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이들에게 | 졸업생에 전하는 응원과 격려

조하늘(동양화과·19)
조하늘(동양화과·19)

이 곡이 기억을 걷는 시간으로, 온전히 여러분에게 바치는 작은 연주이기를 소망합니다. 오직, 끝의 끝까지, ‘사랑’만이 ‘바쳐질 수 있는 마음’이라는 것을, ‘삶의 시간이 간직하는 앨범’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고마운 당신입니다. 하나뿐인 당신의 목소리를 이 세레나데에 초대합니다.

가장 낮은 것이 가장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듯 사랑은 넓고 단단하게, 이곳에서 무수한 순간을 품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함께한 시간, 아득히 버텨낸 추억, 보이지 않는 그리움, 쓸쓸한 눈짓과 깊은 몸짓, 낯선 설렘, 찰나의 영원 같은 후회가 묻어 있습니다. 젊은 우울과 절망, 이유를 알 수 없는 늙은 슬픔, 이해하고 싶었던 나의 불가해한 청춘이 얽혀 있습니다. 짧은 생처럼 스치는 그 사람의 생각, 아직 궁금하고 모르는 것이 넘치는 나의 긴 배움, 끝없는 호기심과 무지로 가득한 미완의 세상, 느끼고 싶었던 학(學)의 지혜가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습니다. 앎과 삶이 혼연일체로 가꾸는 통찰, 충만한 발화와 자신만의 육화가 깃들어 있습니다. ‘어둠을 비춰 빛을 바라보는 용기’와 ‘빛을 비춰 어둠을 바라보는 집념’이 하나로 연결된 시놉시스가 적혀 있고, 거짓말 같던 도전의 실천이 각인돼 있습니다. 가까이 펼쳐진 실수, 얕게 저버린 미련과 다채로운 공허함이 스며있습니다. 짧은 희열과 달콤한 기쁨, 색다른 무의미함, 나에 대한 미움과 애틋함까지 모두 담아냈습니다.

삶은 이렇듯 비우고 채워지는 각양각색의 음표가 만나 탄생하는 수많은 악보와 같습니다. 그것의 템포와 장단이 어떤지, 화음의 온점을 미리 내다볼 수 없는 당신의 오선지는 천천히 그 매력을 불러봅니다. 어떤 지극한 연주가 당신의 고유한 생을 기다리고 있는지 알 수 없으나, 그동안 당신이 스스로 토해낸 속도와 박자만은 ‘숙의 과정’을 거치고 있었던 것이 자명합니다. 과거의 음표는 자신의 멘토가 되고, ‘나’는 삶의 음들 속 멘티가 돼 호흡하는 소통의 멘토링에 최선의 진심을 다한 당신. 떠나갈 때의 완벽한 가득함은 없기에, 완벽하지 않아 더욱 기쁜 마음을 함께 나눠 가집니다. 

치열한 만큼 고통스러웠고, 만만치 않은 만큼 행복했던 당신의 노랫말은 아득하고 짧지만, 더없이 충만했으리라 믿습니다. 돌아보면 귓전에 맴도는 에코는 뜨겁게 극적인 순간이 아니라, 뿌옇고 멀면서 작은 노력으로 흘러갔던 잔잔한 미소가 아닐까요.

하나뿐인 삶에 운율을 만들어내는 사람은, 사무치게 ‘자신’이 되고자 합니다. 세련된 선율, 격정의 스타카토, 여리고 여린 구간들을 품어낼 당신의 운율이 궁금한 까닭은, 오직 ‘자신’에 대한 심지를 갖춘 당신입니다. 그리고 자신을 향한 신뢰와 격려에 인색하지 않은 넉넉한 여유입니다. ‘미지한 자신’으로 무궁히 나아가, ‘솔직한 자신’으로 돌아오자던 변함없는 울림만이 관통하는 당신을 들을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자신이라는 공명으로 세상을 안아내는 당신을 듣고 있노라면, 결국 끝은 또 다른 시작이 아니라, ‘끝과 끝’이라는 도돌이표입니다. 그러나 부지런한 당신의 도돌이표는 단 한 번도 같은 모양을 띠고 있지 않았습니다. 끝의 변곡점에서 한 뼘씩 단단히 멋있어졌고, 한 칸씩 질박해졌습니다. 자신을 잃지 않으면서, 채우고 나아가기 위해 노력했던 당신과 당신의 선택을 나는 ‘사랑’합니다. 꼭 끌어안아, 축하와 긍정을 전합니다.

이별의 소중함을 누리며, 풍성함의 숨결을 베풀고 가는 이의 곧은 뒷모습은 선명한 아름다움으로 새겨집니다. 다시 어딘가에서 ‘새로운 앞면’이 될 희망의 당신, 우리에게는 지난 세월 동안 당신이 ‘켜켜이 쌓은 뒷면’을 간직할 수 있다는 행복이 남아있습니다.

생생히 좋은 것만 안고, 좋은 것만 남기고 떠나는 이의 모습을 ‘자유와 응원’으로 그립니다. 살며시 내려앉은 음악의 ‘잔향’은 여러분의 삶을 위해 빚어낸 ‘온기’입니다. 부디, 이 편지와 LP를 두 손에 꼭 간직해주세요.

언제나 한 장의 턴테이블 위에 놓인 끝의 끝, ‘당신이라는 세레나데’.

 

조하늘

동양화과·19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