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학생생활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이 우리에게 남긴 과제

이재현(서양사학과·18)

지난 6월 26일 관악학생생활관 925동에서 발생한 청소노동자분의 안타까운 죽음은 사회적으로 많은 슬픔과 충격을 불러왔다. 196명이 정원인 기숙사 한 동을 단 한 사람의 노동자가 청소해야 하는 비인간적인 노동강도와 모멸감을 주는 각종 직장 내 괴롭힘이 이번 산업재해의 배경에 있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더욱 큰 분노를 불러온 것은 사망 사건에 대해 사과는커녕 각종 부적절한 발언만을 일삼는 일부 책임 있는 서울대 관계자들의 모습이었다.

7월 7일 기자회견을 통해 사망 사건과 그 배경이 공론화된 후, 학생들은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해 행동에 나섰다. 관악사와 학생회관 및 중앙도서관 터널 등에 조성된 추모공간에는 떠나간 고인에 대한 안타까움과 죄송함, 그리고 다시는 단 한 사람의 노동자도 떠나보내지 않기 위한 변화의 필요성을 담은 포스트잇들이 빼곡하게 붙었다. 시민들이 학교의 노동 현실을 되돌아볼 수 있도록 사진전을 조성하거나 대자보를 붙이고, 영상을 촬영했다.

이번 사건을 해결하는 데 무엇이라도 하고 싶다는 뜻으로 여러 학생들이 힘을 모은 가운데, 지난달 2일 서울대 총장은 공식적으로 사건에 대한 사과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제대로 된 재발 방지를 위한 노동환경 개선 요구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8,305명의 개인과 312개의 단체가 뜻을 모은 ‘청소노동자 처우개선 시민사회 연서명’에 대해, 그리고 고인이 소속됐던 민주일반노동조합의 요구안에 대해, 우리는 아직 제대로 된 답변을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학본부가 제시한 형식적인 갑질 예방 교육으로는 현장을 변화시킬 수 없다. 아울러 서울대는 여전히 인간다운 노동강도를 위한 인력 충원 요구 등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는 중이다.

이번 사건 속에서 우리는 서울대 내 노동자와 학생의 처지가 얼마나 비슷한지 온몸으로 체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노동조합과의 공동조사단 구성을 통한 객관적 조사는 거부하며 인권센터 조사만을 고수하는 서울대의 모습에서 학생들은 기시감을 느꼈다. 그동안 교수의 갑질 및 권력형 성폭력에 대한 조사에 학생 참여를 거부하고 피해자의 절차적 권리조차 보장하지 않으며 실효성 없는 솜방망이 권고만을 내린 것이 서울대 인권센터의 현실이었다. 학생들에게 그토록 비민주적이었던 인권센터 조사에 유족과 노동자들은 신뢰를 보낼 수 없었고 그렇기에 조사를 보이콧할 수밖에 없었다.

많은 학생들이 2년도 안 돼 반복된 청소노동자분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 함께 분노했던 것은 단순히 이번 사건으로 드러난 열악한 노동환경의 현실이 충격적이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정당하고 기본적인 요구를 아무리 외쳐도 벽 앞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던 경험 속에서, 같은 공간에서 들려오는 노동자들의 외침은 학생들에게 ‘우리의 문제’로 다가왔다. 그렇기에 우리가 외친 것은 “어려운 노동자를 도와달라”는 시혜가 아니라, 노동자와 학생이 모두 정당한 시민권을 보장받는 학교 공동체를 만들어 누구든 안전하게 공부하고 인간적으로 노동하며 자신의 문제에 대해 민주적 의사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라는 요구였다.

노동자와 학생이 함께 공동의 권리를 찾아가는 것이 ‘노학연대’라면, 그 연대는 일회성이 아닌 지속성을 지녀야 한다. 학교의 사과가 말뿐인 퍼포먼스로 끝나지 않고 실질적인 노동환경의 변화로 이어지도록 똑똑히 지켜보는 지속적인 연대가 필요하다. 노동자와 학생에게 시민권이 있는 서울대를 만드는 길이 학교의 사과 이후에도 우리에게 남은 과제가 아닐까.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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