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하는 공학자
명상하는 공학자
  • 김창희 기자
  • 승인 2021.08.22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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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근 교수(기계공학부)
고상근 교수(기계공학부)

지난달 14일 제2공학관(302동)에서 고상근 교수(기계공학과)를 만났다. 인터뷰 직전까지도 기계 설비를 만지며 연구에 몰두하는 그의 모습에서 학문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메카트로닉스* 연구와 더불어 다양한 활동을 겸했던 그는 “40년 넘게 몸담은 서울대에 그저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Q. 메카트로닉스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학창시절부터 라디오나 앰프 등을 만들곤 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무선 통신 관련 활동을 하면서 무선통신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하기도 했다. 그래서 전자공학과에 진학하기를 희망했는데, 아쉽게 떨어져 기계공학과에 진학했다. 대학교 시절에는 솔직히 공부를 잘하지 못했지만, 전자공학 배경지식이 석박사 과정을 이수할 때 큰 도움을 줬다. 대학원 실험실에는 전자기기가 들어가지 않은 실험장비가 단 한 개도 없었다. 그래서 결국 기계공학과 전자공학을 융합한 메카트로닉스를 연구하는 교수가 됐다. 전자공학을 공부한 기계공학자였기에 메카트로닉스 교수가 된 것이다. 만약 전자공학과에 진학했다면, 교수가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Q. 학사, 석박사, 그리고 교수까지 서울대에서 보냈다. 그만큼 학교에 대한 애정이 깊을 것 같다. 

A. 1973년부터 2021년까지 무려 49년의 세월을 서울대에서 보냈다. 관악캠이 1974년에 완공됐으니, 관악캠보다 서울대에 오래 있었던 셈이다. 그렇기에 서울대는 나의 인생 그 자체다. 박사 때는 실험실에서 밤을 자주 지새웠다. 집에는 빨래하러 일주일에 한 번 갔다. 심지어 설날 때도 학교에 남아 있었다. 건물 관리하시는 분과 단둘이 남아 술 한잔 기울였던 추억도 있다. 거의 서울대의 ‘지박령’이었다. 그만큼 학교에 애정이 깊고 이곳을 내 집 같다고 생각한다. 

Q. 대학생활문화원 리더십개발부장을 무려 10년간 역임했다.

A. 대학생활문화원은 재학생을 비롯한 학내 구성원들의 심리 상황 개선을 돕는 상담센터다. 그래서 심리학과, 사회복지학과, 사범대 교수들이 주로 리더십개발부장을 맡는다. 나처럼 공대 교수가 리더십개발부장을 담당한 사례는 이전에 없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명상과 수련을 많이 해서, 대학생활문화원에서 명상과 수련에서 중요시하는 ‘매 순간 깨어 있음’을 강조했다.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버는 것, 학점이 잘 나오는 것, 좋은 곳에 취직하는 것과 같이 성취와 결과에 관심이 많다. 그러나 마음의 안정 없이 성취에만 몰두하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그래서 마음에 평안을 주는 방법을 알려주고자 ‘매 순간 깨어 있음’을 언급한 것이다. 정신적으로 깨어 있기 위해서는 현존해야 하는데, 현존이란 내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아차리는 것을 말한다. 현존으로부터 심신이 안정되고, 어떤 일을 하더라도 깨어 있는 상태에서 집중할 수 있다. 

고상근 교수는 후학에게 “오직 평온한 상태에서만 삼매*에 빠질 수 있기에 마음의 평온과 안정을 찾으면 좋겠다”라는 격려의 말을 전했다. ‘도사’가 된 공학자의 인생 2막을 기대해 본다.

*메카트로닉스: 기계공학과 전자공학의 합성어로 기계 및 전자 분야의 하드웨어와 그것을 구동할 수 있는 프로그래밍 분야의 소프트웨어를 포함하는 융합형 학문.

*삼매: 불교에서 말하는 명상 상태, 정신 집중 상태를 이르는 말.

 

사진: 이호은 기자 hosilver@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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