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리는 마음으로 입학 면접을 본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네 번째 개강을 맞이하고 있다. 개강은 항상 고통스러운 것이지만, 특히 검은 컴퓨터 앞에서 맞이하는 학기의 시작은 참 적적하다. 사실 20학번의 대학 생활은 곧 코로나19였던지라, 친구들과 함께 강의실에 앉아 개강을 맞이하는 모습이 잘 상상되지 않는다. 전대미문의 전염병이 창궐하면서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사는 세상이 됐고, 동기들의 얼굴도 몇 번 보지 못한 채 1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동아리 활동 등을 통해서 어느 정도의 대학 생활은 영위할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시시각각 바뀌어 가는 방역 상황에 우왕좌왕하며 동기들과 함께 모일 자리를 많이 만들 수 없었고, 이제 2학년이 된 친구들과 친해질 기회를 놓쳐버렸다. A4 남짓한 크기의 모니터로 담아낼 수 없는 으쌰으쌰하는 분위기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무엇보다도 사람을 만날 기회를 잃어버린 것이 아쉽다. 대학에는 지금껏 알지 못한 배경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사람을 만나면 나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으며,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다. 그래서 하루속히 대면 수업이 이뤄졌으면 한다. 대면 수업은 단순히 수업을 강의실에서 듣는 것이 아니다. 강의를 함께 듣는 사람과 만남, 수업 사이 친구들과 함께 먹는 점심, 그리고 그 과정에서 느끼는 점들은 책으로는 배울 수 없는 것들이다.

본부는 방역 상황이 더 호전되고, 백신 접종률이 일정 수준에 도달한다면 모두가 캠퍼스에 모일 방안을 상세히 마련해 공지해야 한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위드 코로나’ 시대가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지만,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왔을 때 다중이용시설 이용 방안은 아직 명확히 공지된 바가 없다. 작년 한 해 동안 본부의 코로나19 대응은 상황에 따라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다. 시시각각 변하는 학교의 방침에 학생들은 혼란스러워했고, 갑작스러운 대면 시험 혹은 비대면 시험 공지에 급히 서울로 올라가는 기차표를 예매하기 일쑤였다. 올해는 코로나19에 대응한 여러 경험이 축적돼 있고, 미국이나 중국 등에서는 이미 백신 접종 이후 전면적인 대면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 본부는 이러한 사례를 참고해 학생들이 캠퍼스 생활을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학생사회의 폭넓은 의견 수렴을 거쳐 구체적인 운영 계획을 공고해야 할 것이다.

화면 속으로만 만났던 동기에게, 인스타그램 스토리로만 안부를 알고 있는 친구들에게 뒤늦게라도 “만나서 반갑다”라고 한마디 건네고 싶다. 비록 오늘도 화면 속에서 만날 수밖에 없지만, 다시 북적북적해질 교정을 상상해 본다.

위재오

정치외교학부·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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