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생 인터뷰 | 언어학과 18학번 최하영 씨

지난 6일(금) 학내 카페에서 최하영 씨(언어학과·18)를 만났다. 이슬반 학생회장, 문화자치위원회장 등을 역임한 최하영 씨는 입학한 지 7학기 만에 학부를 졸업하고, 다음 학기부터는 학·석사 연계과정에 따라 대학원생 신분으로 학교를 다니게 된다. 이외에도 영어영문학, 과학기술학과 같은 다양한 전공을 경험하며 풍부한 캠퍼스 생활을 해온 그는 “결코 만만한 과정이 아니었기에 끝내 해냈다는 기쁨도 크지만, 길어지는 비대면 상황에서 학부 생활을 끝내려니 아쉬움도 있다”라며 졸업을 맞이하는 시원섭섭한 마음을 드러냈다.

 

흥미가 생기면 맨발로 뛰어드는 사람

최하영 씨는 2018년 인문계열로 서울대에 입학했다. 최 씨는 인문대 집행부와 이슬반 학생회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학생회 일에 뛰어들었다. 그는 “후에 진입할 학과의 구성원이 단과대 내 16개의 반에 흩어져 있다 보니 인문대 공동체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다”라며 학생회 활동을 시작한 계기를 회상했다. 최 씨는 “엊그제 리모델링된 인문대 7동을 지나다가 남학생 휴게실을 봤다”라며 “원래는 여학생 휴게실만 있던 곳에 추가로 생긴 건데, 내가 단과대 운영위원회(단운위) 소속 위원이었던 시절에 의결됐던 사항이라 뭔가 뭉클했다”라고 그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또한 최 씨는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으로 2018년 여름방학부터 시작한 문화자치위원회(문자위) 활동을 꼽았다. 최 씨는 문자위 장을 맡으면서 학내 각종 단체의 문화 예술 활동에 학생회비 일부를 지원하고,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앨범을 제작했으며 여러 분야의 원데이 클래스를 여는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했다. 그는 “규모가 큰 예산을 책임 있게 운영하는 법을 배우고, 학생들의 음악을 앨범으로 제작하는 사업을 해마다 진행하면서 많은 보람과 즐거움을 느꼈다”라고 밝혔다. “문자위는 언제나 문화를 사랑하는 학우들을 위해 일할 준비가 돼있을 것이다”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문자위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학생회 활동은 온전히 학생들의 의지와 노력으로 쌓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빛나고 의미있는 것 같다”라고 말하는 그에게 위와 같은 경험들은 값진 기억으로 남은 듯했다.

기자가 본 최하영 씨는 편의보다는 소신을 택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강의 평가에 연연하며 높은 학점을 받을 수 있는 교양 과목, 소위 ‘꿀강’만을 좇기보다, 강의계획서를 신중히 보고 본인이 원하는 내용이라면 주저하지 않고 택했다. 강의가 전체적으로 좋은 것과 배우는 내용이 좋은 것은 별개라고 생각한다며, 최 씨는 후자를 기준으로 ‘음악의 원리’, ‘민화의 기초’, 그리고 그 외 다양한 언어학과 교양들을 추천했다. 

그는 전공 역시 자신의 흥미에 대해 찬찬히 고민하고 선택했다. 최 씨는 대학에 와서 전공 진입 설명회를 듣고 언어학의 매력에 빠져들었으며, 부전공으로는 영어영문학과 과학기술학(연계 전공)을 이수했다. 최 씨는 “어학 과목들은 언어학과 수업과 비슷하면서도 초점이 다른 부분이 있어 재미있게 수강했고, 문학 과목들을 통해서는 다채로운 텍스트를 감상하고 분석하면서 인문학적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라고 영어영문학 공부의 소감을 밝혔다. 또한 전공을 어떻게 살릴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그는 언어학의 응용 분야에 대한 식견을 넓히고 싶다는 생각에 과학기술학을 부전공으로 신청했다. 최하영 씨는 이를 통해 과학을 사회적·역사적 맥락에서 관찰할 수 있었고, 과학 연구와 기술 개발의 상호작용에 대해 알아갔다. 그는 “복잡하고 불확실성이 큰 주제에 대해 정부와 대중이 제대로 소통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도 중요한 일인지 느끼게 됐다”라고 말했다.

재학 중 하지 않아서 아쉬웠던 것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최 씨는 “저학년 때부터 다양한 분야의 학회들에 관심이 많았지만 결국은 하나도 못하고 졸업하는 것이 아쉽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그 시간에 다른 일들을 하면서 얻은 것이 있고, 나 역시 학회를 했던 사람들만큼 나만의 걸음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으므로 후회는 없다”라고 말하는 최하영 씨의 모습에서 자신의 삶과 지금까지의 선택에 대한 확신이 느껴졌다.

