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부 장재원 기자
사진부 장재원 기자

‘현 연애의 레퍼런스를 과거의 연애에서 찾는다’. 요즘 즐겨보는 〈환승연애〉라는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다. ‘reference’란 찾아봄, 참고, 참조 등을 의미하는 단어로 예시나 사례를 의미한다. 어떤 상황에 직면할 때, 우리는 비슷한 경험을 떠올려 보고 친구들의 이야기를 참고하는 경우가 많다. 사랑과 사람 사이의 일은 모두에게나 비슷한 본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 프로그램에서는 출연자들이 전 남자친구, 여자친구와 한집에서 서로 모르는 척 생활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과거의 ‘우리’를 되돌아보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랑을 찾아간다. 이 프로그램은 정규 편성된 프로그램도 아니지만, 만나는 사람마다 관련된 이야기를 나눌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자신도 전 남자친구와 출연해 보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친구도 있었고, 어떤 전 남자친구와 출연해야 할지 상상해보는 친구도 있었다. 나도 친구들과 출연자들의 행동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고 새로운 회차가 올라오는 금요일만을 기다리며 일주일을 보낸 적도 많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느낀 점은 ‘인간은 사랑과 감정 앞에서 얼마나 약해지는 동물인가’였다. 사랑을 시작한 사람들은 질투의 감정으로 가득해져 이성을 잃고 평소라면 하지 않을 행동을 한다. 그리고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지만 계속 확인받고 싶어 하기도 한다. 이런 사례들을 천천히 살펴보면 동일한 원리로 작동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가슴으로는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 인간은 이성을 통해 발전해왔으며 이성에 따라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사실 인간을 움직이는 것은 감정이 아닐까? 이성과 감정은 발맞춰 걷지 않는다. 둘의 속도를 동일하게 조절할 수도 없고, 하려는 노력조차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이성이 앞서기도, 감정이 저 멀리 뛰어가기도 한다. 우리는 이성과 감정의 조화가 불일치할 때 하는 행동으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후회를 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상황을 마주하면, 우리는 자신의 감정적인 행동을 이성을 통해 합리화하기도 하고, 럭비공 같은 감정의 이유를 이성적 논리에서 찾는 시도를 하기도 한다. 사실 이런 일은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본 일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이는 〈환승연애〉처럼 사랑이 아니더라도 다른 영역에서도 쉽게 일어난다. 머리로는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하기 싫은 감정을 이기지 못해 침대에 눕기도 한다. 이런 작은 사례에서도 원리를 찾을 수 있다. 감정과 이성의 불일치는 오래된 인간의 본질이다.

이런 인간 본질에 대한 고민을 해봤다. 독일의 철학자 칸트는 인간의 이성을 강조하며 능동적으로 사고하고 대상에 대해 합리적으로 비판하는 것이 인간의 특성임을 설명했다. 하지만 낭만주의자들은 자신의 감정을 따라 행동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철학적 논쟁이 벌어질 만큼, 이는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다. 내 친구는 자신은 감정적일 때 일을 그르친 적이 많아서 이성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고 이야기했고, 다른 친구는 이성적 행동보다는 감정을 따라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살아가는 삶이 더 후회가 없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 어떤 삶이 더 좋은 삶이라고 확실하게 규정할 수 없다. 두 가지를 모두 적절한 때에 적절하게 사용하고 싶지만, 감정과 이성은 스위치처럼 간단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랑’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는 감정을 따라가는 것이 맞지 않을까? 때로는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면 예상치 못한 좋은 결과가 따라오기도 한다. 삭막한 시기라고 표현되는 현대사회에 우리가 인간일 수 있는 이유는 감정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만들어낸 어떤 것도 감정을 가지지 못한다. 감정은 우리를 나약하게 만들기도 하고 억눌러야 하는 대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인간을 완성하기도 한다. 서로가 감정 앞에 쉽게 흔들리는 나약한 인간임을 이해하고 공감하자. 우리는 모두 감정이라는 바람 앞에 꺼지기 쉬운 촛불 같은 순간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는 우리를 더 우리답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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