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금) 사회대 일부 학생들은 비상총회에서 결의된 내용을 관철시키기 위해 본부 3층을 점거했다. 2002년 비상총회는 학생들이 총장실을 점거하면서 총장 사퇴라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이번 비상총회와 이후 진행과정을 보면서, 오히려 비상총회로 인한 득보다 실이 많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 

우선 비상총회에 대한 지지를 떨어뜨리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학생들이 쓴 자보에는 정운찬 총장을 비하하는 욕설 등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내용이 가득하다. 이 광경을 접한 서울대 구성원과 국민들은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또 총학생회(총학)는 비상총회 속기록을 분실해 비상총회에 참석하지 못한 학생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기자가 속기록을 요구했을 때 총학은 “저장하지 못했다”고 했으나, 나중에는 “속기록을 공개해야 하는 원칙은 없다”고 말을 바꿨다. 이것이 바로 대학행정의 투명화를 외치는 이들의 태도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한편 총학 집행부와 총학생회운영위원회(총운위)는 어려움을 무릅쓰고 비상총회를 성사시켰는데도, 비상총회에서 결의된 내용을 실천하기 위한 세부적인 투쟁계획을 마련하는 데는 소홀했다. 비상총회 당일 저녁 학생처장과의 면담에서 총운위 대표들은 비상총회 결의안에 대한 ‘즉각적인 답변’만을 요구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본부 점거를 고려했으나 점거 여부를 두고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결국 일부 사회대 학생들만 남아 본부 점거를 지속했고, 일부 단과대는 이틀이 지난 후에야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이제 학내 여론은 학생들의 비이성적인 투쟁방식을 우려하고 있다. 또 여러 학생들이 비상총회의 비민주적 절차를 지켜보며, 이번 일로 인해 혹시 학생회가 학생들로부터 더 멀어지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총학을 비롯한 비상총회의 지도부들은 지금이라도 서둘러 이성적인 수습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관악 2만 학우들의 지지는 더욱 요원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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