 

예술과 낭만을 사랑하는 마음

인터뷰를 하며, 최하영 씨는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그는 2018년 2학기에 BAB라는 어쿠스틱 밴드에서 활동했다. 최 씨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곡을 선정해 편곡하고, 연주했다”라며 “크고 작은 실수로 부끄러웠던 순간들조차도 이제는 가장 사랑하는 기억으로 남았다”라고 말했다. 키보드 포지션을 맡았지만 퍼커션도 치고 코러스도 넣는 등 열정적인 활동을 이어간 그는 정기 공연뿐만 아니라 버스킹, 단과대 새터 공연도 하면서 낭만적인 시간들을 보냈다. 최 씨는 “체육 교양조차도 음악과 관련된 ‘댄스 스포츠’를 들었다”라고 말하며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는 졸업 직전 마지막 계절 학기에 미술 실기 수업인 ‘민화의 기초’를 수강하기도 했다. 직접 벼루에 먹을 갈아 그림을 그리며 즐거운 경험을 했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예술을 즐기고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더불어 그는 재학 중 제일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로 2020년 1월 ‘SNU in Australia’에 참여했던 기억을 꼽았다. 호주 브리즈번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그는 “예전에 살았던 중국을 제외하고, 새로운 문화에 발을 담가보는 설렘을 처음으로 경험했다”라고 회상했다. “각종 강연과 체험활동도 흥미로웠고, 프로그램에서 만나는 친구들, 조교님들, 교수님과 좋은 음식, 멋진 풍경을 만끽하는 것도 너무나 행복했다”라고 말하는 최 씨에게 호주에서의 기억은 입국하자마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시작돼 그런지 더욱 소중하고 애틋한 추억으로 남았다. 최하영 씨의 대학 생활은 예술과 낭만, 그리고 도전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다양한 것들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자신의 삶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이 엿보이는 시간이었다. 

 

어른으로서 첫단락의 마무리, 졸업

최하영 씨는 “스물네 살이 되고 졸업 때가 다가오니 이제는 부정할 수 없는 어른이라는 생각이 든다”라며 졸업의 소감을 밝혔다. 그는 전공을 살려 진로를 정하고 싶다는 고민의 결과로 학·석사 통합 과정을 택했고, 대학원생으로 학교에 남아 이것 또한 직업이라는 마인드로 매사에 성실히 임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이후 박사과정에 진학하든, 석사 졸업 후 취업하든 본인이 해온 공부에 준하는 기량을 발휘하고 싶다고 밝힌 최 씨는 “언어학은 인문학적 근본을 탐구하는 성격도 강하고 응용 방향도 정말 다양하다”라며 “대학원에 진학하는 지금이야말로 눈앞에 수많은 가능성이 펼쳐져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미래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졸업할 즈음 지금의 본인은 입학할 때의 본인과 어떤 점이 달라졌다고 생각하는지 묻자 최하영 씨는 “훨씬 씩씩해진 것 같다”라고 답했다. 그는 처음에는 동기들보다 일 년 늦게 들어온 데다 전공도 정해지지 않아 괜히 주눅이 들기도 했지만, 다양한 관계 속의 ‘내 자리’를 잡아가고 전공 분야를 찾으면서 마음이 편해졌다고 했다. 최 씨는 “졸업요건을 챙기기도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라고 말하며 두 개의 부전공을 듣고 학·석사 연계 과정을 택할 수 있었던 것도 미리 필요한 수업을 많이 들어둔 덕분이라고 밝혔다. 그는 “입학할 때는 흰 종이였지만 이제는 바탕색이 칠해진 기분”이라며 “대학원 과정을 마칠 때쯤이면 더 많이 성장해있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최 씨는 후배들을 향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다면 학교에서 제공하는 각종 프로그램들을 적극 활용해보는 것도 좋다”라고 말했다. “한창 고민이 많고 방향을 잡기 어려워하던 저학년 시절, 교수학습개발센터(CTL)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학습 유형 검사와 대학생활문화원 심리검사를 해보기도 하고, 방학 때는 진로설계 집단상담, 대인관계 향상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기억이 난다”라며 “모두 나를 찾아가는 과정에 큰 힘이 됐다”라고 회상했다. 또한 최 씨는 교수님께 말 걸기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는 교수님과의 면담을 통해 언어학과에 대한 지식과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다며, 후배들에게 학업과 진로에 대한 고민이 있다면 교수님께 면담 신청을 해보는 것도 좋다고 이야기했다. 교수님을 비롯한 여러 학과 구성원들에게 많이 의지했다고 밝힌 최 씨는 “많은 이의 도움과 응원 없이는 여기까지 오기 힘들었을 것 같다”라며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끝으로 대학에서 얻어가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최 씨는 주저 없이 ‘나’를 얻어가는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즐거운 일도 있었고 힘든 일도 있었지만, 이 모든 것을 견디고 이끌어나가는 것은 나”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독립적 존재로서의 나를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왠지 모를 단단함이 느껴졌다. 대학원 진학 이후의 계획은 열어둔 채로 남겨두고 있는 최하영 씨의 자기 고민은 계속되겠지만, 이는 무엇보다 치열한 만큼 값질 것이다. 끝이자 새로운 시작이 될 그의 졸업을 축하하고 응원한다.

(사진 제공: 최하영 씨) ▲문을 활짝 열고 나아갈 최하영 씨의 앞날을 응원한다.
(사진 제공: 최하영 씨) ▲문을 활짝 열고 나아갈 최하영 씨의 앞날을 응원한다.

 

 

사진: 이호은 기자 hosilver@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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