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언희 지음, 민음사, 7천원

배설물, 성기 등의 소재로 가학적 성교와 죽음에 관한 문제를 다뤄온 시인의 세번째 시집.

이번 책에서 저자는 잔혹하고 기괴한 상상력으로 배설물, 성기, 성교 등을 나타내는 속어를 통해 성스러운 존재에 욕정을 부여하고 동화에 사회 부조리를 대입시켰다.

그는 ‘금동미륵보살반가상’을 다룬 「금동미륵」에서 ‘이를 악물고 짓는 미소의 더러움’, ‘각목으로 맞아야 발기한다’며 미륵을 가식적이고 세속적인 모습으로 표현한다.
「앨리스1」에서는 ‘지루한 나라 앨리스 더러운 나라의 앨리스’라며 동화 「이상한 나라 엘리스」와 ‘실시간 접속자 러브러브방 22587 성인영화 24815 야한 생각 42537’를 대비시켜 순수하지 못한 사회를 비판한다.

시를 ‘항문이 열려버린 세계를 위한 진정제’, ‘내 개가 눈 똥’이라고 표현한 저자는 ‘성스러운, 상스러운 물물교환’이라는 이중적 관점에서 시를 다룬다. 이러한 그의 시는 금기를 벗어나는 즐거움을 주고, 혼란한 시대를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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