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적인 공간 관리 방안을 짚어 보다

 

매년 관악캠퍼스에는 리모델링 건물을 포함해 5개 내외의 신축 건물이 세워지고 있다. 신축 건물은 사용자의 의도에 부합하는 새로운 공간을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관악캠퍼스는 이미 건물과 차량 통행을 고려했을 때 과포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서울대는 공간을 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개발하고 있을까? 난개발로 고통 받고 있는 서울대의 공간 관리 현황을 살펴보고, 해결책을 찾아보고자 한다.

서울대는 정말 공간이 부족할까?

대학알리미’에서 매년 발표하는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의 교지 보유면적은 전국에서 가장 크다. ‘대학설립·운영규정’ 제5조는 교지를 △농장 △학술림 △사육장 등 부속시설을 제외한 학내 부지로 규정한다. 2020년 기준 서울대의 교지 확보율은 659%로, 국·공립대학의 평균인 287%의 두 배가 넘는다. 서울대는 교지뿐 아니라 교사 확보율 역시 높은 축에 속한다. 교사는 학내 △교육기본시설 △지원시설 △연구시설 △부속시설을 합한 공간을 의미한다. 서울대는 교사 확보율에서도 국공립대의 평균인 183%보다 높은 283%을 기록했다. 객관적인 수치로 봤을 때는 서울대의 공간 보유율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과연 서울대 내 공간은 여유로울까? 본부는 서울대는 다른 도심형 캠퍼스와 다르기에 이런 수치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한다. 기획과 관계자는 “서울대는 산악지형에 자리 잡고 있어 애초에 배정된 공간이 크다”라고 말했다. 더군다나 서울대 교지는 관악캠퍼스뿐 아니라 △연건캠퍼스 △평창캠퍼스 △수원캠퍼스 △시흥캠퍼스를 합해서 계산하기 때문에 타 대학보다 구성원 수 대비 교지가 넓게 측정된 측면도 있다. 가령, 평창캠퍼스는 재학생 수가 적어 1인당 면적이 높게 측정된다. 또한 기획과 관계자는 캠퍼스 내 유휴공간이 확보돼야 하는 상황에서 그것이 현재 잘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신축 및 리모델링 시 기존 사용자들의 임시 공간으로 유휴공간이 활용된다”라며 “현재 신축 건물들이 유휴공간을 고려하지 않은 채 건립돼 유휴공간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좌석 간 띄어 앉기가 가능한 강의실 배정이 어려운 이유도 유휴공간의 부족에서 나오는 문제 중 하나다.

서울대 공간 활용의 문제점

서울대는 공간 부족뿐만 아니라 공간 활용에서도 문제를 보이고 있다. ‘서울대 공간관리 규정’ 제2장 제5조에 따르면, 각 단과대는 총장으로부터 건물 관리 권한을 위임받아 건물을 관리한다. 단과대 중심으로 건물을 관리하다 보니, 공간 이용에 대한 공공성 인식이 다소 약하다. 서현 교수(건축학과)는 “단과대별 독립적 운영 방식으로 인해 마땅히 공유돼야 할 건물이 공유되지 않아 필요 이상의 공간이 확보돼 있다”라며 “특히 대형강의동은 단과대별로 여러 곳에 만들어 놨는데 이용 빈도가 낮다”라고 말했다. 공간 이용 주체가 단과대별로 분산돼 있어, 대형강의실이나 강당 등 공유할 수 있는 이용 시설을 단과대마다 짓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손정렬 교수(지리학과)는 “서울대는 다른 단과대 시설에 대한 접근성이 제한된 편이라 강의실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명확한 용도 없이 세워지는 기부 건물에 입주 시설이 들어서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사회대의 우석경제관은 기부금 100억 원과 본부에서 마련한 26억 원을 투입해 만들어졌다. 원래는 우석경제관 옆에 한국경제혁신센터 건물을 함께 지을 계획이었으나, 지하로 고압송전선이 흐른다는 점을 미처 파악하지 못해 한국경제혁신센터는 사회대 쪽에 신축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우석경제관은 올해 초에 완공됐지만, 아직 시설이 입주하지 못한 상황이다. 준공 이전에 입주 계획이 명확히 세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회대 홍석철 교무부학장(경제학부)은 “보통 건물이 지어지면 여러 하자가 있기에 바로 강의실로 쓸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지금은 건물 내부 시설 등을 정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사회대 교수진을 중심으로 관련 위원회가 만들어졌지만, 명확한 활용 방안에 대한 계획은 들을 수 없었다.

IBK커뮤니케이션센터(64동) 내 홍보관 모습
IBK커뮤니케이션센터(64동) 내 홍보관 모습

 

종합적인 계획 없이 건물이 들어서는 상황은 캠퍼스 공간 활용에 독이 된다. 일례로, 2014년 IBK커뮤니케이션센터(64동) 내 서울대 홍보관 건립을 두고 홍보관과 같이 지어질 예정이었던 역사연구기록관과 목적이 일부분 중복된다는 문제가 언론정보학과 교수진으로부터 제기됐다. 당시 학과장이었던 윤석민 교수(언론정보학과)는 공사 재검토를 요청하는 1인 시위를 했지만, 홍보관은 그대로 IBK커뮤니케이션센터 안에 건립됐다. 윤석민 교수는 “애초에 IBK커뮤니케이션센터 자체가 크지 않아서 언론정보학과의 시설이 들어가기에도 모자랐다”라며 “현재 40여 명이 들어가는 강의실을 홍보관으로 사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홍보관 조성 이후 지속적인 관리가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당시 인테리어 공사 이후 관리를 안 해서 공간이 방치돼 있다”라고 말했다.

