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NC)가 선을 세게 넘었다. 아니다. 선은 예전부터 계속 넘고 있었고, 그나마 일부 게임 유저들이 선을 넘을 때마다 새로운 선을 그어주었는데 더는 선을 그어줄 수 없게 된 수준까지 온 것 같다. 지난 26일(목) NC가 출시한 게임인 블레이드&소울2(블소2) 때문이다. 

블소2는 이름 그대로 블레이드&소울(블소)의 후속작이다. 블소는 NC에서 2012년에 출시한 무협풍 MMORPG로 당시 나왔던 MMORPG 중에선 이례적으로 액션성을 강조해 많은 인기를 누린 게임이다. 하지만 NC의 행보를 봐왔던 사람이라면 블소2가 출시된다고 했을 때부터 이 게임에 대한 기대를 전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근데 바닥 밑에는 지하가 있었다. 홍보 영상에서 보여주었던 캐릭터 그래픽에 비해 실제 게임 내의 그래픽의 퀄리티가 떨어지는 등 문제가 있었지만 사소한 것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게임이 애초에 ‘블소’가 아니었다는 점에 있다. 뚜껑을 열어보니 블소2는 블소의 후속작이 아니라 겉모습만 블소인 ‘리니지’였다. 블소2의 시스템은 같은 회사 게임인 리니지의 시스템을 복사, 붙여넣기 한 수준이었다. 리니지는 NC의 대표 게임으로 현존하는 그 어떤 MMORPG보다 유저 간 전투를 통한 경쟁을 유도하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이권이 게임 곳곳에 영향을 미치도록 설계된 게임이다. 그 결과 게임 내에서는 극도의 스펙 경쟁이 일어나고 게임사는 성장을 위한 유료 재화를 끊임없이 제공하면서 유저의 과금을 반강제하는 특징을 지닌다. 이러한 시스템이 상대적으로 액션성과 던전 및 보스 공략에 강점이 있는 블소와 어울릴 리가 없다. 당연히 유저들의 비판은 줄을 이었다. 시장 성적 역시 처참하다. 예상보다 저조한 접속률과 유저의 반응으로 인해 발매일에 NC 주가는 급락했고, 다음날에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문제는 NC가 이런 일을 벌인 게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불과 몇 달 전 출시한 게임인 ‘트릭스터M’에서도 똑같은 문제가 일어났다. 트릭스터M은 ‘트릭스터’의 모바일 버전으로 개발된 게임이었다. 트릭스터는 아기자기한 그래픽이 인기인 캐주얼한 게임이었다. 그런데 이 게임의 모바일 이식작이 나오고 보니 이번 블소2처럼 시스템을 리니지에서 그대로 베껴온 것이었다. 트릭스터의 아기자기한 게임성과 리니지의 시스템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당연히 유저들의 반발은 거셌고 게임 실적도 저조했다.

올해는 한국 게임 유저의 분노가 어느 때보다도 집단행동으로 표출된 해였다. 게임사를 향한 연쇄적인 트럭시위 등으로 인해 대형 게임사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NC 역시 ‘리니지M’의 부적절한 운영으로 인해 유저들의 거센 저항을 불러왔다. 불과 몇 달 전에 유례없는 반발을 겪고도 이런 일을 두 번이나 저질렀다는 것은 유저와의 신뢰 문제도 물론이거니와 NC의 시장 감각마저 떨어진 것이 아닌지 의심하게 한다. 모든 게임 유저를 ‘린저씨’화 하려는 NC의 야망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알 순 없지만 트릭스터M과 블소2의 실패는 이런 야망이 이뤄질 수 없는 꿈임을 증명했다. 이제는 게임다운 게임을 만들 때다. 

여동하 간사

삽화: 정다은 기자 rab4040@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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