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태양광 발전의 성장과 앞으로의 가능성

유난히 더웠던 올해 여름, 전력 수요가 가장 많은 시간대는 기온이 가장 높은 오후 3시경이 아닌 오후 5시경이었다. 전력거래소에서 거래되지 않는 소규모 태양광 패널에서 오후 3시 전후로 전력을 자체적으로 생산 및 소비해 필요 전력을 충당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최근 태양광 발전의 영향이 가시적으로 드러나며,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는 정책적 흐름 속에서 태양광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왜 태양광인가?=최근 정부가 발표한 ‘탄소중립 2050 시나리오’에는 2050년 안에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전체 전력 구성의 56.6%에서 최대 70.1%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 담겼다. 세계적으로 가장 발전 비중이 높은 재생에너지원은 풍력이지만, 국토가 좁고 산지가 많은 우리나라에는 풍력 발전기를 설치할 공간이 충분하지 않다. 이에 비해 공간적 제약을 비교적 적게 받는 태양광 발전은 재생에너지 중에서도 가장 유망한 자원으로 평가받는다. 한국태양광발전학회장 손창식 교수(신라대 신소재공학부)는 “태양광 발전은 지붕 위에 설치되는 소형부터 대규모 용량을 산출하는 대형까지 다양한 규모로 운영 가능하다”라며 “수요처 근처에 필요한 규모로 설치할 수 있는 것이 태양광의 장점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여러 형태의 발전이 가능하다는 것도 태양광의 장점으로 꼽힌다. 태양광 발전은 도로 일체형이나 건물형 등 다양한 형태로 이뤄진다. 이런 형태의 발전이 대규모 전력을 생산하긴 어렵더라도 에너지 절약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진영 교수(재료공학부)는“에너지 절약 관점에서 건물이나 제품에 일체화한 태양전지가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손 교수는 일례로 “건물 외장재로 사용하는 건물일체형태양광발전(BIPV) 시스템의 경우, 패널이 수직으로 설치돼 전력 생산량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건물 외벽에서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고 컬러 모듈 개발로 심미성까지 높이는 편익이 있다”라고 소개했다. 

 

◇한계를 넘어, 태양광 기술의 발전=그러나 태양광 발전의 규모가 커지며 태양광 패널이 과도한 면적을 차지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에너지 밀도가 낮은 태양광의 특성상 충분한 전력을 얻기 위해서는 넓은 면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태양광 모듈의 효율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모듈 출력이 증가할수록 단위 출력 당 설치 면적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현재 연구자들은 기존 실리콘 태양광 모듈의 구조를 바꿔 효율을 높이는 한편, 새로운 소재와 구조의 태양광 패널을 개발하고 있다. 김진영 교수는 “페로브스카이트 물질과 QLED TV를 만들 때 쓰이는 양자점 등 신소재를 이용한 태양전지들이 개발되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특성이 상이한 두 개 이상의 태양전지를 합쳐 쓰는 탠덤(Tandem) 태양전지는 효율을 약 45% 정도까지 높일 수 있다”라며 “시장에 바로 적용되기는 어려운 단계지만 여러 사업체에서 관심을 두고 연구 및 개발 중이며, 기술적으로 완성된다면 3년 안에 시장에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태양광 패널이 수명을 다하면 생겨나는 폐패널이 환경을 파괴한다는 지적도 있다. 태양광 패널의 수명이 25년 정도임을 고려하면, 2000년대 초반에 설치된 패널들의 교체 주기가 다가오며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에 관해 제도와 기술의 차원에서 선제적 대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한다. 손창식 교수는 “2023년부터는 태양광 모듈에 ‘생산자 책임 재활용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재활용은 법적으로 의무화된 상황”이라며 “현재 회수 기술 성숙도가 높아지는 추세”라고 평했다.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탠덤 태양전지 패널(좌)과 셀 구조(우) 모형(사진 제공:김진영 교수)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탠덤 태양전지 패널(좌)과 셀 구조(우) 모형(사진 제공:김진영 교수)

 

◇태양광의 가능성, 엇갈리는 전망=그렇다면 앞으로 태양광 발전은 기술 발전에 힘입어 비약적으로 상승하는 재생에너지 수요를 충분히 감당하게 될까? 현재의 에너지 구조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태양광 에너지는 낮과 밤, 그리고 계절에 따라 변동성이 큰 간헐적 에너지원이기에 큰 규모로 전력을 공급하려면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에너지를 저장할 수단이 필요하다. 대표적 저장 수단인 에너지저장장치(ESS)의 경우, 높은 단가와 화재 위험 때문에 큰 규모의 전력을 책임지기 어렵다. 주한규 교수(원자핵공학과)는 “태양광 발전 비중이 50%일 경우 반나절 동안 약 1157기가와트시(GWh)의 에너지를 저장해야 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700만 톤 규모의 ESS가 필요하다”라며 “이것이 실현되려면 전기료가 지금의 3배 정도여야 하는데, 산업체와 국민이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며 태양광으로 전체 전력의 반 이상을 충당하겠다는 계획의 실현 불가능성을 강조했다.

반면 전력 수급 구조가 변하며 태양광이 우리 일상 속에 자리 잡으리라는 전망도 존재한다. 전통적인 중앙집중형 전력 공급에서 벗어나 소규모 분산형 전원이 확대되고, 전력 수요를 효과적으로 예측해 그에 맞춰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스마트그리드 등의 기술이 재생에너지 이용 확대에 수반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손창식 교수는 “태양광, 풍력 등 가변재생에너지(VRE, variable renewable energy)의 비중이 높아지면 각 에너지원의 수요 패턴에 따라 발전소들의 전력 공급을 조정하는 것과 같은 스마트그리드 연계 기술이 필요하다”라며 “아직은 많은 설비와 큰 비용이 필요한 대규모의 스마트그리드 건설은 어려우나, 빌딩 하나, 대학 캠퍼스 단지 등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에 적용되는 마이크로그리드는 확대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태양광 발전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위주의 전력망을 구축하는 것은 에너지 생산과 수급 전반의 큰 변화를 꾀해야 하는 일이기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김진영 교수는 “전력망 자체를 바꾸는 것은 기회비용이 큰 일”이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체계적인 계획 하에 점진적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진정한 탈탄소 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태양광에 대한 객관적인 논의를 통해 현실적인 계획들이 수립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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