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동향 | 2021 대학기본역량진단 논쟁

지난 3일(금), 정부가 발표한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 최종 결과를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2015년에 도입된 ‘대학기본역량진단’은 3년에 한 번씩 실시되는 대학 재정지원의 기준이 되는 지표다. 올해 교육부는 대학기본역량진단을 통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재정지원가능대학으로 4년제 136개교·전문대 97개교를 선정했으며, 4년제 25개교·전문대 27개교를 포함한 총 52개교를 재정지원에서 배제할 것을 발표했다. 이에 재정지원에서 탈락한 대학들의 반발 시위와 공정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면서 대학가와 교육부의 갈등이 점화되고 있다.

 

대학기본역량진단으로 술렁이는 대학가

대학기본역량진단은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심의를 거쳐 각 대학을 등급별로 평가하는 제도다. 이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해 대학입학정원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평가등급에 따라 정원 감축 및 재정지원 대상을 선별하는 데 활용된다. 대학별 등급은 학생 충원율·전임교원 확보율·취업률·교육비 환원율 등에 대한 정량 지표 진단과 전문가 270명에 의한 정량적 정성 지표 진단의 합에 정원감축 이행 여부, 부정·비리 점검 등의 감점사항을 적용해 산출된다. 

대학기본역량진단은 대학 재정지원의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그 영향력이 막중하다. 2018년에 실시된 2주기 진단을 통해 일반재정지원 대학으로 선정된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은 각각 연평균 48.3억 원, 37.5억 원을 지원받았다. 정부는 이번 대학기본역량을 통과한 대학에 한해 내년 지원 예산으로 전년 대비 약 620억 원 증액된 1조 1,230억 원을 편성했다. 따라서 올해 하위권으로 평가된 52개교는 향후 3년간 연평균 40억 원에서 50억 원에 이르는 정부 재정지원을 받지 못한다. 

그렇기에 이번 심사 결과를 통해 일반재정지원대학으로 선정되지 못한 인하대·성신여대·성공회대·계원예대를 포함한 대학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장소현 총학생회장(계원예술대 순수미술과)은 “학생들 사이에서 등록금 지원액 하락과 수업의 질 저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라고 전했다. 미선정 대학의 구성원들은 가결정 발표 이후 정부세종청사·정부서울청사에서 시위를 했으며, 릴레이 입장문으로 활동을 이어갔다. 일부 대학에서는 조직적인 움직임도 보였다. 이훈 비상대책위원장(성공회대 사회융합자율학부)은 “학내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대응을 위한 성공회대인 모임’이 생겨 활동을 시작한 상태”라며 “정치학 전공생을 중심으로 연서명도 진행했다”라고 밝혔다. 인하대는 교표가 새겨진 겉옷을 진열하는 ‘과잠 시위’를 통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인하대의 경우 학생사회에 더불어 교수회·총동창회·노동조합·인천광역시 등 여러 주체들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공정한 평가기준을 둘러싼 논쟁

교육계는 대학기본역량진단이 개개인을 고유한 능력이 아닌 등수로 재단하는 상대평가의 고질적인 문제를 계승했다고 비판했다. 줄세우기식 평가가 대학의 다양성과 특수성을 간과한다는 것이다. 이훈 비대위장은 “성공회대는 민주주의·평화에 대한 교육을 중시하는 인권 중심 대학이라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지만, 교육부의 일방적인 기준에 의해 하위대학으로 평가됐다”라고 말했다. 한편 계원예대의 비판은 예술대학에 대한 교육부의 무관심을 향했다. 장소현 총학생회장은 “우리 대학의 화훼디자인과는 예술계 학과임에도 불구하고 교육개발원에 의해 농업 관련 학과로 분류돼 진단평가의 취업률 산정대상에 포함됐다”라며 “이처럼 예술 현장의 특성 및 고용 형태를 고려하지 않은 평가는 교육부가 예술을 상업의 일종으로 보는 시각을 반영한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평가방식의 공정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진단 점수를 구성하는 지표 중 정성평가가 객관성과 투명성이 결여됐다는 것이다. 성신여대 총학생회는 입장문을 통해 “주관적인 정성평가로 도출한 결과는 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라며 “평가의 사실 확인 및 공정성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한다”라고 규탄했다. 성공회대 역시 총장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교육부는 점수 산출 근거를 명확히 공개하지 않고 정성평가 항목의 감점 요인도 밝히지 않고 있다”라며 평가의 불투명성을 비판했다. 

이와 같은 대학가의 반발에도 정부는 대학기본역량진단의 공정성을 주장했다. 지난달 30일, 교육부는 “2021년 진단 정성지표는 3년 간의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실적과 증빙자료를 토대로, 전문성이 확보된 진단위원이 평가했다”라며 대학기본역량진단을 향한 비판을 일축했다. 또한 “2019년 6월 기본계획을 공개하고 대학 설명회를 거쳐 평가계획을 최종 확정했으며, 평가 세부기준은 진단 편람을 통해 작년 2월 대학에 안내했다”라고 밝히며 대학기본역량진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피력했다. 결국 교육부는 지난 3일, 47개교의 이의신청 218건을 모두 반영하지 않은 채 가결과대로 확정할 것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20일까지 가결과에 대한 이의신청을 접수한 후 이를 이의신청처리소위원회·대학진단관리위원회·대학구조개혁위원회를 통해 3단계로 심의했으나, 그중 한 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대학들은 교육부를 상대로 공동 행정소송·헌법소원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더욱 강경히 대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대학기본역량진단, 공정한 지표가 되려면

대학기본역량진단에 반발하는 일부는 해당 제도가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도록 전면적인 수정을 거쳐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이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상대평가를 통해 대학의 연대와 상생을 어렵게 하는 대학기본역량진단의 존재 이유에 대해 근본적으로 의문을 갖고 있다”라면서도 “교육부가 해당 제도의 존속을 고수하려면 각 대학의 고유성을 반영할 수 있는 평가 제도를 만들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정부가 학령인구 감소와 재정지원에 대한 어려움을 공론화하고 대학들과 함께 논의해 새로운 방식을 찾자고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라며 공정한 논의의 필요성을 힘주어 말했다.

한편 대학기본역량진단이 배제와 통보가 아닌, 개선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지표로 활용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정태석 정책실장은 “진단을 통해 재정지원 대상을 선별할 것이 아니라 교육 환경 개선을 도모할 수 있도록 대학별 재정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라며 “연구·전문지식교육·취업교육·재교육·평생교육 등 대학의 다양한 역할에 맞춰 적절한 정원·교육여건 등의 기준을 정하고 이를 고려한 입체적인 평가제도가 필요하다”라고 제안했다.

 

대학의 설립목적과 역사는 단일하지 않으며 모든 대학은 그만의 고유성을 지닌다. 하지만 현재 시행되고 있는 대학기본역량진단은 대학을 교육부가 제시한 획일화된 기준에 의거해 평가한다. 이처럼 각양각색의 대학을 재정지원이라는 무기를 이용해 줄 세우는 것은 대학 간 협력적인 발전과 공정에 대한 논의를 어렵게 한다. 교육부와 대학이 힘을 합쳐 각 대학의 특수성과 강점을 입체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평가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통해 대학이 한국 교육을 지배하는 상대평가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삽화: 정다은 기자 rab4040@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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