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문을 나서며 | 졸업을 맞은 학생들의 이야기

손호영(법학전문대학원·박사 졸업)
손호영(법학과·박사 졸업)

대학원에 진학할 예정도, 의지도 없다고 호기롭게 장담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도외시했던 대학원 문을 절박하게 두드렸던 때는 한계를 선명히 느낀 이후입니다. 이 정도면 됐겠지, 충분하겠지 자신했던 공부는 단단히 뿌리내리지 못해 무참히 흔들렸습니다. 다시 처음으로, 기본으로 돌아가자, 마음을 다그쳐 잡으며 떠올린 해법이 학교였습니다. 그토록 부인하던 대학원생이 되고자 하는, 스스로 겸연쩍으면서도 부족함을 채우고 모자람을 메꾸기 위한 뼈저린 선택이었습니다.

입학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까지 어물어물했던 공부가 자세를 조금씩 잡아가기 시작한 것은 지도 교수님을 만나 뵙고 나서입니다. 첫 수업에서 발제했던 연방대법원 판례와 당시 품었던 의문들이, 문제의식이 가다듬어지고 정제돼 박사학위논문 주제로 발전한 것은 지금도 신기할 따름입니다. 단계를 넘어서고 도약할 수 있도록 여러 기회를 건네주시고 기다려주시며 넉넉히 제자를 이끌어주신 교수님께는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대학원에 적을 둔 지 올해로 정확히 10년이 됐습니다. 꼬박 10년을 채워 박사 학위를 받고 마침내 졸업합니다. 지난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았음을 증명한 듯해 다행입니다. 기쁨을 앞세우지 않고 들뜨지 않으려는 까닭은 혼자만의 성취가 아님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학교에 있었기에, 드문드문한 걸음으로나마 배움을 통해 공부와 궁리를 계속해나갈 수 있었습니다.

학교는 제게 든든한 받침이 돼 줬을 뿐만 아니라 놀라운 인연들을 마주하게 해줬습니다. 평일 수업의 밤늦은 세미나, 해마다 두 차례씩 원외에서 열리는 공법교실의 열기와 심도 높음은, 지금보다 더 나아가게 하는 치열한 연료가 돼 줬습니다. 

보다 더 나은 내일을 바라는 향상심(向上心)은 우리 학교 학우들의 가장 큰 덕목입니다. 지금도 학업에 매진하며 앞길을 헤쳐 나가는 학교에 계신 학우 여러분의 내일이 밝을 것을 믿어 의심하지 않습니다. 지금껏 켜켜이 쌓아온 시간과 노력의 지층은 굳건히 여러분의 알찬 자원이 될 것이니, 조금만 더 힘내시길 바랍니다.

학생이라는 오랜 정체성을 놓게 되면서 서운함이 남기도 합니다. 학문적 응석을 더는 부릴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에 책임감이 무겁습니다. 그래도 심사를 받을 때 논문 심사 위원님들께서 해주신 격려를 붙들고 용기 내 학문을 계속하고자 합니다. 실무와 이론이 원활히 연결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해보고자 합니다. 한 연구자로서 자리매김하고 설 수 있도록 도와주신 지도 교수님, 논문 심사 위원님들, 학우들, 그리고 곁에서 지지가 돼 준 아내와 가족들에 다시 한번 고마움을 표합니다.

 

손호영

법학과 박사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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