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 놀러오세요, 덕후의 숲

‘덕후’는 엄청난 열정을 가지고 한 분야에 몰두하는 사람을 뜻한다. 이 단어는 일본에서 유입된 ‘오타쿠’라는 단어에서 유래돼 초기에는 부정적인 뜻으로 사용됐으나, 현재는 ‘한 분야에 깊게 빠져 전문가가 된 사람’과 같은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대학신문』이 특정 활동에서 취미를 넘어 엄청난 열정을 보여주는 서울대 덕후들을 만나 그들의 이색적인 활동에 대해 들어봤다.

 

서울대에 가상 캠퍼스가?

(사진 제공: 안민규 씨)
(사진 제공: 안민규 씨)

최근 학내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다. 바로 ‘마인크래프트’라는 게임을 통해 관악캠퍼스를 구현하는 ‘Build The SNU’(BTS) 프로젝트다. 마인크래프트는 이용자가 자유롭게 블록을 쌓아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샌드박스 형식의 게임이다. 안민규 씨(전기정보공학부·20)는 마인크래프트에 푹 빠져 엄청난 규모의 서울대를 게임 속에 구현하고 있다.

안 씨는 재학 중이던 고등학교의 내·외부를 3개월에 걸쳐 마인크래프트에 완벽히 구현하면서 덕후의 기질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대학 진학 후에도 서울대를 게임 속으로 옮기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고등학교 건물을 지을 당시엔 건축 후 특별한 활동을 하지 못했으나, 이번 BTS 프로젝트에서는 마인크래프트의 오픈 월드 특성을 살려 더 많은 사람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게임 속에서 서울대를 구현하는 과정은 ‘정성’과 ‘노력’ 그 자체였다. 관악산에 위치한 캠퍼스의 지형을 정확히 반영하기 위해 고도맵을 이용하고, 현실과 게임 속 건물의 비율을 1:1.5로 맞추기 위해 위성 사진도 이용했다. 건물을 세우기 위해 로드뷰를 참고하고, 자료가 없는 곳은 직접 사진을 구해 게임 속에 구현했다. 물론 이렇게 정교한 방법을 찾기까지 수차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안 씨는 “처음에는 건물의 길이를 측정하기 위해 수치를 일일이 계산하고, 건물도 너무 크게 만들어 다시 짓기도 했다”라며 실패했던 당시의 기억을 되짚었다. 지금은 안 씨의 프로젝트를 돕기 위해 여러 사람이 에브리타임을 통해 모여 힘을 보태고 있다. 현재 BTS 프로젝트는 약 14% 진행됐고, 올해 안에 제작을 완료하는 것이 목표다.

안 씨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해 학교에 등교할 수 없는 상황이 아쉬웠다”라며 가상세계에 캠퍼스를 구현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그는 “비대면 행사들의 한계를 느껴 가상 캠퍼스에서 더 활발한 행사가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라며 “프로젝트가 끝나면 가상 캠퍼스에서 학교 행사, 술래잡기와 같은 다양한 콘텐츠를 진행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덧붙여 그는 “이용자들이 게임 내에서 더욱 쉽게 가상세계를 구현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직접 제작하고 싶다”라고 말하며 거대한 청사진을 그렸다.

 

바닷속의 세계를 찾아서

(사진 제공: 조재원 씨)
(사진 제공: 조재원 씨)

수면 아래 세계에서 아름다움을 찾아 떠나는 덕후도 있다. 바로 스쿠버다이빙 덕후가 된 조재원 씨(경제학부·15)다. 그는 군대에서 처음 스쿠버다이빙을 접했다. 처음 공기통을 메고 서해에 들어갔을 때는 빠른 유속 때문에 두려움이 앞섰지만, 물속에서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이 신기해 스쿠버다이빙에 빠졌다. 그래서 군 휴가를 모아 아버지와 함께 필리핀에서 본격적으로 스쿠버다이빙을 시작했다.

그의 경력을 살펴보면 그가 얼마나 스쿠버다이빙에 몰두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가 바닷속으로 들어간 횟수는 벌써 150회에 이른다.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심지어 홍콩으로 교환학생을 가서까지 스쿠버다이빙을 했다. 울릉도, 동해, 제주 등 국내 바다 역시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 여러 동호회에 가입해 스쿠버다이빙을 하고, 교내에서는 스쿠버다이빙 동아리 ‘수중탐사대’의 회장직을 맡을 정도로 열심히 활동했다. 

수중에서 멋진 풍경을 감상하다가 위험에 빠질 뻔한 적도 있다. 동해의 40m 말미잘 군락에서 질소 마취*가 왔지만, 파트너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그럼에도 그가 스쿠버다이빙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바다가 주는 엄청난 매력 때문이다. 수족관에서는 보지 못하는 엄청난 규모의 물고기 떼와 독특한 물속 지형, 꽃처럼 광활하게 펼쳐진 산호초를 볼 수 있는 것은 스쿠버다이빙만이 줄 수 있는 경험이다. 조 씨는 “물속 풍경을 보는 것이 중독성이 강해서 그런지 많은 사람이 그 매력에 빠진다”라며 스쿠버다이빙 덕후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 역시 이런 매력에 빠져 앞으로도 동굴 다이빙, 난파선 다이빙 등 여러 종류의 스쿠버다이빙을 배우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의 열정은 다른 사람들에게 스쿠버다이빙의 매력을 알리고 싶은 마음으로 이어졌다. 그는 이미 지인들에게 스쿠버다이빙을 가르쳐주기 위해 강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조 씨는 “장애인분들에게도 물속에서 누릴 수 있는 자유로움을 알려주고 싶다”라며 장애인 스쿠버다이빙 강사 자격증을 딸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그는 자신의 스쿠버다이빙 실력을 살려서 장애인을 위한 봉사활동을 할 계획이라며 멋진 포부를 밝혔다.

 

서울대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덕후들이 활동하고 있다.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에 몰두하는 덕후들의 이야기가 아직 잠재된 능력을 발견하지 못한 덕후들을 발굴해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질소마취: 수심이 깊어짐에 따라 체내에 녹아드는 질소의 분압이 높아지면서 마취 효과가 나타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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