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문화 | 아카데미2021 ‘TripleX’ 프로젝트

지난 28일(금) 음대에서 ‘TripleX’ 프로젝트(트리플엑스)를 ZOOM과 유튜브 채널 ‘Academy2021 SNU’를 통해 온라인 라이브로 공개했다. 트리플엑스는 Triple과 Exchange의 합성어로 △서울대 음대 △비엔나 국립음대 △시벨리우스 음대 세 학교의 국제 음악 교류 프로젝트다. 『대학신문』은 트리플엑스의 기획부터 공연까지의 순간을 따라가 봤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새로운 도전=트리플엑스는 서울대 현대음악 시리즈 ‘아카데미2021’의 감독인 최희연 교수(기악과)의 기획으로 시작됐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 취소됐던 비엔나 국립음대와의 교류 공연과 올해 계획 중이던 시벨리우스 음대와의 교류 공연을 합쳐 세 학교 공동의 교류 공연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공모를 통해 선정된 초연작 〈Cube〉, 〈How to Be as One〉, 〈toinen toistansa seuraten…〉, 〈Droplets Frozen in Time〉, 〈A day–Motion Pictures〉의 5곡과 세 나라의 대표작으로 선정된 강석희, 프리드리히 체르하, 파보 하이니넨의 작품이 연주됐다. 최희연 교수는 “이번 교류 공연을 통해 코로나19로 침체된 학생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자 했다”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트리플엑스는 코로나19로 인해 전과정이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온라인으로 연주자의 연주를 듣고 작곡가가 감상과 피드백을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연결 불량 등의 이유로 차질이 있기도 했으나 세 나라 간의 공간적, 시간적 한계를 극복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었다. 〈Cube〉의 작곡가인 이정아(작곡과·19) 씨는 “비대면 상황에서도 이메일을 통해 세부적인 조율을 마치고 본 리허설에서는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소리에 집중할 수 있어 좋았다”라고 말했다.

◇현대음악의 전형과 전통적 색채가 가미된 현대음악=본 공연의 첫 순서는 정육면체를 음악적으로 표현한 곡 〈Cube〉로 비엔나 국립음대에서 연주를 맡았다. 정육면체의 흔들림 없고 견고한 프레임을 상징하는 타악기와 그 안의 공간을 담는 현악 4중주를 두 축으로 삼아 연주가 진행된다. 타악기의 둔탁한 음과 함께 현악 4중주를 피치카토 주법(현악기를 손가락으로 튕기는 주법)으로 연주해 정육면체 안의 작은 입자들이 부딪히면서 나는 소리를 표현한다. 초반부에 바이올린의 피치카토는 감상자가 입자들의 개체성에 집중하게 한다. 연주가 진행될수록 피치카토 주법은 레가토 주법(음을 끊임없이 부드럽게 한 번의 활로 연주하는 주법)으로 변해가며 정육면체라는 단일 물체를 형상화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다섯 번째 순서로 진행된 지난해 별세한 한국 현대음악의 거장 강석희 교수의 〈부루〉는 시벨리우스 음대에서 연주했다. 〈부루〉는 타악기의 연주와 성악가의 목소리가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주도한다. 특히, 작품 속에서 소프라노의 목소리는 일반적인 노래처럼 다른 악기 소리 사이에서 중심이 되지 않고 악기와 같이 하나의 음향으로서 기능한다. 그렇기에 소프라노의 소리는 무속 의식을 연상케 한다. 소프라노의 흐느낌은 한(恨)의 정서가 풍기는 미묘한 지점을 잘 표현하고 있어 눈을 감고 들으면 마치 주술이 행해지는 현장에 와 있는 듯하다.

(출처: 유튜브 채널 ‘Academy2021 SNU’)
(출처: 유튜브 채널 ‘Academy2021 SNU’)

 

◇전통을 탈피한 음악적 시도=여섯 번째 순서로 공연된 시벨리우스 음대의 〈toinen toistansa seuraten…〉은 서울대 음대 학생이 연주를 담당했다. 이 작품은 작곡가의 음악에 대한 태도를 표현했다. 처음 작곡할 당시에는 작곡의 방법과 절차에 충실히 따랐지만, 시간이 흐르며 방법과 절차보다는 직관과 본능에 따르게 된 작곡가의 태도 변화를 바이올린과 피아노로 조화롭게 보여준 것이다. 이 곡의 제목은 ‘서로 꼬리를 물다’라는 뜻인데, 두 개의 태도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떼어낼 수 없이 긴밀한 관계임을 의미한다. 최희연 교수는 “일반적인 작품들은 문단이 나뉘어 있지만, 이 곡은 문단의 구분이 없다”라며 “곡의 형식을 통해서도 내용을 내포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공연에서 카메라가 피아니스트와 바이올리니스트를 번갈아 조명하며 두 연주자의 조화를 보여주는데, 이런 연출을 통해서도 작품의 의미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여덟 번째 순서인 비엔나 국립음대의 공모작 〈A day–Motion Pictures〉는 중년 남성의 일상을 표현한 것이다. 서울대 음대에서 연주한 이 작품에서는 전통적인 주법이 쓰이지 않는다. 오히려 일반적인 음악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긁는 소리와 플루트 연주자의 웃음소리를 음악에 포함해 일상의 소리를 나타낸다. 이를테면 한 남성이 침대에서 일어날 때의 소리부터 물이 끓는 소리 그리고 사람들과의 대화 소리 등 일상적으로 듣고 간과하기 쉬운 소리를 악기로 표현해냈다. 특히 플루트와 오보에를 통해 표현한 바람 소리는 기존의 전통적인 예술 음악을 떠올릴 때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였다.

이번 공연은 현대음악의 실험적인 성격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참여 작곡가들은 현대음악이 전통적인 클래식 음악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현대음악은 기존과 다른 실험적인 주법을 특징으로 하지만, 이 또한 소리를 통해 예술을 표현하고 아름다움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본질은 같다는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코로나19 팬데믹 속 정지된 일상에서 역설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고 대안을 발견하는 기회였다. 앞으로도 학생사회에 활기를 가져올 다양한 국제 음악 교류가 지속하길 바란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