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현 교수(의학과) (사진 제공: 이국현 교수)
이국현 교수(의학과) (사진 제공: 이국현 교수)

이국현 교수(의학과)는 대한마취과학회, 대한중환자의학회 등에서 주요 보직을 역임하며 마취과학 연구와 호흡 관리 분야 연구에 힘써왔다. 그는 “캠퍼스에서 있었던 일들을 생각해보니 30년 전 일도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라며 정년 퇴임 소감을 밝혔다.

Q. 마취학을 전공 분야로 선택한 계기가 있다면?

A. 일반 군의관으로 있을 때 유학 자격시험을 준비했다. 그 당시에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마지막까지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마취과 의사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런 이유로 군 복무 후 마취학을 전공 분야로 선택했다.

Q. 국내 최초, 그리고 세계에서 2번째로 인공 자궁 태반 모델을 수립했다. 어떤 모델인지 설명해달라.

A. 인공 태반이란 태아가 생존하는 데 필요한 자궁과 태반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태아를 자궁 밖에서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인공 장기다. 산부인과학을 전공했던 송창훈 교수와 함께 연구한 인공 자궁 태반 모델은 인공 자궁 체임버에 인공 양수를 채우고, 여기에 태아를 넣어 생존할 수 있도록 하는 모델이다. 이 모델을 이용해 폐가 미성숙한 조산아나 폐 기능에 장애가 있는 신생아가 폐호흡에 의존하지 않고 탯줄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도록 함으로써 환아의 생존과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태아의학은 최근까지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는데, 인공 자궁 태반 모델은 태아 연구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용 가치가 높다. 또한 모체와 태아 간 약물 전달 경로, 기형 발생, 뇌 손상 원인 규명 등 기초 의학 연구의 중요한 바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Q.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조정위원으로 활동했다. 의사로서는 다소 생소한 이력인데?

A. 의료계 관행으로 허용됐던 보호자의 의료 행위 중지 표시에 대한 법률적 판단은 보라매병원 사건을 계기로 사회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보라매병원 사건 당시 법원이 의료진에 대해 유죄판결을 내린 뒤 △환자와 의사 간 진료 계약 △보호자의 자기 결정권 △의사의 환자 생명 보호 의무 등의 이슈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이후 정부의 의약 분업 시행으로 인한 의료계 휴업 및 파업 사태를 계기로 교수들에게도 사회 변화에 대한 이해와 사회 참여의 필요성이 요구된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서울중앙지방법원 조정위원에 자원해 법원조정에 참여했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의 억울함과 법적 소송에 임하는 의료인의 어려움을 직접 들을 수 있었던 것이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Q. 정년 퇴임 이후의 계획이 있다면?

A. 국내 학회 활동은 물론, 미국호흡관리학회 교육 프로그램에 강사로 참여해 아시아 지역에서 호흡 관리 교육을 꾸준히 할 예정이다. 또한 마취통증의학의 주요 주제인 수면, 자율신경 조절, 급만성 통증치료 등에 관한 여러 의견을 접하며, 진료 및 임상 연구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응용에 대한 이해도 넓혀보고 싶다.

이국현 교수는 후학에게 “대학병원은 연구와 교육을 통해 진료를 발전시키는 임상 의학의 현장임을 명심하면서 매일 최선을 다하기를 부탁한다”라고 당부했다. 그는 “정년은 새로운 출발이라고 하지만, 환자를 치료하면서 생기는 의문점을 기초해 해결점을 찾는 자세를 견지해 나간다면 연령과 관계없이 의학도의 길을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30여 년이라는 오랜 세월에도 학문에 대한 변함없는 열정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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