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6일 관악사학생생활관(관악사)에서 청소노동자 A씨가 심근경색으로 숨지는 일이 발생한 후, 관악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 사건을 조사한 고용노동부는 업무와 관련 없는 △필기시험 실시 및 시험성적의 근무 평가 반영 관련 의사 표시 △복장 점검과 품평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오세정 총장은 재발 방지 및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하며 지난 5일(목)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비서공)과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서울대 시설분회가 주최한 노동자 처우 개선 요구 연서명 전달 기자회견 이후 관악사 노동자 및 유족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번 사건은 관악사 안전관리팀장이 청소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필기시험 시험지가 언론에 공개되며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관악사는 필기시험 실시가 청소노동자들이 관악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함이었을 뿐, 갑질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필기시험은 청소 업무와 무관한 질문들을 포함하고 있었으며, 이마저도 사전 공지 없이 진행됐다. 일부 노동자는 글을 읽거나 쓸 줄 몰랐지만 시험 문제를 풀어야 했다. 안전관리팀장은 갑질 의혹에 대해 고인이 생전에 필기시험에 대해 긍정적이었으며, 시험 결과로 노동자에게 면박을 준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학교는 노동자들이 창피함이나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는 상식적인 측면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 청소노동자들의 복장에 대한 품평이나 박수치기와 같은 것은 말할 나위 없다.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모든 학내 구성원들이 노동자들을 존중하고 그들과 공감할 수 있도록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은 폭언이나 폭행이 있어야만 성립되는 것이 아니다. 

존중과 공감, 주의 환기에 더해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제도적 보완책 역시 필요하다. 비서공 정초하 집행부원(고고미술사학과·19)은 기자회견에서 “사과는 사건의 종결이 아닌 책임의 시작이어야 한다”라며 “말뿐인 사과에 지나지 않도록 우리는 끊임없이 경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본부는 고용노동부의 지도 사항인 △조직문화 점검 △재발 방지 계획 수립 △직장 내 괴롭힘 예방 교육을 충실히 이행하고 이에 따른 제도적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피해를 증언한 노동자에 대한 보호 조치도 있어야 한다. 간담회에서 유족은 “용기 내 증언해주신 노동자들이 정년까지 직장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달라”라고 당부했다. 정기적으로 익명 설문을 시행하거나 신고자의 신변이 보장될 수 있는 신고체계를 만드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노동자 처우를 둘러싼 본부와 노동자의 입장 차이를 줄이기 위한 대화의 장이 지속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서로 간의 소통의 자리를 마련해 신뢰를 구축하고,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들을 만들어야 서울대가 진정한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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