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노조가 지난달 26일부터 행정관 앞에서 천막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대학노조가 지난달 26일부터 행정관 앞에서 천막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4개월에 걸친 전국대학노동조합 서울대지부(대학노조)와 생활협동조합(생협) 본부 간의 임금 교섭이 결렬됐다. 올해 4월 29일부터 임금 교섭을 시작한 양측은 총 4번의 본교섭과 3번의 실무교섭을 진행했지만 8월 24일 협상이 결렬됐고, 27일 대학노조는 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다. 양측은 지난달 8일과 10일 두 차례에 걸친 조정에서도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결국 조정은 결렬됐고, 이로써 쟁의권을 확보한 대학노조 측에서는 지난달 16일 출근길 피켓 시위를 시작으로 거리로 나와 노동자 처우개선을 외치고 있다. 이들은 추가적으로 지난달 26일부터 행정관 앞에서 천막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임금 교섭과 조정 모두 결렬, 주요 쟁점은?=조정 과정에서 양측의 의견이 가장 첨예하게 엇갈린 사안은 현 임금 구조 개편이다. 대학노조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어려워진 여건을 고려해 올해 기본급을 동결하고 명절 휴가비 인상 요구 폭을 줄이는 대신, 단일 호봉제 실시를 요구했다. 단일 호봉제는 직급을 통합하고 호봉 체계를 단순화하는 제도다. 현행 호봉제는 △일반 조리사 직급인 W △조리 실장 및 주방장 직급인 J1 △영양사 직급인 J2의 세 개로 나눠진다. W직급은 다시 45개의 호봉으로 구분되며, 3개 직급에 총 115개의 호봉이 존재한다. 대학노조 이창수 부지부장은 “현재의 호봉 체제는 오래전 직급을 개편하며 만들어진 체계”라며 “일반 조리사로 40살에 입사한다고 가정했을 때 정년까지 최대 20년 근무할 수 있는데, 20년을 일해도 세전 257만 원(W직급 20호봉)의 월급을 받는다”라고 말했다. 대학노조는 세 개로 나뉘는 직급을 통합하고 45호봉으로 단순화하는 단일 호봉제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때”라며 단일 호봉제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또한 “생협 본부는 지난 7월 내년 최저임금 인상안이 확정되기 전까지 교섭요구안 전체를 거부했고, 조정 직전 25년 만에 직원 승진이 이뤄진 점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생협 본부는 3개 직급은 조직을 운영하고 지휘 계통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기에 단일 호봉제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생협 본부 관계자는 “식당 노동자는 주방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화기를 다루는 등 조리 과정에 위험성이 많아, 구분된 직급 체계를 두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라며 “이 업계에서 직급을 통합하는 것은 유례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재정상의 문제도 지적했다. 월급의 하한선과 상한선이 동일한 상태에서 기존 115호봉에서 45호봉으로 호봉을 통합하면 호봉 간 급여 격차가 커지고 1년에 한 번씩 1호봉 승급하므로 재정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다. 대신 생협 본부는 기본급 인상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지난 조정에서 생협 본부는 내년 1월부터 생협 노동자의 기본급을 4만 2천 원 증액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지난달 27일에 열린 노사실무교섭에서는 이번 달부터 생협 노동자의 기본급을 3만 4천 원 추가 인상하는 안을 제시했다. 즉 내년 1월부터 생협 노동자는 기본급 7만 6천 원을 추가로 수령하게 되는 것이다. 생협 본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적자 운영을 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작년 인상분보다 높은 수준의 기본급 인상을 제안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대학노조는 생협 본부의 안이 내년 최저임금 인상으로 기존 1·2호봉의 임금이 최저임금보다 낮아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궁여지책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생협 본부는 “생협 소속 노동자의 승진이 정체됐던 것은 사실”이라며 “이번 조정안에서 승진 제도 정례화를 제시했다”라고 말했다. 다만 “임금 교섭은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되기 한참 전부터 계속 진행됐다”라며 “검토의 시간을 가졌을 뿐,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기준으로 교섭을 진행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조정 결렬 이후 생협 노동자들은 피켓 시위를 진행하며 조정 결렬 상황과 더불어 노동자 감원, 낮은 식사 질 등 노동자 처우개선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생협 소속 식당 노동자 140명 중 50~60명이 감원된 바 있다. 대학노조에 따르면, 이들 중 정규직은 대부분 근골격계 질환으로, 계약직은 계약 만료로 그만뒀다. 이창수 부지부장은 “생협 식당은 원자재를 그대로 들여오기에 노동 강도가 외부 업체에 비해 높다”라며 “코로나19로 인원이 감축되며 노동환경은 악화됐다”라고 주장했다. 생협 노동자 A 씨는 “코로나19로 식당 이용자는 줄어도 청소 업무는 여전히 남아 있고, 칸막이 청소 등 오히려 추가된 업무가 많아 몸이 성한 사람이 없어 진통제를 맞으며 일할 정도”라고 호소했다. 또한 그는 “계약 기간이 짧고 노동환경이 열악해 인원 충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라며 “오는 18일부터 대면 수업이 이뤄지면 노동 인력이 부족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생협 본부 관계자는 “비대면 수업이 시작되며 식당 이용객이 54%나 줄었고, 카페 이용객은 65%나 줄었다”라고 인원 감원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더해 그는 “매출 감소분만큼 인원이 줄지 않았고 가동 인력을 남겨뒀다”라며 “오히려 인원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비정상적”이라고 주장했다. 대면 수업이 확대될 시 인원이 부족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생협 본부는 “계약 만료자 중 희망자에 우선해 인원을 증원하고 있다”라며 인력 부족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학노조는 “계약 만료자 중 재고용된 인원은 1명뿐”이라며 엇갈린 주장을 내놓았다. 

식사 질 개선에 대한 요구도 나왔다. 지난해 생협 본부와 대학노조의 조정에서 대학노조는 식사 질 개선을 요구했다. 식당 노동자의 임금에는 식비가 따로 포함돼 있지 않고, 배식량을 예측해 구입하는 수량 한정 메뉴(특식)를 제외한 학식이 제공되기 때문이다. 작년 조정에서 식당 노동자에게는 특식을 포함한 식사를 제공하고, 그 외의 생협 직원(판매원)에게는 매달 8만 원가량의 식권을 제공하는 조정안이 제시됐다. 그러나 해당 조정안에 대해 일부 조합원이 노동자 간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대학노조는 기존 조정안과 달리 식당 노동자와 판매원에게 8만 원가량의 식권을 동일하게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생협 본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며 조정이 결렬됐다. 대학노조는 이에 대해 “식사 질 개선 요구를 조정 위원이 받아들였으나 결국 지켜지지 않았다”라고 말한 반면, 생협 본부는 “조정안을 대학노조에서 거부한 것”이라며 상반된 시각을 드러냈다.

이창수 부지부장은 “피켓 시위만으로는 의견 전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라며 “결국 문제의 최종 책임은 총장에게 있다”라고 천막 농성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조정 결렬 이후 첫 만남이었던 지난달 27일 노사실무교섭에서마저 결론을 짓지 못하며 협상은 안개 속에 빠졌다. 현재 추가 협상 계획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양측의 큰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입을 모아 “학내 구성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합의를 통해 이번 사안을 해결할 의지를 드러냈다.

사진: 이호은 기자 hosilver@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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