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문을 나서며 | 졸업을 맞은 학생들의 이야기

조민경(금속공예과 졸업)
조민경(금속공예과 졸업)

대학 생활 4년은 화이트 큐브에 어떤 그림을 걸지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하며 안목을 길러 나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앞으로 제 화이트 큐브에 어떤 그림이 전시될지 매우 기대가 됩니다.

미술대학 52동 앞 왕벚나무 아래에서 사색을 즐기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졸업을 한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습니다. 아마도 왕벚나무는 저와 같은 많은 학생과 작별 인사를 했겠네요. 봄날 벚꽃 아래에서 동기들과 나눴던 미래에 대한 막연함, 당장 현실에 마주한 과제와 작업에 대한 이야기들이 머릿속을 스칩니다. 그런 시간이 지나고 실기실에서 대학 생활의 대부분을 함께한 동기들, 선배들과 무사히 졸업 전시를 마쳐 기쁜 마음으로 졸업을 하게 됐습니다.

처음 금속공예 실기실을 마주한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큰 불 앞에서 금속에 열을 가하는 모습, 망치로 형태를 잡는 모습, 사포로 마감을 하는 모습…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려웠습니다. 금속을 다루는 일련의 과정들은 마치 제 대학 생활과도 같았습니다. 뜨겁게 무언가에 몰입하기도 하고, 금방 식어 버리기도 하고 마무리가 된 듯한 일에 마지막에 구멍이 나기도 했습니다. 여러 크고 작은 일에 울기도 웃기도 했지만, 이런 일렁이는 순간들이 모여 좀 더 단단한 사람이 됐다고 믿고 싶네요!

학교를 다니며 가장 많이 한 생각은 ‘어떤 일을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였습니다. 교내에서 여러 활동을 하며 내가 몰입해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모색했습니다. 다양한 활동 중 벤처 경영을 연합전공해 다수의 프로젝트와 사업을 해봤던 것이 진로를 결정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타 전공생들과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갔던 순간들은 그 무엇보다 생생한 학습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만난 열정적인 분들에게 많은 자극도 받고 힘도 얻어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됐습니다. 저도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네요.

졸업을 앞두고 있는 지금, 사회초년생으로서 설레면서도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더욱 많이 있다는 사실에 막연한 생각도 듭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함과 정체성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던 학부 생활이었지만, 졸업을 하고 무엇을 할지 고민했던 시간들이 무색하게 지금은 새로운 사회에 적응하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졸업은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하는 것임을 알게 됐습니다.

서울대에 대한 첫인상은 바람이 부는 겨울 소복한 눈이 쌓인 아크로 언덕길이었습니다. 꿈꿔왔던 학교에서 새하얀 눈에 발을 들여놓는 것은 너무나도 설레는 일이었습니다. 그런 발자취들이 쌓여 4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것이 너무나 행복하기도 아쉽기도 합니다. 마지막 학기와 졸업 전시 준비 기간 동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해 많은 시간을 학교가 아닌 집에서 보내게 돼 4년이 짧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당연하게 여겼던 캠퍼스에서의 사계절이 무척이나 그립네요. 학교 곳곳에서의 반짝이는 순간들을 힘들 때 꺼내 볼 수 있는 추억으로 소중히 간직하겠습니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대학 생활을 되돌아보고 감사한 마음을 표현할 수 있어서 너무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여러분 모두 학교생활 건강히, 그리고 즐겁게 하시길 바랍니다. 항상 응원합니다.

 

조민경

금속공예과 졸업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