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연 기자(사회문화부)
최다연 기자(사회문화부)

어렸을 때부터 남들을 웃기는 것이 즐거웠다. 초등학생 때, 나더러 너무 재밌다며 개그우먼을 해보라는 친구의 우스갯소리에 잠시나마 코미디언의 꿈을 꾸기도 했다. 자라면서 남들을 웃기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차차 알게 됐다. 나만 아는 농담은 재미가 없고 너무 뻔한 농담은 금방 질린다. 다른 사람을 웃게 하려면 그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그가 생각지 못한 재치 있는 아이디어와 적절히 버무려야 한다. 남을 웃기려 열심히 시도하고 대부분 실패하며, 그 어려운 일을 직업으로 삼은 코미디언들에 대한 존경심을 갖게 됐다. 

어느 순간 TV에서 새로운 코미디언을 보기 어려워졌다. SBS 〈웃찾사〉와 KBS 〈개그콘서트〉가 모두 폐지되는 것을 보며 그 많던 코미디언들은 어디로 갈지 걱정했다. 그리고 2021년, 잊고 지냈던 코미디언들을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에서 다시 만났다. 공개 코미디 방송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공채 출신 코미디언들이 유튜브에서 쫀득한 연기로 많은 이에게 웃음을 주고 있었다. 첫 특집 소재가 도저히 떠오르지 않아 머리를 식히기 위해 ‘피식대학’을 보다가 불현듯 유튜브에서 활동하지 않는 코미디언들은 무엇을 하는지, 〈개그콘서트〉 같은 공개 코미디를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은 없는지 의문이 들었고, 여기서 내 『대학신문』 첫 특집이 출발했다.

생각보다 많은 분이 초짜 기자의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 주셨다. 코미디 사업을 개척하려는 포부를 가진 기획자부터, 소극장 공연과 유튜브 채널 운영까지 병행하던 코미디언들까지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코미디의 발전을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공개 코미디 형식은 코미디 장르의 한 종류일 뿐이라는 것을 배웠다. 극 형식의 코미디 외에도 만담이나 슬랩스틱 등 코미디는 다양한 세부 장르를 갖춘 하나의 예술 장르다. 〈개그콘서트〉의 폐지가 오히려 지상파 공개 코미디라는 틀을 벗어나 더욱 다양한 코미디 장르가 발전할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기사에 담지 못한 이야기들이 많아 아쉽다. 예능의 흐름이 버라이어티로 넘어가며 공개 코미디 방송의 코미디언들을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 활용하기 어려웠던 〈웃찾사〉 PD님의 고충, 코너가 반려되면 다른 이들의 코너에 얼굴이라도 잠깐 비춰야 출연료를 받을 수 있던 〈개그콘서트〉 코미디언들의 속사정 등, 공개 코미디 방송의 30년 흥망성쇠 속에는 다양한 이들의 땀과 눈물이 배어있었다. 하지만 공개 코미디 방송의 끝이 코미디의 끝은 아니다. 여전히 코미디언들은 다양한 무대에서 자신의 코미디를 펼치고자 노력하고 있다. 우리를 웃기는 이들의 열정은 결코 우습게 볼 수 없다. 요즘 웃을 일이 없다면, 한 번쯤 코미디언들의 콘텐츠를 찾아 보는 건 어떨까? 예상 밖의 큰 웃음을 터뜨리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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