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주 교수(지구환경과학부)
손병주 교수(지구환경과학부)

지난달 15일 자연대(501동)에서 손병주 교수(지구환경과학부)를 만났다. 그는 인공위성 관측을 통해 대기과학을 연구하는 ‘위성기상’ 분야의 권위자다. 손 교수는 “서울대에서 오랜 시간 근무할 수 있었던 것은 축복”이라며 퇴임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이어 그는 “배우기를 멈추지 않는 한, 사람은 늙지 않는다”라며 은퇴 후에도 연구 활동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Q. ‘위성기상’과 ‘위험기상’이라는 연구 분야가 다소 생소하게 느껴진다.

A. 대기과학은 관측과 이론 연구를 병행하며 발전하는 학문이다. 이론은 관측을 통해 발전하고, 이론적 배경은 관측 결과를 설명하는 근거가 된다. 위성기상이란, 인공위성을 통해 대기를 관측하는 것이다. 이 관측의 중요성은 상당히 큰데, 가령 인공위성 관측치가 없다면 일기예보가 진행될 수 없다. 태양복사와 지구복사의 복사량을 측정하며, 빛을 관측하는 인공위성을 통해 대기·지상·일기 상태를 더 정밀히 관측할 방법을 연구했다. 위험기상은 평균에서 많이 벗어나 있는 극심한 상태의 기상으로, 위험을 유발하는 특이한 기상 상태에 관한 연구 분야다. 홍수, 한파, 열파 등의 극한기상과 위험기상의 요인을 연구하고 있다. 

Q. 2035년이 지구 온난화 진행의 최후의 보루라고 말한 바 있다. 2035년까지 전 세계가 협력해 이뤄야 할 과제들이 있다면?

A. 현재 진행되고 있는 탄소에 관한 정책이나 조치는 21세기 후반에야 그 효과를 알 수 있다. 탄소 배출은 미래 세대가 쾌적한 기후 환경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권리와 직결되는 문제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정책이 보다 확대돼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화석 연료를 다른 에너지로 대체하기 위해 기술 혁신이 필요하다. 인구, 부와 소비를 통제하지 않음으로써 생산을 보존하면서도 탄소 배출을 줄이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해나갈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한 시점이다. 

Q. 서울대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책을 많이 읽고, 글쓰기를 게을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IT 시대를 살아가다 보면, 휘발적이고 깊이가 없는 것들을 순간순간 접하고 결정하면서 점점 생각이 없어지기 쉽다. 인간에게 가장 지고한 것은 깊이 있는 생각과 사상들이며, 이는 과거부터 쌓여온 심오한 문학적, 철학적인 책들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런 책들을 열심히 읽고 소화해 내 것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글쓰기는 이렇게 쌓아온 생각을 정리하고, 남에게 전달할 수 있는 기회니 이 역시 쉼 없이 연습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립되는 생각은 인간을 더 인간답게 하는 요소가 되고, 삶을 훨씬 풍요롭게 만드는 밑거름이 된다. 

손병주 교수는 학자로서의 목표를 묻는 기자에게 웃으며 “학문을 연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없고, 더 알고 싶다는 호기심이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연구를 통해 일기예보의 정확성을 높이거나 위성 사업에 기여하는 것은 그저 ‘덤’일 뿐”이라며 “인간의 생각처럼 과학이 발전하며 깊이를 지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라고 말했다.

 

사진: 장재원 기자 jaewon0620@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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