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려한 몸짓으로 아름다움을 피워내는 서울대 무용부의 공연이 지난해에 이어 다시 온라인으로 찾아왔다. 오는 31일(토)까지 유튜브 채널 ‘서울대학교무용부’에서 제4회 서울대 무용부 봄 공연 〈만개〉가 상영된다. 이번 공연은 연출가 없이 각 팀 부원이 모두 참여해 〈부채산조춤〉, 〈ME〉, 〈잃어버린 소중함을〉, 〈빛의 주목〉, 〈봄의 잔상〉이라는 다섯 작품을 만들어냈다. 각 작품은 모두 별도의 영상으로 올라와 작품마다 분명한 개성을 보여준다. 무용부원 류다영(체육교육과·19) 씨는 “작품별로 다섯 개의 영상들을 재생 목록으로 만들어 원하는 작품을 빠르고 손쉽게 감상할 수 있도록 했고, 공연 영상의 댓글 창을 개방해 대중과의 소통하도록 했다”라고 지난 공연과의 차이점을 소개했다.

한국무용,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다
첫 작품 〈부채산조춤〉은 한국무용의 정수를 담아내고 있다. 차분하면서도 밀고 당기는 맛이 있는 거문고 산조 가락 위, 네 명의 무용수는 부채의 각도와 손끝까지 조절하는 정제된 움직임으로 은근한 흥을 담아낸다. 무용수들의 섬세한 춤동작은 호흡과 일치를 이루며 유려한 선을 그려낸다. 한국 전통 무용이 가진 정중동(靜中動)의 아름다움이 만개하는 모습이다. 무용부원 김주현(체육교육과·21) 씨는 “정중동(靜中動)이란 움직이는 것 같으면서 움직이지 않는 듯한 한국 전통춤 고유의 호흡 중 하나”라며 “정중동의 호흡을 통해 전통춤만의 진중하고도 아름다운 선을 나타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사진제공=서울대학교 무용부)
(사진제공=서울대학교 무용부)

반면 다음 작품 〈ME〉는 앞 작품의 절제미와 대비되는 자유로운 몸짓이 돋보인다. K-POP 가수 있지(ITZY)의 〈Wannabe〉를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한 음악에 맞춰 개성을 살린 독무와 동적인 군무가 이어진다. 절도 있는 군무 속에는 한국무용의 고운 선도 살아있다. 같은 동작도 각자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무용수들의 모습은 같은 길도 자기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나아가는 주체적 개인을 연상시킨다. K-POP 음악을 클래식으로 재해석한 음악과 한국무용을 창의적으로 재해석한 몸짓의 조화는 장르의 경계를 허물며 새롭고 독창적인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 

다양한 효과로 작품에 개성을 더하다
무용부는 공연의 주제 의식을 살리는 다양한 효과를 사용해 작품을 더욱 빛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해 잃어버린 일상의 소중함을 표현한 작품 〈잃어버린 소중함을〉은 영상 효과를 이용해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서울대입구역 거리에서 마스크를 쓴 채 서로를 떠나보내는 무용수들의 뒷모습은 무대 위 무용수의 뒷모습으로 이어진다. 마스크를 쓴 서울대입구역의 인파와 고요한 무대 위에서 포옹하는 무용수들의 모습이 대비되며 제한된 일상 속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하고자 하는 희망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사진제공=서울대학교 무용부)
(사진제공=서울대학교 무용부)

조명 효과 또한 작품의 개성을 살리는 데 일조한다. 네 번째 작품 〈빛의 주목〉은 빛을 효과적으로 사용해 춤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한다. 작품 초반, 푸른빛 아래 격하게 춤추던 무용수의 모습이 페이드 아웃된 뒤 음악이 바뀌며 무대 아래 무용수의 얼굴이 클로즈업된다. 다시 무대 위로 공간이 바뀌고, 비상하는 무용수들의 춤과 함께 밝아지던 조명은 한순간 어두워진다. 암전 속에서 휴대용 조명이 나타난 후 밝은 무대 위 생기 있게 춤추는 무용수들의 모습을 비추는 구성은 ‘누구나 자신만의 빛을 가지고 있다’는 작품의 주제 의식을 명확히 보여준다. 무용부원 최온유(체육교육과·19) 씨는 “작품에서 자신의 빛을 깨닫지 못한 시점과 깨달은 시점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위해 조명의 밝기에 차이를 두었고, 소품으로 휴대 조명을 사용했다”라고 설명했다.

무용, 몸의 모든 부분을 사용하는 예술
무용부는 비대면 공연의 한계를 몸의 다양한 부분을 사용해 창조적인 작품을 만들어 낼 기회로 삼았다. 미세하게 떨리는 손끝, 어딘가를 바라보는 듯 돌아가는 눈동자 등 작은 움직임들까지 카메라로 포착해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다. 나비를 중심으로 봄의 다양한 면면을 담은 작품 〈봄의 잔상〉에서는 카메라가 날아가는 나비를 바라보는 듯한 무용수들의 시선을 따라간다. 다양한 각도의 클로즈업은 무용수들의 세세한 표정을 포착하고 그들의 손짓을 좇는다. 이를테면 봄의 생명력을 역동적으로 표현한 군무 후, 카메라가 무용수의 손끝을 클로즈업해 약간의 떨림과 함께 새싹이 피어나는 듯한 손짓을 잡아내는 식이다. 무용부 대표 이정우(체육교육과·19) 씨는 “고정된 카메라 앵글과 작은 움직임들은 다소 새로운 시도였으나 작품의 분위기를 잘 나타낸 것 같다”라고 평가하며, “앞으로도 무용부는 몸의 어떤 움직임이든 이용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관객에게 온전히 전달할 수 있도록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서울대학교 무용부)
(사진제공=서울대학교 무용부)

‘시린 바람을 견딘 꽃망울처럼 피워낸 우리들의 춤’이라는 주제에서 출발해 각각의 고유성을 살린 공연 〈만개〉. 이번 공연은 여러 존재의 아름다움을 포착해 몸짓으로 피워냈다. 이정우 씨는 “2학기에 가을 공연을 대면으로 올릴 예정으로, 관객으로 가득 찬 무대에서 공연하기를 모든 부원이 소망하고 있다“라며 “여러 외부 공연에도 서울대 무용부의 이름으로 참여할 예정”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소개했다. 공연 〈만개〉에서 꽃핀 무용부원들의 열정처럼, 더욱 발전할 무용부의 앞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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