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빈 선임주무관(인문대 기획행정실)
김정빈 선임주무관(인문대 기획행정실)

맑고 깨끗한 자연환경 속에서 살 수 있어서일까, 관악캠퍼스에서는 이전부터 주인 없는 고양이들이 종종 목격됐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하연 인근 공터에는 구성원들의 손길을 탄 고양이들이 드러누워 햇빛을 즐기기도 하고, 정문 옆 미술관에는 카페 앞에 상주하는 고양이가 SNS 스타로서 대접 받기도 하는 등 관악은 고양이의 천국이라 불러도 지나치지 않았다.

하지만 미술관 고양이가 사고로 세상을 떠난 것이 불행의 시작을 알리기라도 하듯, 코로나 19 상황이 본격화된 뒤 ‘샤냥이’들은 눈에 띄게 줄었다. 청원경찰 선생님의 설명으로는 캠퍼스를 왕래하는 인원이 감소하다 보니 돌봄의 손길도 줄어들고 먹이를 찾기도 어려운 탓으로 보인다고 한다. 그렇다면 고양이들은 그나마 먹이를 구하기 쉬운 도심 쪽으로 이동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길냥이’의 삶은 괜찮은 것일까?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animal.go.kr)에 공고된 유기동물 개체 수 데이터에 따르면 주인을 잃었거나 구조돼 보호 중인 고양이는 2016년 24,605마리에서 2020년 32,771마리로 무려 33%가 증가했다. 유기 고양이는 지자체에서 포획한 뒤 지정된 유기동물 보호소에 인계된다. 이후 동물보호관리시스템 및 유기동물 입양 홍보 플랫폼 ‘포인핸드’에서 분실 동물에 대한 공고 기간을 거친 뒤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지자체에서 해당 동물의 법적 소유권을 갖고 일반인 입양 대상으로 전환하게 된다.

문제는 구조된 고양이들이 영양부족이나 교통사고로 건강이 양호하지 못하거나, 유기동물 보호센터의 인력 및 예산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결국 보호 중인 고양이들이 새로운 주인을 만나기 전에 폐사하거나 안락사를 당하는 경우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동물 관련 단체가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라며 홍보하는 이유도 귀중한 생명을 하나라도 더 살리기 위해서다. 그들이 인간에 의해 태어났고 버려진 것이라면 인간이 책임을 져야 할 윤리적 이유가 성립할 것이다.

1년 조금 더 전에 우연히 고양이들이 있는 봉천역 인근의 북카페를 방문했다. 원래는 평범한 북카페였지만 고양이 번식장에서 공장식으로 태어나는 아이들을 한두 마리씩 구조해오다 보니 열 마리가 훌쩍 넘는 대가족의 생활 터전이 됐다. 고양이는 도도하다는 편견과 달리 이곳의 고양이들은 손님을 반기고 관심을 순수하게 원하는 모습을 보이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곳을 열 번 넘게 방문하는 동안 고양이 입양에도 관심이 생겼지만, 손님들에게 계속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이 고양이들보다도 어려운 생활 속에 있는 고양이를 돌보는 것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돼 관악구 지정 유기동물 보호센터인 동물병원에도 방문해봤다. 유리장과 철장에 들어 있는 고양이들은 모두 길에서의 어려운 삶을 겪고 온 고단함이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그들 중 한 마리와 ‘묘연’이 닿았는지 두 번째 방문에서 바로 입양 신청서를 작성했고 ‘집사’로 ‘간택’됐다. 반려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캣초딩’을 돌보는 것은 어렵고 힘들기도 하지만, 한 생명에게 더 나은 삶을 선물할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면서 기대되기도 한다.

모든 사람이 고양이를 좋아할 수는 없고, 고양이 또한 인간을 반드시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의 생활 터전에 들어와 있는 고양이들은 그 출발점이 사람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일 가능성이 크고, 사람의 손을 타서 야생성이 줄어든 고양이들은 인간의 생활 반경을 벗어나 살아가기 어렵게 된다. 길고양이나 유기 고양이에게 늘 관심을 갖기 어렵더라도, 한 번쯤은 고양이에 관심이 있는 지인에게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TNR) 및 유기 고양이 입양 사업 등을 알려주는 것은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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