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선 기자(취재부)
김민선 기자(취재부)

신촌에 사는 친구 자취방에 놀러 갔다가 씁쓸했던 경험이 있다. 자취방 한편에는 「연세춘추」가 쌓여있었다. 「연세춘추」를 모아서 무엇을 하느냐고 물으니, 신문으로 창문을 닦으면 말끔하게 잘 닦인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한 번도 펴진 적 없는 빳빳한 신문 속 활자들이 창틀에서 생을 마감한다니. 왠지 「연세춘추」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사람들이 신문을 읽지 않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대중이 더 이상 언론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정파성을 앞세운 보도와 미흡한 사실 확인, 이용자에 대한 부실한 서비스 등 언론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오늘날 언론 현실은 수요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자신과 다른 관점의 기사는 받아들이지 않고, ‘기레기’라고 낙인찍는 대중이 있기 때문이다. ‘기레기’라는 단어가 익숙한 사회 분위기는 한국 언론에 대한 증오심을 만들어낸다. 이에 따라 언론과 이용자가 서로를 불신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상호 불신의 시대에서 나는 왜 『대학신문』에 들어왔을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느꼈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집회와 기자회견, 사건·사고 및 학생의 목소리에 누군가는 귀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설령 내가 적어 낸 글들이 가닿는 대상이 소수더라도,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는 배겨낼 수가 없었다. 이번 해설을 쓰면서도 그런 마음이 들었다. 땅따먹기하듯 신축 건물이 들어서는 캠퍼스에서 공간을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싶었다. 공간을 점유하고 싶어 하는 것은 사람과 조직의 본능이다. 문제는 빈 공간에 깃대를 꽂으면 해당 공간을 소유할 수 있다는 이기심에 있다. 건물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사이 오래된 나무들과 사람들의 추억이 담긴 공간이 하나둘 사라졌다. 이런 캠퍼스 공간 관리의 문제점을 짚고, 실질적인 대안을 도출하는 것이 목표였다.

돌아보니 시작할 때의 포부와는 다르게 마감 앞에서 허둥대는 사람만 남아 있을 뿐이다. 학보사 생활도 3학기째에 접어드는데 기사 작성은 매번 새롭게 힘들다. 여전히 두렵기도 하다. 내가 기사 작성을 위해 들인 시간과 열심히 퇴고해준 데스크의 노력이 창틀의 먼지와 함께 버려지면 어떡하나. 그래도 『대학신문』을 들어오고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것은 주위를 조금은 더 자세히 둘러보는 사람이 됐다는 것이다. 하나라도 더 보고 듣고 질문하면서 기사에 어떤 목소리를 담을지 고민했다. 이런 노력이 조금이나마 빛을 발하길, 이번 해설이 캠퍼스 공간 관리에 대한 문제의식을 확산하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