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표 교수(치의과학과) (사진 제공: 박경표 교수)
박경표 교수(치의과학과) (사진 제공: 박경표 교수)

지난달 14일 ZOOM을 통해 박경표 교수(치의과학과)를 만났다. 박 교수는 타액선 질환, 자가면역 질환 연구 등 치의과학 연구와 더불어 방사선 보호제 연구도 진행했다. 고선량 방사선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나노입자 보호제를 개발한 그는 이런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 2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을 수상했다. 이에 그는 “학제 간 융합 연구를 통해 이뤄낸 결과”라며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융합 연구가 진행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Q. 방사선 피폭 시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방사선 보호제를 개발했다. 

A. 우리나라 국민들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에 대해 관심이 많은 이유는 방사능이 우리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방사선은 산업계나 의학계에서 이미 자주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방사선에 피폭될 위험이 있고 원전 사고와 같은 재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에 방사선 보호와 이 분야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방사선에 노출됐을 때 이를 치료하거나 몸을 보호할 수 있는 약제가 마땅히 없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된 아미포스틴이라는 약제가 유일한데 약효 지속시간이 짧고 혈압 강화 같은 단점이 있어 임상에서 쓰이지 못했다. 그래서 기존의 약재에 비해 항산화력*이 뛰어나고 부작용이 적은 나노자임* 기반의 방사선 보호제를 개발했다. 

Q. 기초의과학연구센터 센터장, 대한생리약리학회지 편집장 등 많은 이력을 가지고 있다. 자부심을 가지는 이력이 있다면?

A. 기초의학은 생리학과 약리학이라는 두 학문으로 나눌 수 있다. 이 두 학문을 모두 다루는 대한생리약리학회지에서 편집장으로 활동한 것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편집장으로 있을 당시에 이 학회지가 세계적으로 공인 받은 SCI 학술지에 등재된 적 있기 때문에 상당히 보람찼다. 이는 해당 분야의 연구 능력을 인정받는 데 기초가 되는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다. 

Q. 연구자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A. 실험을 하던 도중 동료 교수로부터 교훈을 얻었던 순간이 기억난다. 당시 미각 세포 분야의 대가였던 베른트 린데만 교수 실험실에서 그와 같이 미각 세포 관련 연구를 할 기회가 있었다. 어느 날 실험을 하던 중 세포의 반응이 좋지 않아 실험 세포를 바로 버렸다. 그런데 그가 와서 “버리는 것은 언제든지 가능한데 왜 그렇게 서둘러서 버리느냐”라고 말했다. 그 순간 과연 내가 끝까지 도전해봤는가를 되새겨봤다. 나는 그렇지 못했기에 자책감이 들었다. 그와의 대화를 통해 연구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끈질기게 노력하는 자세를 배웠다. 

박경표 교수는 “그동안 서울대에 몸담으며 학교의 지원을 받고 우수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라고 퇴임 소감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후학에게 “연구에서 비약과 도약은 없다”라며 “성실함을 기본으로 요령 없이 차근차근 성장했으면 좋겠다”라는 조언을 남겼다.

*항산화력: 체내의 유해한 활성산소를 억제할 수 있는 능력.

*나노자임: 무기물질을 나노 사이즈로 축소시켜 체내로 투여되면 생체 효소 역할을 대신하는 나노물질을 통칭하는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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