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판동 교수(수의학과)
류판동 교수(수의학과)

유난히 더웠던 지난달 13일 오후, 류판동 교수(수의학과)를 만났다. 류 교수는 전기생리학적인 방법을 이용해 구충제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등 수의학 발전에 크게 공헌해왔다. 인터뷰 내내 학생을 향한 애정과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Q. 수의대 학장을 맡기도 하는 등, 국내 수의학 교육 발전에 다방면으로 힘써왔다. 수의학 교육이 국제 수준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A. 학생들이 사람, 동물, 환경이 모두 연결돼있다는 ‘원헬스(one-health)’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전 지구를 단위로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전체론적 접근법을 가르치는 것이 필요하다. 축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1960~70년대 수의사에 대한 요구였다면, 서울 올림픽 이후에는 산업동물보다 반려동물이라는 개념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내가 아닌 다른 생명체와의 정서적인 교감이 중요시되는 사회가 된 것이다. 수의사가 반려동물을 치료해 돈을 버는 것도 좋지만, 개인이 아닌 공동선을 위해 무얼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동반하는 것도 필요하다.

Q. 현재까지 100편이 넘는 논문을 발표하며 다수의 학회에서 수상했고,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자문위원·보건복지부 식품위생심의위원을 맡기도 하는 등 치열한 삶을 살아왔다. 삶의 동력은 무엇인가?

A. 일하는 게 재밌었다. 워커홀릭이라고들 하더라. 사람마다 다 자기에게 주어진 소명이 있고, 나는 거기에 충실했을 뿐이다. 청소를 하든, 쓰레기를 줍든, 학생을 가르치든, 있는 자리에서 주어진 일을 성실히 해내는 것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소명 의식에 어느 정도의 의무감을 더해 열심히 일했고, 성과가 나오면 재미도 느끼면서 살았다.

Q. 후학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Think Globally, Act Locally’. 환경을 보호하자는 차원에서 나온 말이다. 이 말을 재해석해보고자 한다. ‘Think globally’란 인간과 동물, 그리고 세상을 총체적으로 봐야 한다는 뜻이다. 나와 사회의 관계를 넓고 깊게 생각해보고, 시간의 한계를 넘어 미래 세대와의 관계도 중요시해야 한다. 또한 생각에만 머무르지 말고 ‘Act locally’,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행동하고 참여하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가만히 있지 말고 질문하고 참여하는 시민의 자세를 지니자. 마지막으로 학생들, 그리고 후배 교수들에게 공동선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실천하는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자세를 강조하고 싶다. 학생들이 자기 발전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사회적 책무성을 배워서 사회로 나가기를 희망한다. 서울대생으로서 받는 대우가 당연하다는 생각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이 사회로 나가 인간미 있는 사람이라는 말을 들었으면 좋겠다.

류판동 교수는 수의대 학장을 역임하며 반려동물 교육 병원을 확충하고, 본교가 미국 수의과 협회(AVMA) 인증을 받는 데에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학생들이 좋은 교육을 받도록 힘썼던 류 교수의 삶에서 그가 강조하던 배려와 공익 추구의 자세를 엿볼 수 있었다.

 

사진: 김가연 사진부장 ti_min_e@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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