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목) 해군 여성 중사가 성추행과 2차 가해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5월 22일 공군의 여성 중사가 성추행과 지속적인 2차 가해로 극단적 선택을 한 지 불과 석 달도 지나지 않아 일어난 일이다. 정부와 군은 당시 성범죄 부실 대응과 미흡한 수사 과정에 대해 사과하며 엄중한 처벌과 병영 문화 개선에 힘쓰겠다고 발표했으나, 또 한 차례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실질적으로 개선된 것이 없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에 근본적인 문제로 폐쇄적 군대 문화와 군대 내 성 감수성의 부족, 피해자 지원 시스템의 부재 등이 지적되면서 군대 내 성범죄 문제를 군의 자정 노력에만 맡겨둬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군 성범죄 피해자는 군 내부의 폐쇄적 문화로 성폭력 사실을 고발하더라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다. 해군은 5월 27일 피해자의 피해 사실을 보고받았음에도 피해자가 외부에 사건이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70일이 넘는 시간 동안 사건을 방치했다. 유족 측 주장에 따르면, 피해자는 신고 이후 상관으로부터 사건을 무마하자는 회유와 심지어는 업무 배제, 진급과 관련된 협박을 받기도 했다. 지속해서 발생하는 군대 내 성범죄 사건에서 군은 피해자를 보호하고 적극적으로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이 아닌, 조직을 보호한다는 이유 아래 사건을 축소하고 은폐하려는 태도를 보여왔다. 이 때문에 많은 성범죄 피해자는 인사상 불이익과 보복을 우려해 정식 신고를 택하기보다 군 인권센터나 성 고충 상담관의 상담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군은 피해자가 정식 신고를 통해 구제받을 수 있도록 성범죄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군의 폐쇄적 문화 속에서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정식 신고 이전에도 피해자에게 법률·심리 상담 등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고 가해자와의 분리 및 2차 피해 방지가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기구 마련 등의 방안을 속히 논의해야 한다.

무엇보다 앞으로의 군대 내 성범죄 문제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폐쇄적인 병영 문화가 개선돼야 한다. 현재의 폐쇄적이고 강압적인 문화 속에서 군은 성범죄가 발생하더라도 이에 대해 적극적인 조치를 행하지 않고 있다. 이는 여성 군인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뿐 아니라 동성 간의 성범죄, 상관의 폭행·폭언 등 심각한 인권 침해 문제로 이어진다. 군대 내 제도적 시스템이 마련되더라도 인권 침해와 성범죄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태도와 문화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범죄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따라서 군은 모든 구성원의 성범죄 대응 매뉴얼에 대한 이해·숙지와 더불어 군 내 인권 감수성 향상을 위한 교육 정비에 힘써야 한다. 정부 역시 군 내 인권 문제를 지속적으로 살피고 개입할 수 있는 독립적인 군 인권기구 설치 등의 방안을 통해 인권 친화적인 병영 문화 형성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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