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윤 기자(사회문화부)
서윤 기자(사회문화부)

변화를 잘 읽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고3때 생활기록부에 썼던 내 장래희망은 ‘글로벌 시장 전문가’였다. 조어(造語)라는 점을 인정한다. 소비자를 이해하고 이를 둘러싼 시장 환경 변화의 흐름을 잘 읽어내고 싶어서 소비자학과에 갔는데, 실질적으로 사람의 구체적인 삶들을 바꿔놓는 건 기술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해 그쪽에도 관심이 많았다. 1학기 때 전공필수 과목에서 진행됐던 전문가 특강에서 ‘메타버스는 우리 삶을 바꿀 머지않은 미래다’라는 말에, 이 또 다른 조어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특집 주제로 삼게 됐다.

취재 과정에서 IT업계 분들을 많이 만났다. 이를 통해 메타버스가 어느 정도 현실화됐는지 살필 수 있었다. 게임 속 세상을 만드는 데 사용됐던 엔진들은 산업 현장을 가상공간으로 옮기는 데 사용되고 있었고, 2차원인 의료영상을 3D로 모델링해 가상으로 구현하는 기술은 의료 인허가 절차를 2개월 정도밖에 남겨두지 않고 있었다. 상상력이 현실의 영역에 발을 디디게 될 때 발생하는 장벽들에 대한 많은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가상에서의 의료 실습이 카데바 실습을 온전히 대체하려면 수술 과정에서의 촉감도 하드웨어로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유튜브 1080p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VR 기기로도 그 정도의 화질을 제공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점 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전문가가 메타버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될 티핑 포인트를 예견하고 있었다. 스마트폰이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 5천만 대 팔린 속도보다 페이스북의 오큘러스 퀘스트 2가 5천만 대 팔린 속도가 더 빠르다는 한 취재원의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이번 특집을 준비하면서 멀다고 생각했던 미래가 생각보다 가까이 와 있음을 실제로 확인한 기분이다. 

메타버스에 대한 특집을 쓰겠다고 호기롭게 출발했지만, 조어라는 특성 때문인지, 메타버스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이해하는 데 가장 오랜 시간이 걸렸다. 큰 고통이었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은 메타버스의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진다는 것은 가상이 현실을 일방적으로 집어삼킨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현실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가상환경이 필요하고 그에 따라 현실과 가상이 자연스럽게 호환되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야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볼 수 있었다. 그 과정에 있었던 여러 번의 헤맴과 지새움과 고민의 끝에, 이렇게 첫 특집을 내놓는다. 독자들이 기사를 읽고 조금이라도 메타버스에 대한 이해를 도모할 수 있다면 하염없이 기쁠 것 같다. 마지막으로 기사 방향을 고민하고, 전 과정을 함께해준 이호은 기자에게 큰 고마움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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