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 봉오동 전투 승리를 이끈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장군의 서거 78년 만에 카자흐스탄에서 고국으로 돌아왔다. 홍범도 장군 유해봉환은 본래 2020년 6월 봉오동 전투 전승 100주년을 기념해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태로 연기됐다. 이후 지난달 15일 제76주년 광복절을 맞아 유해봉환이 이뤄졌다. 장군의 유해봉환은 역사적으로 의미가 매우 크지만, 그 자체에만 취해 초장지를 보존하고 기리는 과제를 잊어서는 안 된다. 일각에서 유해봉환 이후 기존 묘역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초장지의 역사적 의미는 잘 교육되고 있는지 등에 관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왔으나, 현실은 기존 묘역 관리와 초장지의 상징성 보전에 대해서는 관심이 소홀하다.

「주간조선」2019년 5월 5일 자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쑹칭링 능원 외인묘역과 화상산 한인묘역은 부실한 묘역 관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쑹칭링 능원 외인묘역의 우리나라 독립운동가 유해 봉환 노력은 1992년 한·중 수교 직후부터 이뤄져 다수의 유해가 봉환됐으나, 그 사후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1993년 1차로 봉환한 지사들의 원래 묫자리에는 한글 이름과 함께 ‘1993년 8월 5일 이장(移葬) 대한민국’이란 묘지석을 설치해두고 있지만, 2차로 들여온 오영선·윤현진 지사의 묘는 그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연병환·김태연 지사의 묫자리에는 파묘 후에도 원래 묘지석이 그대로 남아 있었을 뿐 아니라 1차로 들여온 지사들의 묫자리처럼 모월 모일 대한민국으로 이장했다는 별도의 설명도 없었다. 화상산 한인묘역은 심지어 1년 전부터 재개발이 진행돼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이외에도 국가보훈처가 지정한 국외 독립운동 사적지 1,005곳 대부분의 관리가 부실했다.

유해봉환으로 인해 현지 동포들이 느낄 상실감을 고려한다면, 해외의 기존 묘역에 대한 사후 관리는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지난달 23일 정책주간지「공감」에서 황원섭 여천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부이사장은 “장군이 고려인의 상징이며 정체성의 실체로 모셔졌기에 그들이 느낄 허전함에 대한 충분한 고려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고려인들은 수십 년간 홍범도 장군의 묘역을 관리해왔을 뿐 아니라, 카자흐스탄 정부에 홍범도 장군을 다른 혁명가들과 같이 예우할 것을 요구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기에 그들이 느낄 상실감은 더욱 크다. 홍범도 장군의 기존 묘역과 초장지에 대한 사후 관리는 물론 그간 홀대받았던 묘역들에 대한 관리도 철저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초장지와 그곳 교민의 관계를 되짚어보며, 정부는 유해봉환 자체에만 매몰되지 않고 지금까지 이뤄진 독립유공자 유해봉환 건에 대해 사후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점검한 후 그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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