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여름은 지금까지 우리가 겪어왔던 여름과는 사뭇 달랐다. 화창했던 하늘에 돌연 먹구름이 잔뜩 끼며 폭우가 내리는 날이 일상다반사라, 우리는 항상 가방 안 작은 우산을 필수품으로 지참하고 다녔다. 제멋대로인 날씨가 안정되는가 싶었을 땐, 서울대 교정은 이미 매미 소리로 가득했다. 그러나 무더웠던 여름도, 약 두 달간의 여름 방학도 이제 막을 내렸다. 여름을 마무리하는 길목에서 발행된 『대학신문』 2030호는, 최근 들어 선선해진 밤공기마냥 여름의 후속 이야기를 전해 주고 있다.

올해 여름, 전 국민을 달아오르게 한 가장 큰 이벤트는 단언컨대 지난 7월 23일부터 지난달 8일까지 진행된 도쿄올림픽이었다. 이번 도쿄올림픽은 양궁, 배구, 펜싱, 유도, 기계체조 등 여러 종목에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눈부신 활약이 돋보였다. 압도적인 실력 차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든, 올림픽이라는 커다란 무대에서 경기를 펼치는 선수들의 모습은 국민들을 한 마음 한 뜻으로 모으기에는 충분했다.

그런데 이미 끝난 올림픽의 여운이 다 가기도 전에, 개막을 한 또 다른 올림픽이 있다. 바로 8월 24일부터 진행된 ‘도쿄 2020 패럴림픽’이다. 『대학신문』 8면의 ‘역동치는 영혼의 패럴림픽 국가대표를 만나다’라는 대한민국 패럴림픽 사격 국가대표 이윤리 선수와 탁구 국가대표 남기원 선수와의 인터뷰를 담았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속에서 진행된 훈련은 선수들에게 많은 부담을 안겼다. 공기소총 부문에 출전한 이윤리 선수는 사격 훈련을 할 때 마스크를 벗어야 했기에 불안감을 느꼈고, 경추손상이 있는 남기원 선수는 마스크를 쓰고 하는 훈련에 극심한 고통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각자의 어려움을 딛고 최선을 다하는 두 선수 모두 공통적으로 목소리를 낸 사안은 바로 패럴림픽을 향한 관심의 부족이었다. 기사를 통해 국내 지상파 채널이 패럴림픽 중계에 할당한 시간이 미국, 영국의 중계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짧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비장애인 올림픽이 진행됐을 때는 중요 경기를 빠짐없이 챙겨보고, 우리나라가 어느 메달을 획득했는지 상시로 확인하던 나 또한, 정작 패럴림픽에는 어떤 선수가 출전하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문득 검색해보니, 우리나라 선수들이 1개의 은메달과 8개의 동메달에 이어 탁구에서 첫 금메달을 따냈다는 희소식을 알게 됐다.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았을 텐데, 자랑스러워할 거리를 놓치고 있었던 셈이다. 주변을 살펴봐도 패럴림픽에 대한 관심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지나간 여름을 아쉬워하며 도쿄올림픽 선수들의 각종 영상을 돌려보고 있다면, 비장애인 선수들의 경기만큼 짜릿한 대한민국 패럴림픽 선수들의 영상도 재생해 보길 권한다.

오지은

영어영문학과·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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