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효순 교수(법학전문대학원)
남효순 교수(법학전문대학원)

지난 6일(금) 법대 세미나실에서 남효순 교수(법학전문대학원)를 만났다. 남 교수는 최근 물권(物權)은 지배권이라는 기존의 도그마로, 전세권·전세권저당권과 같은 생활 관계를 해석하는 방식이 타당한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와의 대화를 통해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보지 않고 의문점을 찾아 파고드는 자세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었다.

Q. 다양한 학설을 포괄적으로 설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본인의 민법 강의가 가지는 강점이나 특징이 있다면?

A. 생각하는 법을 배운다는 것이 강점인 것 같다. 조문이나 판례를 정답이라 생각하고 무조건 암기하는 자세는 지양하고 있다. 현재의 법원 판례도 그 시대의 한 견해일 뿐이다. 다수설이라고 해서 소수설보다 우수하지 않다. 시험 문제를 출제할 때도 학생들이 암기한 답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썼다. 다양한 학설을 보면서 ‘왜 이 사람은 이렇게 생각했을까’라는 질문을 계속 떠올리고 이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법적 사고력, ‘리걸 마인드(legal mind)’를 형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관계는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것을 알고, 어떤 사실이 일어났을 때 구체적 타당성에 기반해 분쟁을 해결할 수 있으려면 사고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Q. 프랑스 낭시대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유학 시절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듣고 싶다.

A. 내 가슴속 깊이 새겨진 에피소드가 있다. 대학에서 유난히 우수했던 파스칼이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박사학위 논문을 마칠 때 즈음 문득 그의 근황이 궁금해졌다. 파스칼이라면 이미 훌륭한 형법 교수가 됐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그가 아프리카에서 유엔 기부단체 활동을 하며 보컬 그룹의 리드싱어로 참여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 들었다. ‘대학을 나와 교수가 됐겠지’라고 생각한 내 기대에서 벗어난 일이었다. 이후 엘리트들이 가야 할 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됐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자신의 삶 속에서 실천하는 그의 인생이 행복하고 보람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물음을 던질 때 나는 파스칼을 떠올리며 위로를 받는다.

Q. 법학을 배우는 학생들에게 남기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A. 법학자는 항상 ‘왜?’라는 질문을 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질문을 던지면서 과학적 엄밀성에 가까운 논리적 치밀성, 사고의 유연성과 적응성을 가지게 되고, 그것이 리걸 마인드를 형성한다. 내가 가끔 하는 원자 모형 이야기가 있다. 쪼갤 수 없는 작은 공 형태의 원자 모델을 주장한 돌턴부터 톰슨, 러더퍼드, 보어, 채드윅까지 원자 모델에 대한 가설을 다양하게 제시했는데, 결론적으로 모두 틀린 가설임에도 불구하고 돌턴을 제외한 네 학자가 노벨상을 받았다. 이들이 인정받은 이유는 그 당시의 의문을 해소하고 새로운 현상을 설명했기 때문이다. 법학자의 길도 다르지 않다. 끊임없이 변하는 사실관계에 대한 추론을 멈추지 않고 새로운 이론에 적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남효순 교수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면서도 다른 사람의 행복 또한 존중하는 것이 생활 모토임을 밝혔다. 그는 “개인의 생활이 진정으로 존중받는 사회를 꿈꾼다”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사진: 이호은 기자 hosilver@snu.ac.kr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