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넷플릭스 드라마 〈D.P.〉

‘군탈체포조’(DP, Deserter Pursuit)는 군사경찰로 복무하는 병사 중 별도로 차출돼 탈영병 추적과 체포를 담당하는 보직이다. 군탈체포조는 업무 특성상 잠복근무가 필요하기 때문에 일반 병사들과 달리 사복을 입고 머리를 기른 채 민간인 사이에 섞여 근무한다. 웹툰 「D.P 개의날」을 원작으로 한 6부작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D.P.〉는 군탈체포조로 복무하는 작중 인물 안준호(정해인)의 시선으로 각종 병영 부조리를 담담하게 그려낸다. 〈D.P.〉는 지난달 27일 공개된 이후 3일 만에 넷플릭스 인기 순위 1위에 오르며 연령대와 성별을 가리지 않고 대중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D.P.〉가 군 복무 경험자뿐 아니라 다양한 성별과 세대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징병제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병영 부조리는 단순히 군 복무자와 소수 관련자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군인은 누군가의 자녀고 형제며 연인이자 친구, 또는 지인이다. 병영 부조리가 온 국민의 문제인 이유다. 이런 징병제의 특수성을 반영하듯 〈D.P.〉는 군탈체포조라는 특수한 소재를 통해 서사의 무대를 병영 내부에서 병영 외부의 일상 공간까지 확장했다. 병영 고발극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가 주로 병영 내부를 무대로 한 것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작중 등장하는 탈영병은 흔히 생각하는 탈영병의 이미지와 달리 대부분 생계 곤란이나 가혹 행위를 이유로 탈영하고, 이들을 추적하는 무대는 PC방이나 지하철, 찜질방, 동네 골목길과 같은 평범한 일상 공간이다. 드라마 속 군인의 가족·친구·연인 등 주변 인물의 존재 또한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이런 요소들을 통해 병영 부조리가 모두의 문제임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 점이 〈D.P.〉가 흥행에 성공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한편 한 언론사가 “2014년 일선 부대의 부조리라고 보기에는 심하다. 2000년대 중반 정도 일을 극화한 것 같다”라는, 출처가 불분명한 국방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보도를 내면서, 〈D.P.〉의 병영 부조리 묘사가 작중 배경인 2014년에 적합한 묘사인지, 나아가 2021년 현재도 그런 부조리가 발생하고 있는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드라마는 실제로 각종 가혹 행위를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코를 심하게 곤다는 이유로 방독면을 씌운 채 물고문을 하거나 후임병에게 자위행위를 강요하는 장면 등이 그 예다. 이런 행태가 2021년은 물론, 2014년의 전형적인 병영 문화라고 보기는 어렵다. 사회 전반적으로 인권 의식이 크게 성장했고, 6개월·1년 동기제와 영내 휴대폰 사용 허용 등의 노력에 힘입어 최근 몇 년간 전반적인 병영 환경이 극적으로 개선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극단적인 병영 부조리까지 일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근의 군 가혹 행위 판결문에서는 “… 피해자를 폭행해 반항하지 못하게 한 후 피해자를 알몸인 상태로 침상 위에 눕게 하고 … 강제로 추행했다” (제2작전사령부 보통군사법원 2019고109 판결문 중) “… 피해자로 하여금 두 손으로 오줌물을 퍼 올려 약 5초간 입에 머금게 했다” (제2군단 보통군사법원 2019고38 판결문 중) “… 피해자가 비명을 지름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왼손등을 위험한 물건인 대검*으로 천천히 수 회 찌르는 방법으로 특수폭행했다” (제8군단 보통군사법원 2020고50 판결문 중) 등 극단적인 사례를 다수 보여주고 있다. 2000년대 중반이 아닌 바로 지금도 병영 어디선가 가혹 행위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5년간 군 내부에서 폭행과 가혹 행위로 입건된 건수는 한 해 약 1,000건 내외로 통념과 달리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군 인권은 분명 크게 개선됐지만, 아직 병영 부조리를 일소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만약 드라마가 평범한 병사의 시선으로 가혹 행위를 묘사했다면 주제의식의 설득력이 상당히 떨어졌을 것이다. 군탈체포조라는 특수한 전달자를 통해 〈D.P.〉는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병영 부조리를 개연성 있게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병영 부조리 묘사와는 별개로 후반부의 전개는 다소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중령 계급의 헌병대장이 경찰 수사 인력을 독단적으로 배제하고, 비무장 탈영병 한 명을 체포하기 위해 실탄으로 무장한 헌병특임대를 투입하는 장면이 그렇다. 아울러 보통 시즌당 10편 내외, 많게는 20편까지 제작되는 다른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와 달리 상대적으로 적은 6편에 스토리를 넣다 보니 섬세한 인물 묘사가 부재하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다만 후반부의 절정을 향해 숨 가쁘게 빠른 템포로 이야기가 전개되며 몰입도를 배가한다는 점은 짧은 분량의 순기능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서사 진행의 호불호를 떠나 적나라한 가혹 행위 묘사와 군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주제의식은 그간 상업 드라마에서 찾아볼 수 없던 것이기에 〈D.P.〉는 특히 돋보인다. 군대의 불합리함을 토로하면, 으레 이런 말이 따라붙는다. “요즘 군대가 무슨 …” 〈D.P.〉는 이렇게 답한다. “요즘 군대, 아직도 이런 일이 있습니다.” 아직 보지 않았다면, 시간을 내 한 번쯤 ‘정주행’ 해보는 건 어떨까.

 

*대검: 총기 앞부분에 부착할 수 있는 살상이 가능한 다용도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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