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를 만나다 | 임완수 교수가 말하는 ‘커뮤니티 매핑’

캠퍼스에서 처음 가보는 건물을 가야 하는데 지도에 검색되지 않아 길을 헤맸던 경험이 있는가? 건물 번호가 규칙적으로 붙여져 있지 않은 관악캠퍼스에서는 종종 있는 일이다. 하지만 지도 사용자가 직접 누락된 정보를 채우고, 지름길과 각종 편의시설을 표시할 수 있다면 어떨까? 여기, 지도를 함께 채워가며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 『세상과 나를 바꾸는 지도, 커뮤니티매핑』, 『어웨이크닝』의 저자 임완수 교수에게 ‘커뮤니티 매핑’(community mapping)에 대해 들어봤다.

 

▲커뮤니티 매핑을 하고 있는 임완수 교수와 자원봉사자의 모습 (사진 제공: 임완수 교수)
▲커뮤니티 매핑을 하고 있는 임완수 교수와 자원봉사자의 모습 (사진 제공: 임완수 교수)

 

도시공학자가 말하는 커뮤니티 매핑

임완수 교수는 한양대 도시공학과를 졸업해 현재 미국 메해리 의대 부교수와 커뮤니티매핑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도시공학과를 졸업한 그가 어떻게 의대 교수가 될 수 있었을까. 임완수 교수는 “도시공학과에 처음 진학했던 이유는 도시공학이 공학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 문제까지 포괄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라며 “좋은 기회로 유학을 가게 돼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환경과 관련된 부분을 배우며 커뮤니티 매핑의 기초가 되는 지리정보시스템(GIS)을 접했다”라고 말했다. 임완수 교수는 천식을 예시로 지리 정보와 의료 시스템의 관계를 설명한다. 임 교수는 “미국의 경우 흑인 아이의 천식 감염률이 백인 아이보다 2.7배나 높다는 점에 의문을 가졌다”라며 “여름에 에어컨을 쓰지 않고 창문을 열어놓거나, 집에 바퀴벌레나 곰팡이가 있기도 하고 소아청소년과에 내진하지 못하는 등 천식의 요인이 되는 환경이 매우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계기로 도시의 다양한 요소와 질병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음을 파악하고, 지역 정보에 기초해 특정 지역에 어떤 종류의 병원이 많이 필요한지에 대한 컨설팅을 진행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메해리 의대에서 데이터 매니지먼트*와 헬스케어*에서의 GIS를 가르치고 있다. 그는 현재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감염도 개인이 어떤 직장을 가졌는지, 밀집도가 높은 지역에 사는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지 등 다양한 환경과 연결돼있다고 본다. 임 교수는 이렇게 도시공학과 지리 정보를 연관시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리 정보는 어떻게 커뮤니티 매핑이 되는 것일까? 커뮤니티 매핑을 한국어로는 ‘함께 만드는 공동체 지도’라고 풀어볼 수 있다. 이때의 핵심은 지리 정보에 단순히 공동체가 더해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행동하기’가 포함된다는 데에 있다. 커뮤니티 매핑의 구성요소는 크게 △공동체 △참여를 통한 소통 △지도 △만들기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공동체다. 공동체, 즉 커뮤니티는 같은 목표를 가진 집단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커뮤니티 매핑을 하고 시민들은 각자의 능력과 개성을 이용해 주도적으로 문제 해결에 참여한다. 여기에 GIS라는 기술이 접목된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현장에서 바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입력하는 것이 가능해져 커뮤니티 매핑이 더 효율적으로 이뤄진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종합될 때 파편적인 정보가 모여 의미 있는 지식이 될 수 있다.

