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한국 우주개발에서 누리호 발사가 갖는 의미를 알아보다

한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우주발사체인 KSLV-II(Korea Space Launch Vehicle-II; 한국형발사체-II, 누리호)의 개발이 올해 완료된다. 누리호는 저궤도 실용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대한민국 최초의 로켓으로, 향후 중궤도·정지궤도발사체와 대형 정지궤도발사체 개발의 기술적 기반이 될 예정이다. 국산 기술로 우주 로켓을 만드는 누리호 프로젝트는 9월 초 최종 기능 점검 시험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본격적인 발사 준비에 들어갔다. 이는 기술적인 최종 관문을 넘은 것으로, 날씨와 같은 특별한 변수가 없는 이상 다음 달 21일 발사가 유력한 상황이다. 이 시점에서 『대학신문』은 누리호의 개발 과정과 특징을 알아보며 누리호 발사가 우주개발 사업에서 갖는 의미를 조명했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개발은 어떻게 진행됐나

우주발사체의 자체적 개발은 1996년 발표된 항공우주연구원의 우주개발중장기기본계획에서 처음으로 정해진 목표다. 우리나라는 독자적 기술을 통해 인공위성을 개발한 바 있지만, 이를 발사하는 과정에 필요한 발사체의 개발은 해외 기술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정부가 인공위성과 로켓 개발에 주목하면서, 2000년대 들어 위성 발사체의 개발 계획이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곧이어 액체엔진을 통해 1.5톤급인 실용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로켓을 개발하는 방안이 채택됐고, 2010년에 누리호 개발이 시작됐다. 초기 누리호 개발은 KSLV-I(Korea Space Launch Vehicle-I; 한국형발사체-I, 나로호) 개발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으나, 2013년 나로호 발사의 성공과 함께 우주기술 개발을 위한 예산이 증액되면서 개발이 가속화됐다. 2018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그간 ‘한국형 발사체’로 불러오던 로켓의 명칭을 공모했고, 그 결과 KSLV-II는 ‘세상’을 뜻하는 순수한 우리 옛말인 ‘누리’로 명명됐다.

사진 제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사진 제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누리호 개발 과정이 마냥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한국형 발사체의 화물적재능력이 떨어지고 발사 비용이 비싸 가격경쟁력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우주개발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가격경쟁력은 큰 고려 사항이 돼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신의섭 교수(전북대 항공우주공학과)는 “가격 경쟁력은 정책적 뒷받침과 기술적인 노력을 통해 극복해나가야 하는 문제”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 발사체에 지속적으로 의존한다면 우리나라의 독자적인 우주개발은 기대할 수 없게 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높아지는 기술 대외 의존도는 독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연구재단 강경인 우주기술단장은 “발사체 분야는 국가의 우주개발 능력에 있어 기본적인 기술이기에, 이를 확보했을 때에야 비로소 국가적 차원에서 우주개발을 지속할 수 있다”라며 “기존에 외국에서만 공유되던 기술의 장벽을 넘어 누리호를 통해 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킬 수 있도록 했다는 것만으로도 국가안보 차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라고 강조했다.

독자적 발사체 기술은 국가안보를 위한 사업과 우주개발계획을 보다 안정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밑거름이 된다.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을 역임한 김경민 명예교수(한양대 정치외교학부)는 “인공위성의 발사를 외국에 의존하게 되면 국가안보상 특정 시점에 꼭 필요한 인공위성을 제때 발사할 수 없을뿐더러, 우리나라의 정보와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상황을 막을 수 없다”라고 독자적 기술개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오는 10월의 발사 이후 진행될 내년 5월의 2차 발사를 통해 개발 성공이 확정된다면, 한국은 독자적인 기술로 인공위성을 발사할 수 있게 된다. 현재 누리호는 지난 8월 진행됐던 비연소시험*을 끝으로 발사를 위한 주요 시험을 모두 마친 상태다. 허환일 교수(충남대 항공우주공학과)는 “시험 후 분석 결과 특별한 보완 필요 사항이 없어 오는 21일에 예정된 발사 절차를 순조롭게 진행하는 중이다”라며 “발사 전 국제기구 등에 발사와 관련한 정보를 통보하는 절차와 발사일의 기상 및 우주물체와의 충돌 가능성을 분석하는 과정이 남았다”라고 덧붙였다. 누리호 발사가 최종 성공한다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실용 발사체를 보유한 국가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누리호, 나로호와 어떤 점이 달라졌을까

