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학년도 겨울학기부터 현재의 수강신청 방식인 ‘장바구니 제도’가 도입됐다. 기존 선착순 방식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줄여, 더욱 효율적인 수강신청을 가능하게 하겠다는 취지였다. 실제로 이론만 놓고 보면 칭찬, 아니 기립 박수를 쳐줄 만하다.

그러나 현실은 이론과 달랐다. 오히려 매 수강신청마다 서버가 마비됐고, 심지어 이번 2021학년도 2학기에는 선착순 수강신청 당일, 서버 문제로 일정을 그다음 주로 미루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그 미뤄진 수강신청마저도 누구는 서버에 접속되고 누구는 되지 않는, ‘수강신청 랜덤박스’ 사태가 발생해 웃음이 나왔다. 서버 문제로 인해 수강신청에 실패한 학생들을 중심으로 본교 정보화본부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고, 수강신청 랜덤박스 사태는 그 학생들마저 서버 접속에 성공한 이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이 두 그룹으로 나뉘어 서로가 서로를 공격하게 했다.

사실 본 취지와 달리 이 같은 서버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어차피 선착순으로 신청해야 할 만큼 인기 있는 강의는 예나 지금이나 정원 이상의 인원이 수강을 원한다. 현재 무난히 장바구니에서 수강신청이 되는 강의들은 예나 지금이나 ‘널널하게’ 수강할 수 있는 강의들이다. 차라리 예전에는 홀수 학번과 짝수 학번이 이틀에 나눠 수강신청했으므로 서버에 동시에 접속한 인원이 지금의 절반이기라도 했지만, 현재는 사실상 모든 인원이 동시에 접속하기에 서버가 이를 견디길 바라는 것도 말이 안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장바구니 수강신청 방식은 기존 선착순 수강신청 방식에 비해 나은 점이 없다. 어차피 학생들은 하나 이상의 ‘인기 강의’를 신청하기에 수강신청 셋째 날 아침에 선착순 전쟁에 참여해야 한다. 그럴 바에 기존처럼 홀수와 짝수 학번으로 나눠 전체 선착순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이 모두에게 이로운 방향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선착순 방식에 운이 개입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나, 학생들이 이를 미리 인지하고 주체적으로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완전한 ‘운 게임’이 아니다. 나아가, 수강신청에 실패하더라도 이는 더 이상 서버나 정보화본부가 아닌 개인의 전략 수립 실패의 문제라는 점에서 학생들이 상황을 납득하지 못한 채 비난의 대상을 찾는 파멸적 사태로 이어질 확률이 낮다. 따라서 본부는 기존의 선착순 수강신청 방식을 복구해야 한다.

 

이준엽

노어노문학과·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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