집단지성을 통한 커뮤니티 매핑은 데이터 수집에 필요한 시간과 노동력을 절감할 뿐만 아니라, 참여자 개개인에게 효능감을 준다는 점에서 ‘지도 만들기’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임완수 교수는 “기술 활용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을 참여자들이 깨닫고 다른 일에도 더 쉽게 도전하는 것 같다”라며 “GIS를 이용한 기술로 창업을 하는 학생도 있고, 관련 대학원에 가는 경우도 있었다”라고 전했다. 커뮤니티 매핑으로 만들어진 지도는 하나의 공공 데이터로서 큰 효용을 가진다. 모든 사람이 열람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면 지자체의 예산 수립에도 도움이 되며 도시가 가진 문제들을 통합해서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화장실, 주유소, 편의시설도 모두 지도로

임완수 교수가 커뮤니티 매핑으로 알려진 계기는 2005년의 뉴욕시 화장실 지도를 통해서다. 임 교수는 “크리스마스에 딸들과 함께 뉴욕에 방문했고, 화장실을 가야 했지만 바로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찾기가 어려웠다”라며 “분명히 각자가 아는 화장실이 있을 텐데 정보를 모아 같이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지도를 만들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당시 그는 럿거스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었기에 학생들과 함께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이후 우연히 이 지도를 「더 뉴요커」(The New Yorker)의 존 시브룩이 소개하며 반향을 일으켰다. 임완수 교수는 “당시에는 스마트폰도 없었고 지도로 맛집을 찾는 문화가 있던 것도 아니었다”라며 “더 뉴요커에 실린 글을 통해 몇만 명이 넘는 사람이 사이트에 방문했고 이들이 더 많은 데이터를 제공했다”라고 설명했다. 임완수 교수는 뉴욕 화장실 지도가 시의적절한 주제였다면서도 한편으로는 “펀딩 없이 개인 프로젝트로 진행했기에, 추진력을 가지고 더 발전시키지는 못했다”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커뮤니티 매핑에 참여하는 봉사자들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온 사례도 있다. 그가 럿거스대에서 강의를 하던 시절, 같은 지역의 프랭클린 고등학교에서 ‘소시오 클럽’이 만들어졌다. 방과 후에 방황하는 청소년이 지역을 이해하고 미래를 꿈꿨으면 하는 마음에서 프랭클린 고등학교 교사들이 만든 자원봉사 동아리였다. 임완수 교수는 이들과 함께 시민 참여형 지리정보시스템(PPGIS)을 이용한 매핑 활동을 시작했다. 2012년에 허리케인 샌디가 미국을 강타했을 때 임 교수는 이들 중 ‘아임소시오’라고 불리는 커뮤니티 매핑 팀과 함께 주유소 지도를 만들었다. 허리케인으로 인해 전기가 끊겼지만, 난방을 하려면 기름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에 팀원들이 뉴저지 근처의 주유소에 기름이 있는지, 언제 다시 기름이 들어오는지, 스마트폰을 충전할 곳이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매핑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주유소 지도는 아임소시오 외의 사람들도 정보를 수정하거나 추가할 수 있었다. 순식간에 많은 양질의 정보가 모였고, 이후 이 지도는 미국 연방정부 에너지국의 콜센터, 연방재난관리국, 그리고 구글 크라이시스 맵(crisis map)에서 사용됐다. 또한 그는 “매핑에 참여한 학생들이 스스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긍정적인 태도와 자신감을 갖추게 됐다”라며 커뮤니티 매핑의 선한 영향력을 강조했다.

이 외에도 2016~2017년 서울시 광화문 광장 화장실 매핑은 촛불집회를 위해 모였던 사람들이 갈 수 있는 화장실 정보를 제공했다. 사람들의 공유를 통해 집회 참석자에게 물이나 간식을 제공하는 가게 등의 추가적인 정보가 표기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마스크 품귀 현상이 일어났을 때는 마스크 시민 지도를 통해 마스크를 찾아 헤매는 시민들을 도왔다. 이처럼 커뮤니티 매핑은 분야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유용한 정보를 시민에게 제공한다. 임완수 교수는 “서울대의 경우에도 겨울에 폭설이 왔을 때 안전하게 내려갈 수 있는 길이나 눈썰매를 탈 수 있는 곳, 고도별 식물 생태, 아름다운 조경을 사진에 담을 수 있는 포인트 등 커뮤니티 매핑을 할 수 있는 주제들이 많다”라고 전했다.

