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제도 도입 등을 골자로 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언론중재법)을 통과시키고 본회의 통과를 공언하고 있다. 언론중재법은 최근 논란이 더해지고 있는 이른바 ‘가짜뉴스’에 대한 대응 입법으로 논의가 시작됐으나, 구체적인 입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소관 상임위원회를 거치는 동안 매 회의에서 야당의 반대 및 불참 속에 여당 단독으로 안건 처리를 강행했다. 언론 자유 침해와 악용 가능성을 우려하는 강한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졸속 통과를 거듭한 것이다. 특히 여당은 상임위 안건조정위에서 사실상 범여권인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을 야당 인원으로 배정해 ‘꼼수’ 논란을 자초했다. 이는 여야 동수로 법안을 숙고하도록 한 국회법의 취지를 무시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여당이 대선을 앞두고 지지층 결집을 위해 무리하게 단독 처리를 강행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여당의 이러한 행태는 법제사법위원회 심사와 표결 과정에서도 반복됐다.

내용상 허점도 지적되고 있다. 허위·조작 보도의 개념과 고의·중과실 추정의 기준이 모호하고, ‘기사 열람 차단 청구권’과 같이 악용 가능성이 높은 조항이 포함돼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부당하게 침해될 우려가 있다. 기사 열람 차단 청구권과 유사한 ‘인터넷 임시조치 제도’에 대해서는 기업이나 정치인,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공인 등에 의해 ‘입막음 수단’으로 남용돼 인터넷상의 정당한 의사 표현과 정보 전달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언론중재법으로 인해 인터넷 임시조치 제도의 문제점이 그대로 언론 보도로 확대돼서는 안 될 것이다. 언론 대항력이 약한 일반 시민이 언론의 부당한 보도에 의해 피해를 입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취지와 달리 정치인과 기업, 사학법인 등에 대한 정상적인 취재와 탐사 보도가 위축될 소지가 다분하다. 더구나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겠다는 공약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입법이기도 하다. 기사 열람 차단 청구권 등 일부 독소 조항을 전면 재검토하고 허위·조작 보도의 개념, 고의·중과실의 개념을 명확히 해 사회적 공감대를 확보할 수 없다면 지금이라도 폐기돼야 하는 입법이다.

여당의 무리한 입법도 문제지만, 허위·조작 보도를 일삼은 일부 언론이 논란을 자초한 것도 사실이다. 언론중재법과 같은 언론의 자유를 해칠 가능성이 있는 법률의 입법이 정치권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상황은 그만큼 언론개혁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졌다는 점을 방증한다. 그러므로 언론계는 언론 불신에 대해 책임을 절감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언론개혁을 위해 필요한 조치들은 과감히 수용하고, 보도와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소지가 있는 조항은 단호히 거부하면서 허위, 왜곡 보도를 근절하고 언론 대항력이 약한 일반 시민의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합리적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