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루아 헉(정치외교학부·19)
안드루아 헉(정치외교학부·19)

나는 대한민국에서 방글라데시 국적을 가진 무슬림 가정에서 태어났다.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나는 아버지 직업 사유로 초등학교 5학년 때 대한민국 땅을 떠났다. 어느덧 고3이 되고 대학 입시 준비를 하면서 한국 대학교를 목표로 삼았다. 한국에서 태어나서 그런지 고향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 대학을 진입하면서 다시 한번 한국 땅을 밟게 됐다.

몇 주 전, 버스를 타고 귀가하면서 핸드폰으로 탈레반 관련 뉴스를 보고 있었다. 뉴스에 집중하기도 전에 어떤 중년의 아저씨가 옆에서 툭툭 치면서 나를 부르는 것이 아닌가. 내 관심을 받고 싶어하던 아저씨는 대뜸 충격적인 발언들을 했다. “아프간 사람?” “탈레반 믿어요?” “무슬림?” 이런 짧고 굵은 발언들을 하자 나는 큰 두려움에 빠지고 말았다. 이런 발언들에 뭐라 대응해야 할지 몰라 끝내 무시했지만 아저씨의 발언은 멈추지 않았다. 결국 나는 이슬람 혐오의 피해자가 된 것이다.

9·11 테러 이후 이슬람 포비아 사건들을 뉴스와 사이버 공간에서만 접해봤지 실제로 겪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이런 내가 무식했던 것일까? 짙은 눈썹에 구릿빛 피부와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나는 평생 이런 시선을 받아야 하나? 끝내 아저씨는 나를 무슬림 난민 취급을 하면서 무슬림 난민들을 추방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최근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두고 사이버 공간에서 혐오스러운 발언들이 돌고 있다. 그런 발언들을 보면 난민 혐오보다 이슬람 혐오가 대다수다.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이 현재 큰 위기 상황인 건 다들 잘 알고 있다. 특히 여성 인권이 가장 큰 위기를 겪고 있고 이 때문에 많은 아프가니스탄 국민은 타국으로 피신하려고 하고 있다. 과연 그 난민들이 정말로 이슬람을 전파하려고 온 것일까? 그들은 오직 자신들의 목숨, 권리, 자유를 위해 피신한 것이 아닐까.

그날 그 아저씨는 왜 무슬림이라고 밝히지도 않은 한 대학생에게 이슬람 혐오 발언을 내뱉었을까. 최근 한국사회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이슬람에 대한 인식이 급속도로 악화한 듯해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물론 그러는 이유가 있는 것도 잘 알고 있지만, 이는 정당한 이유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첫째, 이슬람 국가(ISIS), 알 카에다(Al-Qaeda) 같은 테러 단체들이 가지고 있는 이슬람에 대한 믿음 그리고 그들의 행동은 이슬람 율법(Sharia Law)과 크게 모순된다. 둘째, 그들은 종교를 전파하려는 명목으로 결국 권력을 목표로 삼아 테러를 일으킨다. 이 테러 단체들의 가장 큰 피해자들은 바로 무슬림들이다. 최소한의 인간성을 상실한 테러 단체들의 이데올로기는 어느 종교와도 공통성이 없다.

지금 세계 각지에서는 이슬람 혐오가 굉장히 명백하다. 이는 특히 난민 문제 때문에 한국에도 큰 영향을 줬다. 직업이 무엇이든, 어디 출신이든, 이슬람교도라면 무슬림이 유일한 정체성이 돼버린다. 직업, 출신과 다른 본성들은 결국 아무런 의미가 없어지면서 정체성 혼란이 생긴다. 대구가톨릭대 다문화연구원 박종수 교수는 그의 논문 「한국사회의 이슬람 혐오 현상과 쟁점」에서 한국 사회에서 이슬람 혐오가 종교적 편견과 무지에 의해서 양산됐다는 점에서 다문화 종교 교육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다문화 종교 교육의 필요성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를 받아들이는지의 여부는 결국 개개인의 자유라고 본다. 다만 아무런 지식이 없는 상황에서 혐오하게 된다면, 이것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증오 범죄’(Hate crime)가 아닐까. 이것이 바로 한국사회의 ‘사회적 결함’(Social defect) 중 하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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