▲배리어프리 커뮤니티 매핑을 진행 중인 자원봉사자 모습 (사진 제공: 임완수 교수)
▲배리어프리 커뮤니티 매핑을 진행 중인 자원봉사자 모습 (사진 제공: 임완수 교수)

 

더 나은 공동체를 위해

커뮤니티 매핑에서 지리 정보도 중요하지만 결국 매핑을 하거나 활용할 ‘공동체’가 없다면 커뮤니티 매핑은 의미가 없어진다. 좋은 취지의 커뮤니티 매핑이더라도 적절한 공동체를 모으지 못해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2016년의 경주시 지진 매핑이 하나의 예다. 임완수 교수는 지진이 일어나자마자, 그 피해 정도를 한눈에 파악할 목적으로 경주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연락했다. 기와가 떨어지거나 차량이나 길이 파손된 정보들이 지도에 업데이트됐지만, 결국 더 많은 자원봉사자를 모을 마중물이 마련되지 못해 프로젝트는 정리됐다. 2013년에 진행한 낙과 매핑도 마찬가지다. 임완수 교수는 “태풍으로 인한 낙과로 피해를 본 지역을 매핑하면 일반 시민들이 그곳에서 농민을 돕고 낙과를 싸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였다”라며 “언론에도 몇 번 보도됐지만, 참여가 부족해 학생 프로젝트 차원에서 종료됐다”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이어 “종로에서의 가로수 매핑, 강원도 산불 매핑 등 아이디어는 있었지만 성공하지 못한 프로젝트들이 더 많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완수 교수가 시간을 내어 커뮤니티 매핑을 계속하는 이유는 결국 ‘더 좋은 공동체를 만들고 싶어서’다. 그의 가치관은 그가 한국에서 처음 진행한 배리어프리 매핑 프로젝트에서 잘 드러난다. 임 교수는 우연히 용산에 있는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를 방문해 한 장애인으로부터 친구를 만나러 갔다가 장애인이 갈 수 있는 곳을 찾지 못해 2시간을 헤맨 사연을 듣게 됐다. 임완수 교수는 “그곳에 계신 분들이 커뮤니티 매핑은 자신들에게 꼭 필요한 일이라고 했다”라며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사우나와 같은 각종 시설에 가고 싶지만 접근이 가능한지 모르기 때문에 못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이유로 배리어프리 매핑을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 중 하나로 뽑았다. 그는 한국과 미국 공동체의 차이로 당사자성을 이야기한다. 임완수 교수는 “한국에서는 대개 장애인들이 직접 자신의 커뮤니티를 만들지만, 미국의 장애인 커뮤니티에는 비장애인들도 많이 있다”라며 “미국에서는 커뮤니티 매핑을 다른 사람의 권익을 위해서 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어려움에 공감대를 형성하길 촉구하며, 커뮤니티 매핑으로 이를 실천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커뮤니티 매핑으로 이루고픈 목표에 대해 묻자 임완수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커뮤니티매핑센터가 계속 유지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모델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민주시민 교육으로 사람들이 기술과 기술이 미칠 사회적 영향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사회 혁신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기술은 그리 어렵지 않다. 내가 느끼는 불편함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도 불편함이 된다. 작은 정보를 모아 사회 혁신을 이끄는 힘은 멀리 있지 않다. 커뮤니티 매핑을 통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일에 나부터 동참해보는 것은 어떨까.

 

*데이터 매니지먼트: 정보 자산의 가치를 향상시키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활용하는 일.

*헬스케어: 기존의 의료서비스에 질병 예방 및 관리를 합친 전반적인 건강관리 사업.

 

세상과 나를 바꾸는 지도,

커뮤니티매핑

임완수

220쪽

빨간소금

2021년 7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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