전력 불보유를 명시한 헌법 제 9조를 지키는 것에 전념하느라 상징천황제를 명시한 1조에 대해 문제삼지 않았다며 호헌파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열세이긴 하지만, 기미가요 강제에 항의하다 징계당해 법정투쟁을 하고 있는 교원, 정치압력에 의한 개편을 내부고발한 NHK직원 등 민주적 가치 실현을 위해 싸우고 있는 시민들이 일본 내에 존재한다”며, “일본 사회가 전쟁과 식민지 지배에 책임지는 역사 인식을 확립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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