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페드렛 교수(디자인학부)
애니 페드렛 교수(디자인학부)

지난달 14일, 미대 디자인연구동(49동)에서 애니 페드렛 교수(디자인학부)를 만났다. 페드렛 교수는 “서울대에 와서 새로운 관점에서 내 학문 분야를 바라볼 수 있었다”라며 “여기 더 일찍 오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라는 심정을 고백했다.

Q. 서울대에서 공간 디자인(Space Design)을 가르쳤다. 소개한다면?

A. 난 디자인이 아니라 건축을 전공했다. ‘공간 디자인’이라는 분야도 이곳에 와서 처음 알았는데, 정해진 교과과정이나 프로그램이 없어서 직접 두 개의 학부 교과목을 만들었다. 하나는 공간적 개념(spatial concept), 다른 하나는 연구로서의 디자인(design as a research)을 배우는 수업이다. 전자에서는 매번 새로운 텍스트를 읽고 이로부터 얻은 영감을 개념(concept)으로 만들어서 정해진 규격의 공간에 모델로 구현한다. 후자에서는 세계의 여러 문제를 전통적인 연구 방법론을 넘어 디자이너의 연구 방법론으로 접근한다. 이를 통해 해당 문제의 근본적인 이유를 탐색했다. 캐나다에서 공간 디자인이라고 하면 산업 디자인 쪽에 가까운데 나는 그쪽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공간은 소모적인 상품으로서의 성격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므로, 지금 당장, 내일, 또는 1년 후가 아니라 그보다 더 먼 미래 시점의 공간을 생각해야 한다. 당장 좋아 보이는 것을 만드는 게 아니라, 그것이 500년 후 세상에 어떤 영향을 줄지 생각하면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 안에 있는 ‘것’들을 디자인하지 말고, 미래의 ‘세상 그 자체’를 디자인해야 한다.

Q. 저서 『2050 평양』에서 2050년 통일도시로서의 평양 공간 디자인을 선보이기도 했다.

A. 디자인은 문제 해결의 방법이다. 한반도 통일 문제에도 많은 관심을 가졌다. 북한은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조사할 수 없어 통일에 대한 여러 시나리오를 세우는 시나리오 기법을 사용했다. 남북한 양측이 각자의 체면을 지키는 관계 개선을 이뤄나간다는 전제하에 시나리오를 구성했다. 어느 한쪽이 흡수 통일한 이후 평양의 모습이 어떨지는 뻔하기 때문이다. 두 공화국의 연방제를 기반으로 해서 정치, 군사, 경제 등 모든 분야의 시스템을 디자인한 후 공간을 디자인했다. 대표적인 것을 소개하자면 서울과 평양이 연결되면서 발달하는 선형도시의 모습, 평양 주민들의 공간에 대한 기억을 바꾸는 도심 속 롤러코스터 등이다.

Q. 오늘날의 사회에서 디자이너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디자이너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또한 실제로 문제 해결에도 능하다.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째는 디자이너가 귀추법, 즉 최선의 설명으로의 추론을 사고 방법으로 채택하기 때문이고, 둘째는 이들이 종이나 컴퓨터 등의 재료로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도 구현할 수 있어 미래를 더 잘 내다보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각종 문제들은 여러 요인이 얽혀 있는 복잡한 성격을 띠므로 측정 가능한 것에 연구 범위가 국한된 전통적 연구 방법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상상력을 연구 방법으로 상정하는 디자이너의 방법이 꼭 필요한 것이다.

애니 페드렛 교수는 “학생들에게는 타인의 기대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무언가를 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심리적 공간이든, 정신적 공간이든 오직 본인을 위한 공간을 찾아라”라며 “그 공간은 누구도 대신 찾아주지 않는다”라는 당부의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사진: 이호은 기자 hosilver@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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