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 교수(약학과)
김진웅 교수(약학과)

지난달 15일 약대(21동)에서 김진웅 교수(약학과)를 만났다. 가지런히 정리된 약재들과 책들이 가득한 연구실에서, 인자한 미소로 기자들을 맞이한 그는 30년 넘게 생리활성 성분 분리나 항암제 개발 등 생약학의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연구를 진행해왔다.

Q. 생약학이라는 분야가 다소 생소하다. 

A. 생약은 서양에서 온 한약이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우리 정서와 잘 맞는다. 약의 기원은 동·서양 모두 천연물에서 유래했다. 이것이 서양에서는 근대 과학의 등장과 맞물리면서 천연물질에서 화학물질을 추출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인삼을 예로 들자면, 생약학은 인삼에 어떤 화학 성분이 있는지, 그것이 어떤 효능을 가지는지 등을 연구한다. 이렇게 약재 하나하나에 대해 연구하기 때문에 생약학은 약학의 기초 학문인 동시에 아직 연구해야 할 것이 많이 남은 분야다.

Q. 연구자로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연구했는지 궁금하다. 

A. “즐기는 사람을 쫓아갈 수 없다”라는 말이 정말 맞는 것 같다. 즐기면서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24시간 연구에 매진하거나 자다가도 “내일 이런 실험을 해봐야지”라고 생각하는 몰두의 시기가 필요하다. 그것이 학문을 하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에게도 “좋아하지 않으면, 대학원 오지 마라”라고 얘기한다.

Q. 연구 과정에서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A. 처음 연구할 때는 연구 여건이 좋지 않았다. 연구 기기가 없어 실험이 중단되는 경우도 다반사였기에 유학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석사를 마치고 미국으로 떠났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요즘은 학생들에게 유학을 가지 않아도 된다고 얘기한다. 이곳에서도 충분히 좋은 연구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Q. 퇴임 후 계획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A. 두 가지가 하고 싶다. 첫째로, 약학의 역사를 정리하고 싶다. 10년 전부터 약학의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래서 2014년에 약학사 분과학회도 만들었다. 의학의 역사는 연구가 많이 돼 있는데, 약학의 역사는 그렇지 않다. 이제 막 첫발을 디딘 셈이다. 금광에서 금을 캐내듯 여러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할 일이 많지만, 하다 보니 또 즐겁고 재밌다. 둘째로, 북한 약학에 대해 공부하고 싶다. 북한 약학 연구 역시 상당히 미진하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연구 자금을 확보해 북한의 약학·약재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뒤늦게 출발한 감이 있다.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이 분야를 알고 있어야 향후 남북 교류 시에도 원활히 소통하고 연구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것 역시도 정말 재밌다. 

김진웅 교수는 다시 약학과 함께하는 인생 2막을 준비하고 있다. 약학의 역사, 북한의 약학 등 미개척 분야에 뛰어들어 약학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그의 계획에서 약학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후학에게 “약학은 어쨌든 사람을 대하는 직업에 관한 학문”이라며 “사람을 만나며 주변에 관심을 가지고 시야를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당부했다.

 

사진: 이호은 기자 hosilver@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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