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이 된 ‘거리’에서 받은 우편
우체국이 된 ‘거리’에서 받은 우편
  • 서윤 기자
  • 승인 2021.09.12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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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제27회 홍대앞 거리미술전 탐방기

지난 8일(수)부터 12일까지 홍대걷고싶은거리 일대에서 제27회 홍대앞 거리미술전(거미전)이 열렸다. 홍익대 미대를 비롯한 서울 소재 미대 학생들과 청년 작가 총 27인이 참여한 이번 거미전의 제목은 ‘POST TO POST’다. 팬데믹이 시작된 지 1년 반, 거미전은 지난날에 서린 사회 공통의 아픔을 공유하고 치유와 극복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았다.

 

◇거미전의 부활을 알리다=이번 전시는 최근 2년 동안 명맥이 끊겼던 거미전의 흐름을 다시 이었다. 기획단 교류팀 조형준 씨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터지고 나서 2년 동안은 거리 전시가 불가능했다”라며 “백신 접종이 이뤄지는 등 어느 정도 사회 분위기가 안정되자 전시 허락이 떨어졌다”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은 ‘POST, 극복, 재생’이라는 전시 기조를 정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기획단 전시팀 이희주 씨는 “코로나19와 관련지어 전시 기조를 정하자는 것이 모든 기획단원의 공통된 의견이었다”라며 “전시가 진행되는 ‘거리’라는 장소는 불특정 다수를 만날 수 있는 곳이기에 ‘우체국’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게 되고, 작품 하나하나가 코로나19로 겪은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우편’이 돼 관람자들의 마음속으로 찾아간다”라고 구체적인 전시의 의미를 소개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한 제약 속에서 전시 풍경은 변화를 겪기도 했다. 기존에 전시와 함께 오프라인으로 진행됐던 퍼포먼스는 온라인 상영으로 대체됐다. 이번 거미전 퍼포먼스에는 △박지형 작가(이화여대 서양화과) △유현아 작가(홍익대 실용음악과) △미니픽션문예잡지 〈선뜻〉 △이화여대 무용 동아리 ‘NTW’가 참여했다. 대표적으로 박 작가는 코로나19를 가리키는 도상(圖像)을 그리고 그 도상이 시간에 따라 사라지는 모습을 오방색, 먹, 광목을 이용해 보이는 드로잉 퍼포먼스 〈옅어지는 2021〉로 선보였다. NTW는 코로나19가 종식된 미래를 사는 사람들이 2021년으로 찾아와 2021년을 사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달하는 내용을 담은 무용 퍼포먼스 〈Imaginable Ending〉을 선보였다.

 

◇코로나로 겪은 아픔, 위로의 예술로 풀어내다=전시는 홍대입구역 7번 출구 쪽에 있는 ‘현재 파빌리온’이라는 건축물에서부터 시작해 홍대걷고싶은거리 끝에 있는 ‘미래 파빌리온’에서 끝을 맺는다. 조형준 씨는 “과거, 현재, 미래라는 순차적인 시간의 흐름으로 전시 섹션이 나눠져 있으며, 작품도 그에 따라 배치됐다”라고 밝혔다. 현재 파빌리온에서 미래 파빌리온으로 이어지는 거리를 걸으며 작품들을 감상하다 보면,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과 아픔을 발견하게 된다. 이수진 작가는 작품 〈()Door〉과 〈Blue Present〉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물리적 단절이 심리적인 영역으로 이어진 모습을 표현했다. 소통의 단절로 생겨난 ‘사람에 대한 결핍’은 우울과 무기력함이라는 감정의 다리를 거쳐 작품에서 굳게 닫힌 ‘마음의 문’으로 형상화된다. 그럼에도 이 작가는 두 작품에서 닫힌 문틈 사이로 흘러내리는 ‘실’을 등장시켜 숨겨진 ‘틈’의 존재를 알리고 소통의 가능성을 나타냈다. 실제로 그는 커지는 사람과의 만남에 대한 갈망을 자연에 대한 관심과 시선으로 선회하며 팬데믹 속 나름의 호흡법을 찾아냈다고 한다.

▲오른쪽부터 차례대로 이수진 작가의 〈Blue Present〉, 〈()Door〉
▲오른쪽부터 차례대로 이수진 작가의 〈Blue Present〉, 〈()Door〉

 

코로나19에 적응해가는 사회를 모티브로 한 작품도 있다. 위승연 작가는 작품 〈성장〉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해 다양한 차원으로 불어 닥친 변화에 적응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심해어를 모티브로 한 신종(新種)의 모습으로 표현했다. 빛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눈이 커졌고, 수압과 낮은 온도를 견디기 위해 움직임을 최소화하며 살아가는 심해어가 마스크를 끼고, 접촉을 줄이고, 모든 동선을 QR로 남기는 새로운 삶의 방식에 빠르게 적응한 우리의 모습과 비슷하다. 위 작가는 적응의 과정에서도 성장하기를 바라는 염원을 작품에 담았다고 밝혔다.

▲위승연 작가의 〈성장〉
▲위승연 작가의 〈성장〉

 

그렇다면 코로나19 상황 속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신채훈 작가는 코로나19라는 공유된 아픔을 ‘공존’과 ‘연대’를 통해 서로 위로할 것을 제안했다. 신 작가는 코로나19 시기를 겪으며 약해진 현대인들이 의지할만한 ‘영웅’의 존재를 필요로 한다고 생각하며, 그 모습을 그리스·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여신의 형상을 빌려와 〈Artemis〉로 표현했다. 사회를 살아가는 개개인을 조약돌이라는 재료로 치환시키는 작가의 표현 방식에 따르면, 조약돌의 응집으로 표현된 영웅의 모습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영웅이 사실은 신적인 존재가 아니라 결국 공존과 연대를 통해 우리가 만들어가는 형상이라는 것을 드러낸다.

 

조형준 씨는 “코로나19로 인해 예술 분야가 많이 침체돼 있는데, 거리라는 공간은 실내 공간과는 다르게 사람들이 마음껏 지나다닐 수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침체된 분위기에 활력을 불러온다”라고 말했다. 이번 거미전은 코로나19로 겪은 아픔이 결코 누군가의 것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가진 공통의 경험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거리라는 공간 속에서 치유의 우편을 전달받으며, 일상을 되찾을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라본다.

 

사진: 하주영 기자 sisn02@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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