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범순 교수(국어국문학과)
신범순 교수(국어국문학과)

지난달 13일 인문대(1동)에서 신범순 교수(국어국문학과)를 만났다. 그는 지나온 교수 생활을 두고 “길지만 짧았던 시간”이라며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달리던 열차에서 내려 만난 휴식의 정류장에서, 어디론가 시골길을 찾아 떠나다 안식처를 찾게 된 기분이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Q. 지난 20년 동안 시인 ‘이상’에 대해 연구해왔다.

A. 문단에서 젊은 평론가로 활동하며 이상의 「지주회시」라는 소설과 카프카의 「변신」을 비교 분석하는 논문을 쓴 적이 있다. 그때 이상의 문학이 가진 독특함에 매료됐다. 이상의 거의 모든 텍스트를 뒤지며 그의 정신세계와 텍스트가 숨겨놓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알고자 했다. 그를 연구할수록 그가 창조한 텍스트의 난해함은 그가 비밀을 말하는 방식이며, 그 비밀스런 내용을 담아낸 그릇이라는 것을 느끼게 됐다. 그의 난해함은 단지 텍스트를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려는 욕망이 아니라 진정한 인식과 창조적 미학의 결과물임을 알게 됐다. 알면 알수록 비밀스러운 대륙과도 같은 그의 텍스트에 매혹됐다.

Q. 그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A. 이상 연구에서 그의 텍스트에 함축된 내용을 풀어내는 것은 최상의 일이자, 가장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의 텍스트들은 흩어져 있고 사라진 것들이 많기에 이런 실증적 연구의 어려움은 그의 난해함에 더욱 큰 안개를 쏟아 넣는다. 그렇지만 몇 가지 자료가 더 확보된다고 해서 그의 정신과 사상, 텍스트의 비밀이 풀리는 것도 아니다. 문학 텍스트 해독의 어려움은 그것 자체가 지닌 사유, 비밀, 존재감의 무게 때문에 발생한다. 이상은 바로 그런 것들을 최대치로 갖고 있기에 어려운 것이다. 다만 나는 너무 오랫동안 이 일을 해왔기 때문에 내 관점을 넘어서거나 보충하는 또 다른 적절한 관점을 제시하는 일은 후학들의 몫으로 남겨둘 생각이다.

Q. 한국 문학이 가야 할 길은 무엇인가, 이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A. 한국 문학은 좀 더 자유로워져야 한다. 문학을 하는 이들은 많은 경우 대학을 다니고 그곳에서 일정한 문학 수업을 받는다. 그런 학술적 바탕이 자신들의 문학 세계를 창조하는데 기여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어느 면에서는 그 이상으로 나아갈 수 없게 한정하는 역할도 한다. 따라서 문학이 이 세계를 처음 보는 것 같은 시선으로 다가설 수 있도록 문학에 자유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가장 참되고 세련된 전위(前衛)는 ‘자신을 자유롭게 만들고 자유롭게 사유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런 자유는 저절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자유를 얻기 위해 많은 것을 알고 그것들의 은밀한 정체와 의도까지 눈치챌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신범순 교수는 은퇴 후 계획으로 그동안 미뤄왔던 책 『한국현대시의 성좌들』의 완성을 우선 과제로 꼽았다. 그 외에도 20년 이상 진행해온 암각화 연구에 관한 책을 내고 이를 전시회와 유튜브로도 만나볼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 학교를 떠나서도 끊임없이 연구에 힘쓸 그의 무궁무진한 여정을 응원한다.

 

사진: 이연후 부편집장 opalhoo@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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