이전 발사체인 나로호의 기술 및 나로호 발사 당시 상황과 비교했을 때, 누리호 프로젝트는 △사업 추진 주체 △성능 △우주센터 등 기반시설 측면에서 차별점을 가진다. 나로호 개발 당시 발사체 조립과 발사 운용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러시아의 항공우주 기업 흐루니체프가 공동으로 수행했다. 나로호의 2단은 우리나라가 개발했지만, 로켓엔진에서 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는 1단은 러시아 기술을 통해 개발됐다. 이와 달리 누리호 개발은 순수 국내 기술로 추진된 사업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윤영빈 교수(항공우주공학과)는 “우주개발을 위해 발사장, 위성과 발사체의 3가지 요소가 필요한데, 누리호 개발에 성공하면 이를 모두 갖추게 되는 것”이라며 “발사체 기술의 자력 개발이 가능해진다면 우리나라가 진정한 의미의 우주개발을 시작할 수 있는 원동력이 갖춰진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누리호는 크기와 단의 수뿐 아니라 엔진 기술과 탑재 중량 면에서 나로호보다 발전된 성능을 갖추고 있다. 2단형 발사체인 나로호는 2단은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로켓으로 구성하고, 1단에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러시아산(産) 로켓엔진을 달았다. 반면 누리호는 나로호의 기술과 발사 경험을 토대로 1·2·3단 모두에 독자 개발한 액체연료 로켓엔진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노태성 교수(인하대 항공우주공학과)는 “고체연료 로켓엔진은 대형화가 힘들고 추력 조절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는 반면, 액체연료 엔진은 대형 로켓을 만들거나 로켓 안에 실리는 물건의 하중이 클 때 유용하고 중간 제어에도 유리하다”라고 언급했다. 또한 나로호는 무게 100kg의 소형위성을 고도 300km에 발사할 수 있는 수준이었으나, 누리호는 무게 1.5톤의 실용위성을 고도 700km 가량인 지구저궤도에 발사할 수 있다.

나로호 사업을 진행할 때와 비교해 우주센터와 같은 기반 설비가 대폭 향상됐다는 점도 큰 변화다. 누리호 프로젝트에 투입된 예산 중 상당량은 한국 최초이자 유일의 우주발사장인 전라남도 고흥군 소재 나로우주센터의 설비를 확충하는 데에 사용됐다. 신의섭 교수는 “나로호에 적합한 정도의 설비와 발사대를 갖췄던 우주센터가 시험 설비와 발사대 재구성을 통해 누리호 발사를 여러 번 반복 진행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라고 전했다.

사진 제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사진 제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뉴스페이스 시대, 우주개발의 방향성은

누리호는 오는 2027년까지 4차례의 반복 발사를 통해 발사체의 신뢰도를 확인하고 점차 높여나갈 계획이다. 지난 5월 미국이 주도하는 달 탐사 사업인 ‘아르테미스 계획’에 우리나라의 참여가 확정된 바 있는데, 아직 우리나라의 기여 분야와 정도는 정해지지 않았다. 발사체 기술 확보를 통해 한국의 우주기술에 대한 평가가 높아진다면, 타국과 동등한 입장에서 우주개발을 진행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누리호 이상으로 성능이 향상된 발사체와 엔진 등을 개발해 나갈 필요성도 있다. 우리나라는 내년 8월경 달 궤도선을 발사해 달 고도 100km에서 1년 동안 탐사를 진행할 예정이며, 2020년대 말경 한국형 발사체를 통한 무인 달 착륙선 발사를 목표하고 있다. 뉴 스페이스* 시대의 도래로 급증한 소형위성 발사 수요를 반영해, 다양한 크기의 발사체를 개발하는 방향으로도 기술이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올해 5월 21일 한·미 미사일 지침이 해제되면서 누리호 및 후속 우주개발 사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지침에는 ‘대한민국은 사거리 800km를 초과하는 군사용 고체 로켓을 개발하지 않는다’라는 제한이 존재했으나 5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폐지됐다. 강경인 우주기술단장은 “기존에는 발사 사거리 제한으로 인해, 로켓의 추력을 더하기 위한 고체연료 엔진을 사용하는 보조 로켓의 개발이 불가능했다”라며 “지침이 해제되며 연료의 종류에 상관없이 개발하고자 하는 탐사선에 최적화된 기술 개발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허환일 교수는 “정부에서 고체 발사체를 활용한 소형위성 발사를 추진 중이며, 나로우주센터에 고체 발사장을 구축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뉴 스페이스 시대로의 변화에 대비해 정부-민간-학계가 어우러지며, 정책을 바탕으로 한 정부 지원, 민간의 참여, 학계에서의 연구개발이 균형 있게 진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허환일 교수는 “제한된 국내시장이 아니라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역량과 의지를 갖춘 강한 기업 육성이 필요하다”라며 “국가의 강력한 민간기업 육성 정책과 함께 정부가 나서서 발사 및 탐사 등의 기회를 부여하는 등 장기적인 투자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신의섭 교수는 “현장에서 진행되는 기초 응용연구가 대학/학계에서 활성화되게끔 정책적인 지원과 배려가 있었으면 한다”라고 언급했다. 윤영빈 교수는 “우주개발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정부의 예산·투자, 기획·관리 차원의 지원이 더 체계화돼야 한다”라며 장기적인 비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누리호 발사가 우리나라의 우주기술에 큰 혁신과 변화를 가져올 것은 분명하다. 다음 달로 다가온 누리호 발사의 성공 여부가 주목되는 가운데, 발사에 이은 독자적인 우주개발과 연구기술 마련을 통해 우리나라가 항공우주분야의 강국으로 도약하기를 기대한다.

 

*비연소시험(WDR: Wet Dress Rehearsal): 극저온 환경에서 누리호의 구성품과 시스템이 정상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영하 183°C의 산화제를 충전·배출하는 과정.

*뉴 스페이스(New Space): 소규모·저자본 민간 우주개발기업들의 등장에 따라 변화한 세계 우주산업 생태계를 일컫는 개념.

 

인포그래픽: 정다은 기자 rab4040@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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