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주 교수(컴퓨터공학부)
김형주 교수(컴퓨터공학부)

바야흐로 AI와 Data의 시대가 열린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다양한 전공을 가진 서울대 학생들의 AI·Data 분야에 관한 관심은 폭발적이다. 작년부터 서울대에는 학부와 대학원에 AI·Data 분야를 공부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과정이 설치됐다. 컴퓨터공학부의 정원도 미흡하나마 55명에서 70명으로 늘었고, 컴퓨터공학부를 복수전공과 부전공으로 택하는 110명, AI 연합전공 100여 명, 반도체AI 연합전공 60여 명, 자유전공학부에서 컴퓨터공학으로 진입한 40여 명의 학생 등 올해부터는 매년 400여 명의 학부생에게 AI·Data 분야를 공부할 기회가 확대됐다. 

AI·Data 분야의 교육 기회가 확대된 것은 4차 산업혁명의 길목에서 AI·Data 분야를 공부하려는 서울대 학생들에게 가뭄의 단비와 같은 일임에 틀림이 없다. 그렇지만 차제에 우리가 되짚어봐야 할 문제점들도 분명히 있다.

첫 번째 심각한 문제는 과거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컴퓨터공학부의 모든 교육 인프라(교수, 강의공간, 실험공간)가 정원 55명에 맞춰 설계됐었다는 것이다. 수강생 숫자가 급격히 늘어난 올해의 상황이 되기 전부터 이미 컴퓨터공학부의 많은 강의가 100~200명을 넘기는 수강생 숫자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었다. 올해부터 AI·Data 분야를 공부하려는 많은 수강생을 어떻게 교육·실습해야 할지는 사실상 뚜렷한 대책이 없다. 수강생들은 고통스러운 수강 신청을 해야 한다. 또한 강의와 더불어 많은 코딩실습을 해야 하는 AI·Data 분야 과목의 충분하지 않은 숫자의 교수들과 조교들은 결국 축소된 과제, 실습, 시험을 통해서 충분하지 않은 교육 인프라와 타협을 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앞서 소개된 다양한 AI·Data 분야 교육과정 지원자 중 절반 정도의 학생들이 컴퓨터공학부 복수전공 이수의 교육을 받게 되는데, 여기에 심각한 모순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 학칙에는 복수전공 이수 학점 수는 39학점이고 복수전공 학과의 전공필수과목은 반드시 이수하게 돼 있다. 그런데 컴퓨터공학부의 전공필수 과목들이 1~2학년에서 배우는 11과목이다 보니 전공필수과목 수강만으로 39학점이 채워지고 복수전공이 마무리되도록 설계돼 있다. 문제는 AI·Data 분야의 핵심 과목들(인공지능, 빅데이터, 기계학습, 자연어처리, 컴퓨터비전 등)은 3~4학년에 배치돼 있다는 것이다. 즉 AI·Data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 다채로운 교육과정을 통해 컴퓨터공학부에 어렵게 접근했지만, 1~2학년에 있는 전공필수과목만을 듣고 AI·Data 분야 주요 과목들은 듣지 않은 상태에서 공식적인 복수전공 학점 이수는 끝나버리는 아이러니가 생긴다.

위 문제 해결을 위해 필자는 ‘Online AI·Data Certificate’(교육인증서) 제도를 제안한다. 미국 대학은 201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700여 개의 학사, 석사, 박사 교육과정을 AI·Data 분야에 설치해 운용한다. 미국 대학의 AI·Data 교육과정을 보면 40% 이상이 교육 기간이 6개월에서 1년 정도로 짧은 Online 교과과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정식학위가 아니지만, AI·Data 분야의 6~7개의 핵심 과목을 교육한 후 AI·Data 교육인증서를 주는 제도를 쉽게 볼 수 있다. 기간이 짧은 Online AI·Data 교육인증서 과정은 대규모 인원에 대해서도 교육이 가능하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치열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초입에서 서울대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에게 ‘대규모로 단기간에 AI·Data 분야를 교육’하는 것이다. AI·Data 분야는 컴퓨터공학의 범위를 넘어선 지 오래다. 대학본부는 전공이나 학위와 관계없는 Online AI·Data 교육인증서 제도를 고민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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