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 연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에 대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드라마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로 시작해 달고나 뽑기, 구슬치기, 줄다리기 등 어린 시절 추억의 게임이 어른들의 잔혹한 생존게임으로 등장한다. 우리들에겐 추억과 향수를 자극하는 문화 코드가 해외에선 신선함으로 작용하고 있는 모양이다. 현재 <오징어 게임>은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에서 소소하게 입소문이 나고 있는 줄로만 알았는데, 미국 넷플릭스 인기 순위 1위를 차지하더니, 어느새 83개국에서 넷플릭스 인기 순위 1위에 등극했다. 전 세계의 많은 이들이 <오징어 게임>을 패러디하고 있으며, 관련 굿즈의 인기도 상당하다. 프랑스 파리에선 딱지치기와 달고나 뽑기 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오징어 게임> 팝업스토어에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고 한다. 

<오징어 게임>은 물론, 영화 <기생충>과 <미나리>, BTS와 블랙핑크를 비롯한 K팝, 먹방 콘텐츠들까지. 한류의 위상이 높아감에 따라 한국 문화를 배우고자 하는 외국인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한글과 한국어 자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한국어 교육에 대한 수요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와 필리핀, 인도 등에서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채택했고, 올해 베트남에선 한국어를 제1외국어로 선정했다. 해외에 한국어를 보급하는 교육기관인 세종학당도 세계 각지로 뻗어나가고 있다. 이렇게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한국어 교육 수요와 그 전망에 대한 낙관적인 기사들도 자주 보도되고 있다. 

국어를 모어(母語)로 사용하지 않는 국내외 외국인과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한국어 교육을 담당하는 이들, 바로 한국어교원이다. 인터넷엔 한국어교원 자격증만 취득하면 한국어교원으로서의 장밋빛 미래가 보장될 것처럼 말하는 광고들이 범람하고 있다. 현재의 <오징어 게임> 열풍을 생각하면 그 광고들의 메시지가 충분히 설득력 있어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과연 대다수 한국어교원들은 정당한 대우를 받으며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상황일까? 실제 한국어교원이 처한 현실과 전망은 낙관적으로만 볼 수는 없는 듯하다. 자격 등급 승급이나 국내외 취직을 위해서는 대부분 상당한 경력이 요구된다. 가령 한국어교원 1급 승급 대상이 되려면 2급 자격 취득 후 5년 이상의 강의 기간과 2,000시간 이상의 강의 시수를 충족해야 한다. 그런데 경력 인정 기관이 한정돼있고, 경력을 쌓기 위해서는 ‘열정페이’만 받거나 자원봉사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는 자원봉사 자리조차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따라서 무용지물 ‘장롱’ 자격증도 많다는 것이다. 겨우 경력을 쌓고 취업을 하더라도 고용 불안정과 업무 강도에 비해 낮은 급여 수준 등 열악한 처우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다. 

몇 년 전부터 한글날 즈음이면 한국어교원의 사회적 지위 보장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 소식이 들려왔다. 아니나 다를까. 올해도 역시 한글날을 앞두고 한국어교원의 고용 불안정과 열악한 처우 문제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외국인들의 한국어에 대한 관심과 교육 수요가 나날이 증가하는 동안 한국어교원을 둘러싼 현실에도 근본적이고 충분한 변화가 있었는지, 그것이 궁금하다. 

유예현 간사

삽화: 정다은 기자 rab4040@snu.ac.kr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