건물을 짓고 배치할 때 환경에 대한 고려가 미흡한 점도 지적된다. 새로운 건물이 계속해서 들어서면서 캠퍼스의 대지 및 녹지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윤순진 교수(환경계획학과)는 “녹지 또한 존재의 가치가 있고 보존돼야 하는데 이것을 각 학과나 단과대가 차지해야 할 공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예술관연구동(49동) 후면 녹지에 주차장을 건립한다는 계획이 발표됐을 때도 생태적·심미적 가치가 높은 녹지를 훼손한다는 비판이 환경대학원으로부터 제기됐다. 신축 건물로 인해 에너지 사용량 및 유지비가 증가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신축 건물일수록 새로운 공법과 단열기법 덕에 단위면적당 에너지 소비량은 줄어든다고 하지만,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면 △조명 △승강기 △냉난방 측면에서 그만큼 에너지 소비량은 증가한다. 시설기획과 관계자는 “건물이 있으면 기본적으로 소비되는 에너지와 건물유지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라고 부연했다. 윤순진 교수 역시 “아무리 효율적인 건물이라고 해도 에너지 제로 건축물이나 에너지 플러스* 건축물이 아닌 이상 에너지 소비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녹지뿐 아니라 신축으로 인해 스포츠 공간이 줄어들기도 한다. 박일혁 교수(체육교육과)는 “경영대와 농생대 건물 위치에는 원래 운동장이 있었다”라며 “운동장이나 야구장 등의 부지가 관악캠퍼스에서 유일한 평지인데 지난 몇 십 년 동안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과거에 많았던 테니스 코트도 줄어들어 사용 인원 대비 시설이 부족한 상황이다.

바람직한 공간 활용을 위해

바람직한 공간 활용을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이용도가 높은 공간에 대해서는 학내 거버넌스를 통한 관리 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 현재 단과대별로 특정 공간을 소유하고 있어 다른 기관이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손정렬 교수는 “오클랜드대는 똑같은 대형강의실에서도 여러 단과대 수업이 열리기 때문에 공간과 시간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다”라며 “서울대도 이런 시스템을 도입하면 필요로 하는 공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공계멀티미디어강의동(43-1동)이나 인문사회계멀티미디어강의동(83동)은 기초교육원에서 운영하지만, 단과대 수업을 배정하기도 한다. 다만 대부분 대형강의동은 단과대에 소속돼 개별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공간을 공유하는 앱을 개발해 운영하는 방안도 있다. 실제로 정보화본부에서는 공간 예약 사이트인 ‘예약하샤’를 운영하고 있다. 예약하샤는 학내 구성원들이 공간에 대한 예약신청 및 비용납부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사이트다. 정보화본부 박진만 행정관은 “현재로서는 코로나19로 인해 학내 공간을 사용하는 인원이 많지 않고, 각 단과대에서 공간 등록을 해야 사용할 수 있는 구조라서 사이트 활용률이 높지 않다”라고 전했다. 전체 강의실 중 ‘예약하샤’에 등록된 강의실은 아직 약 27% 정도다.

현재 운용되고 있는 공간비용채산제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공간비용채산제는 각 단과대의 △교원 수 △학생 수 △학과 수 △연구소 수를 기준으로 각 단과대의 적정 기준면적을 산정한 후, 이를 각 단과대의 보유면적과 비교해 초가 보유분이 발생하면 초과공간사용료를 부과하는 제도다. 징수된 공간사용료는 시설 부문 등에 재투자된다. 기획과 관계자는 “공간비용채산제를 통해 유휴공간을 본부로 반환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라며 공간비용채산제의 장점을 설명했다. 실제로 자연과학관1(18동) 건물은 자연대의 유휴공간으로서 본부에 반환됐고, 현재 교육연구시설로 △자연대 △약대 △자유전공학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등이 함께 사용 중이다.

환경 측면에서는 건물을 새로 짓는 대신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윤순진 교수는 “리모델링은 기존 건물을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투입 원료가 신축 건물보다 적다”라며 “건축자재를 생산하기 위해 투입되는 자원과 에너지, 자재 운반에 드는 수송에너지가 줄어드니 대기오염물질 배출도 적다”라고 말했다. 리모델링은 기존에 건물을 사용하던 사람들의 기억을 보전하고 녹지를 손상시키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김세훈 교수(환경조경학과)는 “신축을 하게 되면 기존의 공공 공간과 녹지를 훼손할 가능성이 크기에 캠퍼스 구성원이 이용할 권리가 있는 공간에 대해서는 신축을 억제해야 한다”라며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최대한 녹지를 훼손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지난 7월 본부가 △공간사용의 기본원칙 △공간의 배정 및 변경 △공간정보의 표준화 및 전산화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서울대 공간관리 규정’을 공포했다. 이는 명문화된 공간 관리 체계를 세웠다는 점에서 향후 공간 관리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공간을 점유해 편리하게 사용하고 싶어 하는 것은 조직의 본능이다. 그러나 캠퍼스 공간은 공동의 자산이며 이 공간의 이용 혜택은 학내 구성원들에게 돌아가야 한다. 권영상 교수(건설환경공학부)는 “캠퍼스 공간 문제는 우물을 파는 것과 비슷하다”라며 “우물은 먼저 파는 것이 유리하고 한 번 파놓으면 계속해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지만, 여기저기 우물을 파다 보면 결국 언젠가는 우물이 모두 말라버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쓰지 않는 우물은 메워서 지하에 지하수가 모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미래 세대를 위한 방안이다. 학내 구성원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캠퍼스 공간을 공유하고, 효율적인 공간 관리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에너지 플러스 건축물: 에너지 소비보다 에너지 생산량이 많은 건축물을 의미한다.

삽화: 정다은 기자 rab4040@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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