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담론’의 함정
‘공정 담론’의 함정
  • 대학신문
  • 승인 2021.08.29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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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헌(자유전공학부·14)
최주헌(자유전공학부·14)

'공정’은 이제 시대정신의 반열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지사 지지 모임 ‘성장과 공정 포럼’부터 윤석열 후보 출마 선언의 구호인 ‘공정과 상식으로’까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유력 대선 후보들이 ‘공정’을 자신의 브랜드로 내세우고 있다. 30대 당대표 신드롬을 일으킨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저서는 『공정한 경쟁』이다.

공정은 ‘정의’나 ‘선’과 같이 당연히 좋은 것이다. 무엇이든 공정해야 한다는 것에 어떻게 반대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정의나 선과 마찬가지로 공정은 모호한 개념이다. 공정을 둘러싼 담론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현재의 맥락에서 공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물어야 한다. 2018년의 올림픽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 논란, 2019년의 ‘조국 사태’, 2020년의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정규직화 논란(‘인국공 사태’), 그리고 2021년의 이준석의 당대표 당선까지 해마다 ‘공정 담론’의 상징적인 사건들이 일어났다. 이 사건들에서 드러난, ‘공정 담론’이 말하는 불공정은 무엇인가?

첫째, 공익을 위해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불공정하다. 이것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사건은 남북 단일팀 구성 논란이다. 남북 평화라는 공익을 위해 대한민국 선수들의 4년간의 노력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인국공 사태에서도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이라는 공익과 힘든 입사 과정을 거친 정규직이 가지는 권리의 대립 패턴이 발견된다. 

둘째, 절차적으로 정당하지 못한 사회적 자원의 분배는 불공정하다. 조국 사태에 대한 사람들의 분노는 그들이 엄청난 사회적 자원이 걸려 있는 입시 절차의 정당성이 훼손됐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인국공 사태에서의 반발 역시 비정규직들이 정규직들이 거쳤던 엄격한 입사 절차를 면제받았기 때문에 나타났다.

그러나 공정 담론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 있다. 절차적 정당성을 보장하는 것은 시험이고, 소수자·약자는 시험을 통해 획득하는 권리를 공익의 이름으로 위협한다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주변에서 이와 비슷한 주장을 흔히 들어봤을 것이다. 그러나 시험이 항상 공정함을 보장하진 않는다. 『조선일보』의 2018년 기사에 따르면 고3 학생 82%가 정시가 수시보다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2017~19학년도 서울대 입학생 자료에 의하면 강남 학생이 정시 입학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수시 일반전형에서보다 2배 이상 높다. 정시는 수시보다 고소득층에게 유리하며 학업능력을 더 정확히 평가하는 것도 아니다. 수능은 표면적으로는 모두가 동일선상에서 경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지역 인프라와 소득에 따라 성적이 크게 좌우되는 시험이다.

이준석 대표를 비롯한 일부는 많은 소수자·약자가 경쟁할 충분한 기반을 갖췄음에도 정책적 우대를 받으며 공정을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으로 ‘경쟁 무임승차자’로 지목되는 여성에 대해, 이준석 대표는 여성 차별은 ‘어머니 세대 얘기’이며 현재 남녀는 평등한 기회를 가진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OECD 국가 중 최대고 이는 일정 부분 채용 단계에서의 차별에 기인한다. 2019년 김창환, 오병돈의 연구에 따르면 전공이나 학벌, 호봉 등 인적 자본 요소를 통제해도 남녀의 졸업 후 2년 내 소득은 상당한 차이가 난다. 고용시장의 구조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고려는 반드시 필요하다.

‘공정 담론’에 공감하는 사람들은 내 주변에도 많다. 시험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던 사람들이 경쟁의 공정성에 대한 믿음을 가지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정당한 절차’의 표면적 공정성 뒤에 숨은 불평등을 시정하려는 노력을 불공정으로 치부하기 전에 구조적 차별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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