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열 교수(지구환경과학부)
김광열 교수(지구환경과학부)

지난달 12일 자연대(501동) 연구실에서 김광열 교수(지구환경과학부)를 만났다. 김 교수는 자신만의 분석법을 개발해 대기 해양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그는 “집 같았던 모교를 떠나 퇴임 후 미지의 삶을 시작하려니 미묘한 긴장감이 있다”라며 정년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Q. ‘CSEOF’(Cyclostationary Empirical Orthogonal Function, 주기정상적 선험직교함수)라는 시공간 분석법을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A. CSEOF 분석법은 대기와 해양의 변화를 일으키는 메커니즘들을 시공간 차원에서 분석할 수 있는 획기적인 도구다. 역학적 분석을 위해서는 시공간 패턴이 필수적이기에 공간 패턴만 고려하는 기존의 이차원적 분석법은 한계가 있었다. 더욱 정확한 분석을 위해 1996년 텍사스 A&M 대학교 재직 중 기존 분석법에 시간 차원을 추가한 CSEOF를 만들었다. 이 분야의 선두에 서서 CSEOF 분석법을 이용해 대기 해양 연구에서 여러 쾌거를 이뤘을 뿐 아니라, 이 분석법을 다른 학문에도 적용해 전 세계 학자들과 함께 사회학, 뇌과학, 생물학 등 여러 분야에서 다학제 연구를 해왔다. 북극 순록들의 몰살 원인을 밝혀내는 연구에도 참여했고, 최근에는 FMRI(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기능적 자기공명영상)를 이용한 뇌 연구에도 참여하고 있다.

Q. 2017년 서울대 교육상을 수상하는 등 교육자로도 활발히 활동해왔다. 본인만의 교육 철학이 있다면?

A. 교수로서 학생을 가르치는 것이 연구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믿는다. 그러려면 교수가 많은 공부를 해야 하고 수업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서울대 부임 이후 직접 제작한 동영상 자료를 포함해 3,000페이지 이상의 강의 노트를 만들며 모든 강의를 철저히 준비했고, 학부 학생들을 위한 책도 썼다. 또 학부생들이 도전하며 그들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려 노력했다. 학생들이 쉽게 질문할 수 있도록 항상 연구실 문을 열어뒀고, 뛰어난 학부생들과 함께 SCI 논문을 여러 편 작성했다. 이들과 함께 쓴 논문이 특히 기억에 많이 남는다.

Q. 후학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내가 미국에서 연구할 때만 해도 한국의 과학, 특히 지구과학 분야는 황무지나 다름없을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었다. 지금은 연구자 수나 연구의 질이 예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올라갔다. 이제는 내실을 더할 때다. 각자의 연구 분야에서 개성과 전문성을 키우고, 세계를 선도하는 연구자가 돼야 한다. 나는 공부가 내 임무이자 나라를 발전시키는 길이라고 생각해 지금까지 교수 생활을 재미있게 해왔다. 공부하는 것이 즐거워 학문의 길을 가는 학생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김광열 교수는 퇴임 후 학생들이 직접 분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역학적 개념이 실제 대기와 해양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보여주는 책을 쓰고 싶다고 밝혔다. 출판을 앞둔 저서 『Introduction to Data Science』 속 다양한 연습 문제와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그의 모습에서 연구와 교육에 대한 강한 열정이 느껴졌다.

 

사진: 장재원 기자 jaewon0620@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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